[스크랩] 베토벤 /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61
Violin Concerto in D major, Op.61
베토벤 /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61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1-1. Allegro ma non troppo (11:40)
1-2. Allegro ma non troppo (11:35)
2. Larghetto 08:15
3. Rondo (09:29)
Viktoria Mullova, violin
John Eliot Gardiner, cond.
Orchestre Revolutionaire et Romantique
鄭京和 (1948∼ ), violin
Kirill Kondrashin, cond.
Wiener Philharmoniker
1. Allegro ma non troppo (23:46)
2. Larghetto (09:27)
3. Rondo. Allegro (10:41)
Daniel Barenboim, cond.
Berlin Philharmonic Orchestra
1악장 (Allegro ma non troppo - Cadence: Kreisler)
2악장 (Larghetto)
3악장 (Rondo-Allegro)
Takako Nishizaki, violin
Kenneth Jean, cond.
Slovak Philharmonic
Anne Sophie Mutter, violin
Seiji Ozawa, cond.
Berliner Philharmoniker
Herbert von Karajan Memorial Concert
Clara-Jumi Kang, violin / 서울시향과 협연, 지휘 정명훈
2013.5.24 예술의전당
1st mvt.: Allegro ma non troppo (D major)
2nd mvt.: Larghetto (G major)
3rd mvt.: Rondo. Allegro (D major)
Karen Gomyo, violin
Andrew Manze, cond.
Danmarks Radio Symfoniorkestret
Kyung-Wha Chung, violin
Klauss Tennstedt, cond.
Royal Concertgebouw Orchestra
Concertgebouw, Amsterdam 1989.12
1악장 :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 Allegro ma non troppo
Allegro ma non troppo 1/2
Allegro ma non troppo 2/2
Emmy Verhey, violin
Hans Vonk,cond.
Utrecht Symphony Orchestra
1악장은 팀파니가 둥둥둥둥 D음을 연타하면서 문을 연다. 4박자의 분절되는 느낌의 리듬으로 1악장 곳곳에 등장한다. 이어서 목관악기들이 장중하면서도 느긋하게 첫 번째 주제를 연주한다. 힘찬 분위기의 경과부를 거치고 두 번째 주제도 역시 목관(플루트는 빠진)이 연주한다. 첫 주제에 비해 좀 더 여성적인데다 노래하는 듯한 느낌을 담아내고 있다. 바이올린과 관현악이 이 두 개의 주제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음악이 전개되는데, 그 사이사이에서 독주 바이올린이 펼쳐내는 아름다운 연주가 펼쳐진다.
독주 바이올린이 펼쳐내는 카덴차(cadenza: 악곡이나 악장이 끝나기 직전에 독주자가 연주하는 기교적이고 화려한 부분)는 1악장에서 매우 인상적인 장면이다. 이 카덴차는 후대의 바이올리니스트들이 만든 것이다. 요아힘 같은 이들이 카덴차를 첨가해 음악을 좀 더 흥미진진한 방향으로 유도했다. 요아힘 외에 크라이슬러(1875-1962)가 만든 카덴차도 많이 연주된다.
2악장 : 라르게토 Larghetto
Emmy Verhey, violin
Hans Vonk,cond.
Utrecht Symphony Orchestra
연주시간 약 24분의 1악장이 끝나고, 라르게토(larghetto)의 느린 2악장이 평화스러운 느낌으로 문을 연다. 약음기를 낀 현악기들이 주제를 제시하면 독주 바이올린이 그 주제를 아름답게 장식하면서 따라붙는다. 1악장은 주제와 세 개의 변주로 이뤄졌다. 1변주에서는 클라리넷이, 2변주에서는 파곳이 주제를 연주한다. 마지막 세 번째 변주는 관현악만으로, 앞서의 변주들보다 훨씬 강한 음향으로 연주됩니된다. 독주 바이올린은 그 변주들 사이사이에서 어딘지 애틋한 느낌이 담긴 선율들을 아름답게 노래한다. 마지막에 다다르면 현악기들의 묵직한 음향이 갑작스럽게 한차례 울려 퍼진 다음, 다시 바이올린이 카덴차 풍의 독주를 선보이면서 다음 악장으로 연결된다.
3악장 : 론도 Rondo. 알레그로
Emmy Verhey, violin
Hans Vonk,cond.
Utrecht Symphony Orchestra
쉼표 없이 아타카(attacca)로 이어지는 3악장은 알레그로(allegro)로 템포가 빨라진다. 독주 바이올린이 1악장에서도 들었던 주제를 생동감 있게 연주하고 관현악이 곧바로 이어받는다. 3악장은 이른바 론도 악장으로 주제(A)를 여러 차례 반복하면서, 그 사이사이에 부차적인 주제(B, C)가 자리하는 형식이다. 말하자면 A-B-A-C-A-B-A의 형식이다. 그러니까 메인 주제에서 시작해 메인 주제로 끝나는데, 그 중간에 부차적 성격을 갖는 다른 주제들이 끼어든다. 그래서 풍성한 음악적 효과를 얻는다. 3악장의 첫 번째 부주제(B)는 가볍고 산뜻한 느낌, 두 번째 부주제(C)는 노래의 느낌이 강한, 아름답고 매혹적인 선율이다. 마지막으로 독주 바이올린의 화려한 카덴차가 펼쳐진 후, 관현악이 짧고 육중하게 마침표를 찍는다.
1806년 12월 23일, 안 데어 빈 극장에서 프란츠 클레멘트(Franz Clement)의 독주 바이올린으로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초연되었다. 연주 당일 오전까지도 작품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리허설을 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레멘트는 악보를 보자마자 연주하게 되는 상황이었음에도 훌륭하게 연주했다고 전해진다. 초연은 열화와 같은 박수를 얻어냈지만, 작품 자체를 두고서는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다. 어떤 비평가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모두 한결 같았다. 그들은 이 곡에 뭔가 좋은 점이 담겨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종종 지속성이 완전히 깨지는 듯하고 상투적인 패시지들이 계속 반복되면서 피곤하게 만든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어서 “대체로 청중들은 이 협주곡과 클레멘트의 즉흥 연주에 상당히 즐거워했다.”고 전한다.
교향곡풍의 장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협주곡
베토벤이 자신의 지휘로 교향곡 ‘에로이카’를 대중 앞에서 처음으로 연주했던 1805년 4월 7일에 클레멘트가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도 초연되었다. 여기에 감동 받은 베토벤이 새로운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하기로 결심했을 것이라는 설이 작곡의 배경으로 유력하다. 출판은 1808년에 이루어졌는데, 그 사이에 클레멘트가 베토벤에게 많은 조언을 주었다.
사실 클레멘트는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힘이 1840년대에 이 협주곡을 연주하기 전까지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 거의 유일한 음악가였다. 클레멘트의 연주 스타일이 베토벤에게 강력한 영감을 주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따라서 출판본에서 베토벤이 이 작품을 자신의 오랜 친구였던 슈테판 폰 브로이닝에게 헌정한 것은 조금 의아한 일이다. 사실 베토벤의 자필 악보에는 ‘클레멘트에게 헌정’한다는 문구가 분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창작 절정기 시절의 젊은 베토벤 모습 (1804년경)
베토벤이 이 작품을 작곡하던 당시에는 피아노 협주곡 4번과 교향곡 5번 그리고 현악 사중주 ‘라주모프스키’ 등을 쓰고 있던 창작의 절정기였다. 바이올린 협주곡은 베토벤의 이 작품에 의해 차원이 다른 장르로 올라설 수 있었으며, 당대의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힘은 비르투오소들이 점령한 동시대의 음악적 기류를 바꿔 놓을 협주곡으로 베토벤의 작품을 선택했다. 기존에는 독주자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오케스트라는 단순히 반주의 위치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바이올린 독주가 포함된 교향곡’이라는 명칭은 그런 점에서 베토벤이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의 본질적인 특징을 지적한 것이다.
첫 네 개의 음 ‘운명의 동기’
팀파니의 D음을 시작으로 통통거리는 리듬이 독특하게 시작되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은 카덴차가 지정되어 있지 않다. 베토벤은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의 경우처럼 카덴차가 필요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베토벤은 무엇보다도 동시대 기교파 연주자들이 카덴차를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방식을 싫어했던 것으로 보인다. 첫 네 음은 소위 ‘운명의 동기’로도 보이는데, 이 네 개의 음은 교향곡 5번 ‘운명’의 동기의 경우와도 유사하다. 곡의 인트로는 서정적이고 따뜻한 느낌의 주제가 목관에 의해 연주되고, 독주 바이올린은 온화하게 이 주제를 다시 연주한다.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하던 당시에 베토벤은 미망인 요제피네 폰 다임 백작부인을 사랑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러한 감정 상태가 1악장의 사랑스럽고 따뜻한 느낌의 음악을 쓰게 했는지도 모른다.
연주자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에서 온화한 느낌과 장중한 드라마처럼 서로 상반되는 느낌을 모두 표현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연주하기가 어려운 작품이다. 19세기 중반을 지나면서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거의 모든 바이올리니스트들에게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되어버렸으며, 파가니니 스페셜리스트들을 단순한 기교파 연주자들로 전락시켰다.
그리하여 베토벤의 이 위대한 바이올린 협주곡은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는 바이올린 레퍼토리의 새로운 기준으로서 하나의 시험대처럼 작용하고 있다. 베토벤은 카덴차를 남기지 않았으나 연주자들이 직접 붙인 카덴차는 이 작품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특별한 요인이다. 대부분은 바이올리니스트 요아힘이나 크라이슬러의 카덴차를 쓰지만 나탄 밀스타인, 막심 벤게로프, 조슈아 벨 같은 이들은 스스로 작곡해 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