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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들 : 고덕

narrae 2007. 12. 27. 07:08
매미 2

복(伏)일 잡자
복일 때 잡자
애초에 개보다 무딘 놈
어지간히도 껄떡거린 모양
달아도 어지간히 달아
때려도 때려도 매미의 강단(剛斷)
이 통에 바다의 살결로 출렁이고
이 통에 바다의 살결로 출렁이고
대청문 다 열고 보니
손 때 흔적도 광처럼 살아남았다
저 매미
자두 속부터 울었나
천도 복숭아 속부터 울었나
이제사 그 속 붉음을 알겠네
한 옥타아브 땀 빼는 달 고개
기조 올리지 않아도 높은 이해심
과일 가게 밤새우는 터전
오디가
밤의 빙수를 물들이며
검어도 시원해하며 잎을 부추겨 왔다


감 숙성

아! 논리가 카바이트와 탄닌의
이 지독한 숙성에 끌려 왔다
그 속에 잔독을 빼면
달기는 변함없이 달 수 있는
우린 그 아침 출근을
안개 헤치며 지나고 있는 것이다
한 장독하는 것의
아침도 맵고
패인 돌산도 매운
해가 이 지독한 생존에 끌려 왔다
아직도 삭지 않은 닫은 맛
지옥의 카바이트 들이 밀며
기어코 내가 너에 전하는 사랑의 숨통에
해가 되어 나오게 하는
우리의 알량한 적선도
만천하가 달콤할 추구인지도


생감을 인공적으로 숙성시킬 때 카바이트를 사용함


바람을 닮는다는 것

바람몰이가
창 밖에서 "웅"하면
웅기임을 알겠네
어느 난세의 영웅이
큰 욕심이 언감생심
찬 바람에
온몸이 떨이는 것이
웅! 하고 울었기에
영웅의 서열로 끌어 갔었나 보다
저 바람을 닮는다는 것이
창 끝 약간 떨리듯 함에
이미 방 안에 심중을 끌어 나갔다
아무런 거부감 없이
너의 속의 알만함이
잎을 다 털어도
그 떨림은 뿌리로 잠들어 감을 알겠고
가지 끝에
얼다 풀리고
얼다 풀리고
봄 동산 끝없이 달릴 기대치만큼이나


산 2

우린 인간에
알아도 모르듯이 설쳐대고
몰라도 아는 듯이 설쳐댄 것이 통하면
운명의 여유인지
인간의 여유인지
오히려 냉소적일 수 있어
찬 바람은 그렇게 부나보다
산은 산
그렇게 상록은 피고
사람이 사람을 모르듯이 쫓아 다녀도
길은 제대로 훑어 본 일 없고
알면
길 가림에 들고
길 지우개에 들고
산이 진작에 좋을 일이지


볼트

세상 어지러운 걸 보면
밥한 끼 굶는 게 났다
밥 한 술에 기어 들고 보면
덜 떨어진 낱트가
배창자의 폐타이어 같은 재생력의
있다는 팽창력을 뒤로한 채
이빨 없이 산허리 두르며
식성을 감당하려는 아침 안개족속으로 내려온
낱트가 어지간히 무어야지
비운 것인 냥 있는 낱트
나 물리고 보면
나도 비운 것으로 사는 듯이 착각한다


왜가리

길은 야위어 가는데
달을 기다려 붉고
해를 기다려 붉고
왜가리 집
너 여기 왜 왔니
너 여기 왜 왔니
너 여기 올 때 멀었는데
너 여기 왜 왔니
달이 네 둥지에 쉬었다도 감에
처절히 구분되는 길임에
철저히 버리기도 하고
눈 못 뜬 세상에 철저히 쪼아
너 여기 왜 왔니
떨어지는 낭하


동구 밖 전경 (포항 공대)

강 밑줄 친 반석
숙성한 대학 보일 듯 말 듯
부푸는 방죽에
감자 익어 뜸들이고
밀 익어 뜸들이고
돗대로 저어 알짜요
차로 그어가도 조밀함이라
소똥뭉치는 혹성에
한 획에 우주


바다를 바라보는 그늘 자리

해송에 돌아서기 싫어
돌이 되고 싶구나
바다에 열려 있으니
뙤약볕에 밀려도 돌아서지 아니하거늘
마음 부산하게 일어나고
저 해송에 돌아서기 싫어
돌 하나에 사무쳐 싣고
아직도 질문과 대답의 회오리로 투철함에 살아
돌 하나 건져 올림에도
처절과 평하를 잊지 못하게
우거(寓居)에 섬의 팻말처럼 살아 숨쉬고


전봇대와 장승

전봇대 양어깨가
기념상보다 더 진솔하게 사실주의적 전위
일직선상으로 줄곧 소 같은 어깨도
끊임없는 애착으로 건너며 뛰어 넘는
가슴 패여 가는 공간을 추스려 올려
아련히 역사를 따라 어깨동무한
도시의 치렁치렁한 갈무리가지
모두다 선 자리보다
사이의 가슴팍이
잠자는 시간대에 더욱 현령스럽듯이 비춰지고
장승은 검은 녹빛으로
오직 않는 발길에 대해
여느 뒷걸음도 다 머금어 뱉고
소외감에 침묵의 먹이 끼도록
첨착성에 티끌조차 다시며 침전된 시간들
우리의 욕구마져 시들해 지도록
오래 사는 둔갑이
죽음으로 우회해 와도
입술 뭉그러지며 하얀 치아만 남아
끝까지 연속적 수치이려 함이 무엇이뇨


전철역 게시판

부산한 발길에
모기처럼 민첩한 혈안
시는 레일처럼 닦이며 닦이며
지나간 자의 흔적처럼 빛내며
길의 광고를 가판대 위로 건져 올려
수초처럼
오가는 바람에 흔들리고
음영으로 부대끼고
노숙을 끌어다
경직된 재질로 지워지지 않으려는
마주보며 마음 데워질 때까지
꽃잎 한 잎의 고상함도
행선 놓친 자의 망루처럼 서 있다


지하철 역

이 건 분명
아틀란티스가 가라 앉은
빛나는 하늘이 거꾸로 뒤집힌 하늘에 넣느니
지하 세계에서도
어느 시방에도 나 그대로 받아진
지지 않은 출구다
시공의 차(車)
끝까지 산과 들로 품어 들인 도시
바다로 잠자고
이 심연으로 잠재우고
이 많은 출구에
이 중복성을 빠져나간 눈의 미로에
좀 더 바쁜
차라리 언덕같이 두터움에
땀구멍을 따라 조급히 나간 안도감들


독정(獨靜))

그대여 !
물레에 방아련가
물레에 방아련가
아!
난 물레에 낙수
난 물레에 부셔져 내리고
산 길섶엔 천연덕스럽게 기세 좋고
그대여 !
물레에 방아련가
물레에 방아련가
낱낱이 부셔지는 알맹이에 무지개 문
은어가 굽이쳐 오르면
우리의 흰 머리칼 끝에도
다시 만남이 있는 무색 거울 속의 얼굴


대응

우리 식성에
콩나물 대가리에서 대용된
뱀 머리의 초혼가이길
밤새 물린 악몽
죽으면
우리의 인과도
참으로 선하게 갚아 가는 우회
만두의 진화된 봉분(封墳)
위대한 성령들의 영가도 대신할지


마애불

마애불엔 돌이 하늘이 되어 녹는다
삼천 갑자도 노크를 받을
어쩜 이 존재도 박쥐굴을 따라
하늘이 돌숨이 된 사이를
검은 거품 남기고 표백된 뒤엔
꿈길 다려 놓더니
녹아가며 닮는가 보오이다
헛되다
헛되다 하건만
이슬을 삼켜도 생사가 한 숨




하늘이 그 푸르름을 떨치지 못하듯
돌도 담낭을 붙여 풀의 초상(肖像)
해서 넌
흙의 원초성 보다
공간의 의식에 집 짓고 나온 놈
돌도 석공을 뿌리치지 못하듯이
정 두르리는 소리는
오대양에
신명이 다듬어 감이 다르듯이
예(藝)에 고민 중임에 숭고하건만
우린 정의 차고 나가는 기개에
무한성의 놀림에 현혹되어 기대함이 무엇일꼬


노래자랑

해변 위엔 많은 발자국
모래사장 위엔 노래의 발자국
갈증 많고
안타까운 생애의 노래여
자죽처럼 늘 새로웁게 걸음이 있어
파도처럼 잡아보고
파도처럼 밀어보고
해변에처럼 남은 자
울타리처럼 좋은 듯도
사막처럼 부활의 오아시스를
극구 시달리게 하는 열병
비바람 한 번에 지워져도
눈부시도록 빛나는 항해에
일체심만 크져 가는 파도
해변의 노래여
아직도 모래는 목마르고


오두막 2

눈이 오두막에 내려 앉아
잉태하는 꿈이 송이처럼 일어나는 나라
이 발길에 다 들지 못하는 자여!
화로의 감자
떠겁게 달아도 이 유혹으로
부푸는 달 이리도 엿봐도
기둥 하나 괴고
오동통히 나와 물 긷는
나의 마지막도
동동 오른 건너 편의 물깃
방문객으로도 남음이 있는
하늘가


카페 창

숲 눈썹의 카페 창
갈색 눈동자
(에델바이스)
(에델바이스)
개구리 꿈은 아직 노저어 가고
사공의 담당은 아직 돌아서지 못하고
아직 눈 덮고
뒷전을 돌아 움이 돋는
군고구마 짜개어 호호 부는
꽃의 연출로 노래가 되는
딩군 고구마 한 뿌리의 산
에델바이스
에델바이스
귀가 밝아져 감에는
소나무엔
눈이 무심결에 떨어지고


여분

시간의 템포
물리(物理)도 그 호홉을 채우다 굳어진 고체
하루씩 붙여도
365를 다 채우지 못한 원자
딸국질 하는 놈만 붙들어 와
싱싱
속아지 못된 도르래 굴리 듯
굴의 기미 심상하게
열차는 그 숨통을 엿보며 달리네
아!
누군 섬 하나 틀어 잡고
바다의 높쇠를 정통으로 하고
행위 예술로 하고
그 중에 섬의 자조(自嘲)같은 함몰을
보채어 나갈 수 있음을 아는지
365에도 허중이로세
있음에도 없는 듯
다 가라앉은 이빨 성상한 것들
한 해의 건더기는 되는지
그에도 개미허리 조는
축에의 구멍
부족함에도 최선의


빗소리 5

산이 높아도
비가 와 취하여 감에 어짐을 본다
저 끝이 이 끝
한 쪽으로 몰아 붙여짐도 없는
고른 감성과 탄성
모두다 제 자리에
특별히 세워짐도 없이 맞아가며
생동감으로 평등의 감촉
높고 낮음이 없이
기울어져 간 인간을 위해
비가 오면 다 이렇게 느껴가는
포도알도 이렇게 영글어 건너는 건배가 있길


생기

몸인 냥 치장은 간 곳 없고
얼굴인 냥 치장은 아니 했어도
가을에 더더욱 익어
독서의 계절
죽지도 않을 뿌리에
지독히도 활활 태워 씨앗을 건져 올린
그 거울 맛으로 비춰보고 비춰보고
익디 익은 서산노을에 그물 친
키 없이 땅만 먹는
키 없이 땅만 먹는
오두막 집 호박 속
도심 속의 석양
석양이 골 깊숙히 들면
그 사이로 빌딩은 볼을 갖다 댄다
하루 열심히 살아도 멋쩍게
땅 속으로 들어 길을 펴는
태양 담은 맛의 미로
일벌도 어깨 펴며
샘뿌리와의 교감으로
새콤하면서 달착함도 있는
백화점은 면벽이라도 잡념이요
다 들통이 아니라도 주술적 이동
창의 광택
사무실
다 밝았으니 노출의 빛 타는 빠른 진로
아님 오히려 천이 짧은 융통성의 의상
멋적은 웃음
원형의 자연 빛에는
저려 가는 향기이듯 얼굴을 갖다 댄다


들녁

저 누른 들녁
소 잔등빛으로 지면
후덕한 속내 피부빛
뚝심에 더 이상 무너지지 않고
근력의 생동에
지워지지 않는 탄력을 위하여
싹이 가도 지근 듯이
너의 몸집으로 누운 털빛으로
호수가 벤치의 낭만의 눈빛
옛 정열의 소설집
냉정한 하루에도 붉었다
우수수 떨어지네


막간

안개 속에 길이
추억의 문을 좁다
차갑게 잊혀 졌다고 하자
왜 왔냐하는 자리에
놓아 감도
지고 감도 없는데
무념 무상에
남의 인생이라도 보아 감에
인연의 재판이라 함에
산마다에 발굽 부릅튼
기억의 느릿한 소덩치에
길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안개는 누구를 위한 막간인지


소낙 구름

갈길 바쁜데
난 저 산너머에서 밀려난다
교향곡 채비의
전원의 비몽마져 틀어 일어나는 시간대
거대한 집
병 속을 빠져나가는 지혜의에
노도같은 힘을 부여하는
저 놈은 밖이라도 안에 있고
이 놈의 화두는 빅뱅을
병 속에 가두어 보라는 이야기
아니 빅뱅을 병 속에서 거내라는 이야기
야누스가 진 부릅에도
두개골의 금은 있고 호도 알의 탐문


그림 속의 나

경치가 나무 한 그루로서 떠나지 못하는
언덕배기로서 건너질 아니 하는
일생을 훑어봐도
나무 그늘에 쉬었다
들 앞을 갔다 오고
나무 그늘에 쉬었다
저잣거리 갔다 오고
또 한 번 포개 봐도
나뭇 그늘에 쉬었다
발판 뒤로가
허수아비 되고
장터 뒤로가
누더기 옷만 남은
돌아 와 나무 그늘에 섰고
헐벗어도 참새에 넘고
죽어 묻히어
이리 갈기갈기 찢겨도
해 웃음과 같은
요란한 그림에 산 것 같지도 않고
평화와 선덕이 제법 풀체일
요만한 동산 하나 없이 찬바람이 몸을 스민다
살이 당긴다


잔디

늘 자주 다니는 길이라
무심코 지나침이 촉각에 있지만
안개가 고이 접었다 일으킴에는
새삼 잔디만큼은 일어 날수 있는
우리는 이 위에서 뛰어야 한다
우린 맨 바닥의
맨 손의 일대기로 대머리 같은 중후함
연인에
잿빛거리의 모서리들
인상들
나와 같음에도 맨드리 하게 일어나는
어제와 오늘을 쉴 새 없이 이어 붙이는
러시아워의 접착력
끼어도 아니 끼어도 부적함만 같은
허나 안개가 일으켜 세운
잔디 위의 연인이 되어야 한다
가향(家鄕)
이 뭍 부스스할 때
무지개 넘어 있었는지 모르지
이 들녘 깨고 나면
풀 내음에 말똥가리
어머니 평생 못 떠나시는 곳
소 뒷다리만 질겨가고
눈 침침한데 바늘귀만
하얀 실날을 먹네


여유

그댄 땀 다 빠지지 않은 석상에 있다
그댄 빌딩에 있다
그댄 광장에 있다
그대는 이 도시를 떠날 줄 모른다
땀 빠지는 비석에
최고를 지칭하는 숨구멍
글귀가 무너지듯이 넘어감에도
필치로 휘감은 역동성을
조였다 품으며 사는 긴장감
시공의 초월
그대여!
먹고사는 경직을 풀었다 해도
풍월을 먹고 사는 바퀴벌레
바퀴를 그리워하는 바퀴벌레
다시 바라는 그대의 바람도
내게는 그리 마땅함 같지 않구나
인생은 늙어도 늙음을 쫓기 바쁨이 있고
젊어도 젊음을 쫓기 바쁨이 있거늘
원시점
방향을 잃어버린 방향을 잡아간다
그대의 지향점에
숨 멎는 것보다 더
일초도 촉박 받음의 이 우주에
그로 챙겨 달아날 방향에조차
잃어버린 방향을 쫓아 나 부푼다
이린 있음에 있다하여
꼭 이 하나로 봉합하여 가야할 방향성들
목젖에 재채기 걸린 듯한 찰라에
찰라의 폭발점에 걸려
달리 빠질 성격을 규명하고
우주의 원시점
이 작으나마
너의 시점을 충분히 연금해 본다


우편 배달부

다 뜯기어 구름에 발산해 버린
번지에
다리에
내려앉음이 없는
철새도
텃새도 아닌
물어도
다 흡수되어 나타나는
컴퓨터 입 간판 너머의 소재
땅 위의
무릎 팍 주소가 더 토실할
공원에
붙들어 맨 착상
우편 배달부여!
당신의 무릎팍만 보아가는 날에도
안개 손수 건넨 벤치의 기다림


회귀

거울보다 더 무서움은
거울 볼만큼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는 것
인간의 어리석음
헤어졌음에도 만남처럼 살고
수많은 사람을 만나나
닮은 듯이 일치시켜 감에
한없는 사랑이 구멍 뚫린 듯이 포용하고
내가 나에 독립에는
숙명의 탑이
모레에 파묻힌 정체를 드러내고서야
만났음도
다 본 자리로 갔음을 알음이로구나


시비

그대 원 스텝의 노래가
더위에도 현기증인데
천둥이 광고가 심했나
비 한 스텝도 없네
모두 내 입을 열려 하지만
마른천둥만 치다 가니
넉넉한 논들에도
내 노고조차 몰라주네


이사(理事)

산의 옆구리에서 났기도
산의 머리에서 났기도
허나 난 내 옆구리가 가렵다
리(理)와 사(事)에
피부숨을 늘리지 앉아도 충분히
하늘의 배포도 내 숨결
천봉이 어찌 있으랴
둥금에 다 알아 교감


사물

파도에 돗나물을 빨아들인다
파도에 해조를 빨아 들인다
지구라는 시름에
근육이 풀려도 태평양
구둣발 정연한 스텝도 지치고
스텝이 되레 살아 올라간 역사


허구

다시 빨 듯이 밀려오고
내 분명 해안을 봤다
분명 건져 올림을 봤다
북을 울려랴
북을 울려라
둥두둥 둥둥
둥두둥 둥둥
산이 살찌고
맥이 살찌고
양단에 밀려오고
이 융합
발자국조차 떨어져 나간 서슬에 건져 올린다




오늘도 할 말이 없고
쓸 일도 없고
일다 한 생 마치면
뭐 그리 떨떠름할 리도 없고
그래도 떨떠름 하자
익어 달 때까지
태양빛 주술
집중력
쓰도 약이니
내 배는 이끼발로 더듬고
이 탱탱함의 망루삼아
거울 감축만큼이나 살아날
굳은 센스를 설득해 깨쳐나는
찰흙 굳은 듯함에도
배어 나오는
체할 듯한 경계에도 한 방울씩의
신물에도
쓰도 약이라는 주옥같은 감로로
산에 피는 약과(藥果)의 향으로
그래도 진전되는 약조
부드러움에만 익숙한 세태
어쩌면 지성까지도
꼭 모래 위의 길손
창백한 시간 위의 욕구
내재의 탈색


선풍기

잘난 일도
시원한 일도 없다
선풍(仙風)에 논다하나
내 선덕(善德) 편 일 없고
그렇다고 허울만
내 방귀처럼 자연스러울 수 없다
결국 선풍기에 빼앗길 허세
아 !
이 물리적 기준이
고개가 180도
난 360도 돌아 봐도
나부터 바람머리


모래시계

흡혈귀
이 우주가 얼마나 챙겨야 할지의 루트
모래 한 알 한 알의
시간이 벗겨지고
피도 물보다 진하여 졌음에
이 시간을 끌어들이고
조용한 이성
열매 하나의 낙반
꽃으로
태양으로 감아 챙겨도 이 시간대의
마른 흡혈에 귀족




부드런 음악
우아한 자태
바다의 비밀에는
붉은 포도주의 유혹에도
한 껏 동참한
거북이 알 구덩이 위
목신도 잠에 겨워함에도
노배
산호 붉은 노래의 깃발
푸른 바다
원초의 땀 냄새를 훔치며
어떤 해산(海産)이라도
낸 눈빛
멈춤에서
구구한 나열도
중복된 언어에 동참시켜 가는
잠시만의 순간이 있어
처마 밑 빗방울 뚝뚝
그져 낯설지 않는 래방
강조됨 없이
자연스레 풀려 나간 감동도 이젠 모르겠고
진한 채색이 늙을수록 들어오는 약시이듯
중복된 언어
뭘 확인 시켜 간 듯
어정쩡한 적막에
빗방울 뚝뚝
처마 끝에 떨어지고


그림자

석양 속의 내 그림자
꼰 펜대처럼 누워 있다
내 책상에는
아예 탱탱한 탄력에 굳어 있다
참으로 빈 듯 돌아서서
진리같은 이슬 맺혀든
낸 머리의 영양을 다 챙겨
정말로 정말로
꽉 다문 틈새로 맺혀 나온다


고욤나무

오늘도 아이는
고욤나무만 멀뚱히 바라본다
백설공주는 없다길래
난쟁이 나라의 감나무를 보라 했더니
혹시나 봐질까 턱 괴며 바라보는
녀석
난 자꾸 오므라 들고
공주는 커가고


수제비와 칼국수

밀지도 않은
어느 바위같은 점성
뜯어 붙인 듯이
뜯어 끓인 듯이
양념 통에 사라질

말들에
담백한 대답의 주체
외로움이 이 땅붙이에 '
벌판으로
밀대로 밀어내고
그래도 평면적 가사에
곡절은 넘쳐나
고요의 속살은
그리 귀티 나지 않아도
사무침에 휘몰렸구나


억새

내 흰머리도
넌 흰머리 아니라 하는구나
억새밭은 날리고
차츰 상실되어 감에도
땅 한줌에도 질겼구나
아직 차가움에
체온을 부둥켜 안고
강물아!
넌 차갑지 말았으면 해도
억새에
처음부터 길들여 온 것
한 번 더 정신만차려 꺼꾸러 지네


자음과 모음 ]

밥 뚜껑 열고
ㅇ?
오!
옴... ...
소리 받히도록
김 받히도록
턱 아래 쌓인 것
말로 다할 수 없이
이유는 퍼내어 버렸는데
곁에서면

입구부터
어쩜 추상이 무식하도록 밀어붙일 요량으로


풀지 않은 쌀자루 비스듬히 누우면


바다사자의 배

양 귀퉁이 팔이 자란다
네 배가 비고
내 배가 비고
먼 바다의 물결소리에
넌 소라처럼 동작을 꼬으기도 했을
야문 섬에
너도 알차게 올랐을
물 같은 세상 물정
한없는 헤엄
온유함으로 섬 하나에 기댄 몸아
난 섬조차 발견되지 않네


용궁

노궁(老窮)을 건져 올려
수궁에 가잤으라
물만 높은지고
물만 높은지고
목어 배나 다 채워
몸부림이 뻘가
허궁(虛宮)을 빌어 채워
수궁만이 산 근육
물만 높은지고
물만 높은지고
배에는 못 채워도
용바위골 트림은 목을 넘고

가을 창

이방은
여름엔 바리바리 붙여 푸르지만
짜증 같은 씁쓸한 맛
꽃잎에 맺힌 약속
잎새에 그 속내를 다 드러내 놓을 때까지 쳐지지 않는 확신이더니
하늘로 매단 애닯음이 뼈골이라
가을엔 천주(天柱)의 속살에 달은 듯
억세게 달음도 젊은 날의 천추요
만과가 닮에
석양도 기웃거려 본 바에
달은 바가 있어
감미로운 여유가 농익음이 아닌가


거북

거북아
거북아
네가 떠난 경계의 자궁(子宮)
너의 등 정방(正方)이 드리워
흩어지지도 않을
지지고 볶아
확실히 지표가 되었음에
너의 복중의 알이
암수가 없거늘
어느 먼 경계에 수염을 들먹여
근원을 찾아들어는 부화점을 찾는고
넌 그 이전의 바둑판을 지고
모래 시계의 대칭된 부리를 연
저 너머의 대해
생과 사의 피안
생사를 걸고 찾아 들다
죽고 또 죽어
거북아
거북아
넌 자궁 하나의 화두를 묻고
돌아 선 자
진정 쫓아 들기는 처절하고


위(胃)

나로 본다면야
우리의 두뇌적 창작이라는 것이
창의적인 축적이 아니라
거대한 미지의 종려수에
수만 년을 두고도 깍여 나가는 것을
풍상(風霜)도 사각이 있어 모남에
깍아 나감을 나로 두어
방향성을 태로 감고
최선껏 바루어 나갈
기회를 엿보는 시간의
침봉에 귀를 잡은 실날의 탐지식(探知識)


과일

어떤 바람이라도
내가 진정 땅에 떨어졌을 때
유혹이였다고 말하려무나
우리가 마음처럼 끌려 들어간 한 때는
미풍에 폭염
이 질펀한 숨막힘을
여림 같지 않는 여림으로
잎새의 촉각이라 하나
진정 씨알 하나 먹혀 들어감에
뭔가 건네주는 듯한
보태 주는 듯한 과육에
윤택한 빛깔로 탱탱하여
거기서부터
기다림을 쫓아갔을 때를 이야기하자


신뢰

어찌 돌을 보고 숭배하리까
다 마음에 있는 것을
허나 어찌 마음만 믿을 수 있겠습니까
돌보다 더 못한 것을
겨울도 그 정점에 돌이 되었더이다
보여 드리오리까
그나마 깍아 눈이 내리고
눈이 내리고
내 금강석 깍아 눈이 내리고


고개

고기가 고개라
이 도매 시장의 가르마 길의
짖이겨진 배추 쓰레기의
검은 먹칠을 지나서야
한 고개를 넘는 듯한 길을
마치 저녁을 지나는 해마냥
정육점 고기는 쇠고랑에 걸려
무관심과 당위성으로 넘어가
쉽사리 묻혀 넘는 원활
굳이 내가 나야 할 방향이라면
고개 디뎌 희생을 더 멀리 보아
고기가 고개라


산 2

새소리만 제대로 가슴에 와 닿아도
산천의 자국으로 물러나고
소모되어 가고
조각되어가고
이 변화에 변함없이 보아줌에
산천의 안부를 따라 피는 구상
볕살도
구름의 속살에 파고들어
터갈라 내는 장관이요
산은
무슨 실조감에
속으로만 묻어
일찍 기다리는 저녁처럼 남아
등불 하나 하나의
심장의 세계를 찾는고


바람

선풍기 바람에도
모기는 기어코 문다
난 바람을 먹는다
벌써 아프리카를 휘마는
바람개비로 휩쓰는 궤변
난 바람을 먹는 샘플
바람도 나도 모를
내 허파에 꽉 낀
이빨 사이 통증같은 날개붙이
인류의 심호흡이 몹쓸 짖인지
결단코 샘플
연민은 날래 넘을 길에
굳이 팔랑개비
힘자랑의 굳이 팔랑개비
꿈쩍도 않았건만
분투했다는 허상




난 박이 이렇게 커는 줄 몰랐다
여름 내내 콩쥐의 눈물
그늘의 뒤안에서 뚝뚝
면전에 감아든 허전함을 감사며
부풀다 부풀다 주렁주렁 매달은
하늘 박
하늘 박
하늘 박으로 푸르러 가는
거름내인 냥 잘 크는 포원


여운

텔레비가 지고나면
뒤가 덩그러니 남는다
아무리 속 깊이 들락거려도
뒤안간은 그 눈감음에 살아나지 않는다
비가 뒤안간을 다 두드리며 털 때에야
삶의 문이 눈 비비는
일생을 통틀어도
이렇게 두들리며 친숙해 갈 뒤안간이
우리가 닦는 대청만큼이나 투명하다
평상의 다리여 !
여름날 그늘의
관절 아프도록 올려놓은
휘어지는 허리라 물러나느뇨
이젠 바닥의 현기 도는 광택을 떠올리자


허깨비 같은 내 가슴에도

나의 일생은
허수아비 짚으로 엮은
모든 이의 심정으로 영그는 이슬로
온 몸으로 젖어 들어가며
버림받은 자처럼
입만 히죽거리며
속없는 듯이 넘어 갈 때
주변 의식 없이 바스락거린 들쥐
얼음판 밑에서도
겨울 끝까지 잡히지 않는
반에 반을 가리워졌음에도
생동감이
지하 속 같음에도 반짝여 나오 듯
심장에 들이박히듯 한 생의 몸부림
마른 짚단의 통심엔
소원함도 아니요
썩어 문드러져도 조급함이 아닌 방문객


낙엽

우리의 영혼은 어는 도수에 해당시킬까
이 잎새 하나의 그 녹록함으로 비추어
진 다 빠져 물들어 가는 시점이 0도다
우주의 환상
메마른 우주를 타고 왔을 손금
오존의 행성으로 윤택하다
거친 우주에 놓인 심장으로 돌아가는
그 길의 선명한 길을
제대로 밝혀 펴기도 하고
응고된 묽음이기도 하고


그리움

눈은 겨우내 녹아
가을 내 뒤척였던 생쥐의
몸부림을 두드리며 허전해 간다
우리의 궁상했던 동공을 두드리며
골방의
집 떠난 실업자의 거적대기를 두드리며
일깨운다
나의 생쥐
나의 생쥐
내 가슴도 그렇게 떠올랐을
이 텅 빈 콩깍지 같은 시간을
눈이 녹으며 두드린다
너의 그 부석거림
안개 꽃 헌정
꽃날에 안개이더니
꽃날에 안개이더니
그대 손목에 잡힌 것이오소서
세파의 충동이 닿기 전에
온정이 물들기 전에
접힐 듯 접힐 듯
달을 펴기 전에
입술조차 붉기 전의
목련같이 하얀 초여름의 아침 같이
앵무새처럼
따라오다
따라오다
흰 별들처럼
난 당신의 애오라지 그리 남았겠지요
어머니
어머니


장독대

감고 장독 익을 만큼 붙어서 산 놈
하늘의 태반으로 살 때는
둥글디 둥근 받침대
땅의 태반(胎盤)을 열 때
네 귀퉁이 여는 꽃받침의
이 꽃 한 송이의 선물
정녕 당신의 거칠어진 손마디에도
당신에 더 할 수 없는
꽃에 대한 꽃의 보답입니다
장독의 꽃 받침대
당신의 인생의 줄기를 생각해 보십시오
이리 알알이 부풀음에
마치 벌 부리처럼 쏜 듯
된장 찍어 맛보아 온 향으로 말입니다




때는 아침이 밝아도 질긴 데가 있다
앞 훤히 트였어도 망사가 있다
그래서 늘 새벽부터 끈질기고
아침에의 기대가 부리 턱에
너의 뱃심부터 아니게
밤 지새우는 사람들과
잠에 겨워 고개 길인 사람
한 참이나 멍할 시간을
넌 그나마 기다린 자의 탄력으로
목청껏 내빼주려무나
먹청껏 내빼주려무나


2 월의 비

때와 장소는 헤매는 곳에 있는 것 같고
비는 수직으로 강단이다
그 무슨 해체품에서 일어서려는 건지
소리는 완전한 조립품처럼 일어서지 못하고
왠지 알 수 없는 거푸집처럼 두드러 맞는다
죽은 붕새의 갈빗대가 맞는 건지
소리의 복잡 미묘함은
왠지 하나를 적시며 간다




이 폐품같은 구석에
꾸깃 꾸깃 일어설
구겨져 가는 자존심을 일으켜 세우며
누구나 학 하나나 접을 마음의 빳빳함을 세운다


어둠

우리의 눈빛으로만 따다 넣지 못하는 것임에
열린 꽃의 묶음인 체 골목을 돌아서는
선물
방문
과학적 상상으로도
지금까지 무수히 별을 가져다주건만
네온이 그 물상시간 현란하게
화환처럼 좇아 듦에도
내가 눈감아 총총하고
하늘도 눈감아 총총하네


해바라기 씨를 까며

난 염라국 상머슴
극락행 바라보며
달콤함에 빠져가며 챙겼을 디스�마냥
자판에 차곡 차곡
의심많은 인간에게 가당치 않을
자판에 차곡 차곡
채워나가기 바쁜 그 희열감을
선행으로 드밀며
한눈 팔 겨를 없이
알알이 기억되는 교감으로
새벽 찬 공기 헤치며
태양이 밝아옴에 발맞춰
뒤처지지 않는 성심으로
무릅 꿇고 앙망하며
흐트려짐 없이
지향할 수 있는 받침으로
남과 내가 음미하여도
고소 할 수 있는 충실성으로
한 층 불타길


궁극

어찌 봐서 철저하게 버림받은 외톨이
이 으쓰러질 것같은 압착에
신의 탄력 있는 손바닥을
여실히 느끼게 하려 않았는지
관절이 마모되고
집중력이나 겨우 찰까 하는 주식(主食)
그져 오늘 보아올 만남에
더 한 층 진을 다하고
마냥 해골이 웃는 주체로
티끌 하나라도 다 털고 나갈
한없는 인욕의 대가로 흩어질
그 맑음에로 고통이 마주치다 감에
가을 하늘은 해 거듭 볼수록 상쾌하려 들고
이 감촉이나마 살아 감아올릴 듯하고


자각

나의 시여
별 볼일 없는 시간에
별 볼일 있을까 하면
강 가로질러 헤엄치다
중간에 오도 가도 버거운
그 다급함으로 출렁이는 파장
나의 시여
별 볼일 없는 놈의
그래도 움츠린 소명이랍시고
기둥을 드듬다 드듬다
가랑잎처럼 살랑대니
나와 같다는 바람의 철학
나의 변덕에도 익숙해지는
무책임에 대한 두려움은 코앞에 있고
별 볼일일까 하면
아이들 소꿉놀이에
내가 순수해 진 듯 길목을 움켜쥔다
참으로 사는 게 뭔지


잣나무

꿈이 어찌 눈에만 맺히랴
뱃속에서도 제대로 꾸어보자구나
밤나무처럼 움켜쥐지 않아도
유랑시인의 싯구엔 먹혀들지 않았고
달콤한 말도
범생에 희석시키며 광야를 달리고
사계의 굴곡을 은은하게 함에
무더운 여름날도 기가 꺽이도록 깍아서는
덜 성숙된 학동들의 푸른 관모에서
대지가 음미하는 복중
비정하고 못된 일상도 있음에
이 담백한 맛이걸랑
이에 따라도 경솔함이 근접치 않는
알짜배기로
어제 구워 먹은 돼지 뱃살 맛
희생의 테두리
대지의 상처로 맺어 온
대신으로 배어 커는 것이길


개울

개울을 바라보면
난 나비처럼 하늘을 퍼덕이고 퍼덕이다
지다가 만 몸둥이만 남아
늘 등에 세운 부담이더라도
몇 갑절 날개이고 싶다
개울을 보면
저 하늘에 적셔다 꺼집어낸
투명한 날개 찬 듯이 나 또한 높다
이 막다른 문 앞에서
그나마 주지 않는다면
그래도 맏형다운 울타리의
헤파이토스를 욱박질러서라도
만들어 단 자유이고 싶다
응력(應力)
우린 일이다 이다
재물에 질질 끌 듯
끌리듯이 살고
한 티끌도 하나 둘이다 무게가 된 것


이성적 욕심

이념적 갈구에도
중압감을 간파해
무의식적이라 할 수 있는 찰라의
물체는 더 냉정한 문턱의 치장
주저앉는 악다구니로 셈
성상으로서의 분별
우린 자기장(磁氣場)에 먼지처럼 일어나는 쾌락




그대 평생 익었다 하나
보름 익은 놈한테 야문 짓거리 못 봤네
하루도 못 걸러
부초가 된지 옛적
아이는 그 키에 재다 커
걸러 가는 젊음이 달 가듯이
주체가 닮아 감이라
오도가 일순이라
밭 갈고 보리 심는 촌부
왠 뿌리에 매달려
벙어리가 된지 오래
더 타 들어 익는 시간대 속에
나그네여!
떠내려가건만
흘러감의 운치로
정자(亭子)의 갓을 쓰고 갔을꼬


추상

추상이 좋은가
달리기 선수의 당긴 일초를
추상적 거미줄로 고정하고
맹목성을 공간화하고
격렬한 수작을 부렸으면
일의 개념까지 갈걸
우린 최선껏 비우지 않은 마디의 여백이라
광선의 땀샘에조차 들기 힘들고
추상적 감각에
음향만 구비 구비 들먹거려왔구나




길의 몸부림
잠 많은 밤에 적셔
머리칼의 전송
머리 흴 때쯤 잠도 줄고
논 피 뽑으며
갈근 캐며
허리 제대로 펴지 않는 유추에
희게 피어오른 등고의
이름 모를 풀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변덕의
총총히 피어 난 풀들의
이 많이 다져진 길에
덤벙댄 듯이 들어 선
나그네의 객취로
모근의 뿌리는 들녁으로
황금으로 배어 나오는 길이기도 함의
그리 온천지로 번져 감에
붉은 단풍도 물들이다 나오고


가짜

우리의 실상이
(그기에 있는가 보다)로
더 이상 내려오지 않는
본래 인연이 먼 것들인데
억지로 와 닿으니
가짜로 보일 수밖에
심심 산천 발길도 못 닿은
토굴 같을 지인데
인연법의 거울은 맑아
더 이상 잘 봐 주면 그게 더 이상도 하지
허상이 허상으로 떠남이
더 홀가분한 것을


자부심

한 편의
그대의 성공에 대한 성취는
자신을 꽤 어른스럽게 올려놓는다
그래서 그대여!
그 과정을 높이 사
자연스러움마져 놓쳐가고
한 편의 그대의 실패에 대한
좌절에 남은 자취로는
오히려 왕자의 고행을 인식하게 한다
이는 자신의 어머니의 믿음에 대한
전신과 같음을 느끼기에
이 대지가 헌신적인 귀족성을 많이 내놓는
그 자만을 많이 보아가네


승화

못 미더운 성숙에 있음인가
저 뫼구름
볼살처럼 살오르다
상천(上天)되듯 말라가길
이 도시까지 기대온 그 느낌으로
우린 그대를
그렇게 보아가며 살며
야위어도 화기가 도는 빛의 승화이길


기척

가랑잎에 비가 스민듯
새벽이 일어나
가랑잎에 비가 스미듯
나 일어나 떠나고져 함에
두부장수 딸랑이에
또 깨어지는
어시장 경매종처럼 실려가는 속셈아!
내일 다시 모듬이 좋은 범종소리에
그래도 몇 발짝 묻힘에 일어나
바스락 바스락


백야

눈밭 길에
달빛이 고혼을 부르다부르다 떠난다
산산이 흩어진 기억이여!
타다 타다 타지 않은 뼈마디로 서려
부르다 부르다
눈보라가 바위 매칠 듯이 남고
남은 흔적 위로
쌀바구미처럼 배를 채우며
운명의 해후를 먹고 산다


감응

그대 나의 시맛이면
낙엽이 붉음에 뒤척임으로 나온 것이 듯
부시럭거림으로
어쩜 내 옛 열정을 파며
겸연쩍은 바람보다
거리낌없이 뒤집는
도리어 내가 그대 기척을 들을 감촉만
살아 있다면 진정 내가 그대의 시리라
그보다 더한 질감성이 있어
나 재가되어도 아니 뒤척일지라도
그대여 !
혹 무쇠로 달은 태양이였기에 놓아버리는 것을
뜨겁게 내놓는다는 착각이 아니길


가을비

가을의 소리 소문 없음에
억척스러움은 더해 비가 한번 더 왔다
풍요로움에
한 품을 내줄 수 있어
함구로 젖은,
거리의 떼거지처럼 지척대게 해
보헤미안의 역경을 이야기하고
낙엽의 바닥을 끌어 올려
그 깊이의 굄대 위에
수평의 턱도 무겁지 않는
푸르도록 다시 사는
푸르도록 다시 사는
봄이 심연으로 떠올려져 있는
연꽃에로의 상기된 비가 한번 더 왔다


문풍지 소리

바람이 불면
문풍지는 저 바람이 죽은 살처럼 떤다
저 하늘의
청어 떼만큼이나 활기찬 유영
천해(天海)에 푹 담구었다
얇게 떠올린
우린 햇살 타고 상류로 오르며 쉬는 연어
어데멘가 와서
죽은 제 살 떨며 떠나는 곳에 있느뇨


눈(眼)

눈이 꽃 보란 듯이 한다
저려 밟히고 저려 밟히고
하여 내 심장의 피는 더욱 짙어져
맨드라미가 다된 살발림 같아
또 가죽을 하사 받고
눈이 꽃 보란 듯이 한다
새벽이 서리로 치닫고
눈물은 정처 없다하지 못할
이슬 또한 찬데
안개가 꽃 접는 사랑


후덕(厚德)

꽃이 지는 이유
비맞은 뒤안간의
장독대의 목까지 진실의 태반(胎盤)이 되는
떨떠름히 넘어가는 창해의
미역줄기 같은 질긴 한숨에
장찌의 저림을 잠시 비추어 줬을 뿐이다


말의 유희

요즘 이유 없이 화는 치밀고
짜증은 도를 넘고
이나마 통로는 없고
기왕에 치밀 바엔
기와 지붕 치미에
먼 산 바라보며 치밀자
고개 살짝 든 치미
기왕에 치밀 동형이면
좁은 울을 넘고
과실나무 사이 헤치며
우리가 떠나왔던 벌판으로
날자
날자구나


체온

차갑다고?
무디어 보인다고?
가을에 볕이 든 만큼의 미소겠지
어느 새 불쑥 자라 커보이 듯
지쳐 누워 바라 볼 즈음의
꽤나 높아 보이는
나비넥타이의 태양이겠지
사이에 까치집의 깃털


나무!

그 불타는 족속의 퇴색
질 때에서야 본색보다
내 몸은 뜨겁고
애가 되어 간다는 것
저 벼는 고개 숙여
뭔가에 뭍힌 듯이 함께 굽는다
젊음이여 !
직설적이고
당당해 보이고
그에다 속마져 차 보이지만
턱도 물러
이 누루끼리 하고
고개 수그린 곡선을 안고
순환의 법칙에 속 야문 기색은
진정 떨어질 그 무엇인가
어머니 등뒤에서 고개 묻힌 생각의
얼려 발뿌리 가벼워진 일생을
살아온 것임을 깨달을는지


뜨락

화단에
소녀는 맨드라미를 되 뇌이며 익히고
어쩌면 맨드라미
되 뇌이다 되 뇌이다
더욱 짙어지며 백의의 천사를 물들인다
절명의 순간까지
비린내 넘쳐가며
적셔가는
꽉 채우는
인간의 잉여되는 고귀성이
찌는 듯한 열성에도 무던함을 보이는
생명력을 위하여
농익은 여분이길




밤길 도량을 두렵듯이 한 바퀴 돌다보면
미혹된 수수께끼의
난해성을 낯 숲만큼이나 엉켜 붙였다가
드내미는 것이 꽃이오이다
그도 모자라
햇살 따가울 때
잘린 절벽 안에 들다보니
연화의 잎이 떠난 것이였더이다
물거풀
뜨물 끓여 구수한 맛으로
남과의 동화를 끌어들이고
인간애의 자각이
어찌 그리 구수하게 두리둥실일까
별 바다 그 찬란함이
앙상함마져 차고 나옴에 있어
물여울로 별을 씻다
인간으로서는 얼어버릴 마디
뜨물도 착란일세라
뜨물도 착란일세라
들 바래기를 넘어
부연 하늘에 독하게 썩힌 듯
이해심이 그리 삼킨 듯
아니하는 술은
아픈 허리 씻을까 약주라 속힌 듯
나 또한 어울려 들 듯이 하고
채색으로 넘어가듯
하늘의 광택으로 지상의 목태를 감고 간다
느닷없이 얼굴 붉어 흉스러울까 하는데
풀도 녹아 이해심이든가
녹내장처럼 살아나고
흑인의 연가같은 노래 위로
식수원 맹하다고
골프장 지독히 마르는 뜨물의
구수함을 끌어넣은 넉넉함에 혼합된
백내장처럼 눈 떠나가는 무책임
아 ! 모처럼 나도 독히 두리둥실
살고 이래 살고
이리 놓아 두리둥실
한 생 편한 듯이 부현
물거풀을 끼고 살았음이
강물아 너는 한사코
내 뼈가 아려도
뜨물도 안 나는 별을 치댄다


지구

이 지구 하나라서 아름다움인가
아니 둘이라서 아름답지
손가락 낀 합심이라
뭉쳐진 도톰이라
양뇌로
도토리 모자 쓰고 다 충적된
어느 하늘 가지에서 떨어졌겠지
뭍이나 시(市)나
연인은 안고 돌고
진정 애뜻함에
지구는 비를 축여가며 야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