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소금쟁이

narrae 2008. 1. 5. 00:38
소금쟁이

소금쟁이 신발짝
달마에 주었다 말았다 한 신발
천상에 턱걸어 놓고 걷는 폼이
갈빗대 하나의 창조가 있은 듯이
신발 하나로도
천중에 바리바리 껴 신고 내봐라 한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천상
지나는 자마다에 신발 한 짝 줄까 하는
허나 아무나한테 주는 것이 아닌듯
유심하기가 뚫어지겠을
하지만 잘 좀 봐 주시게나
너무 그렇게 유돌이 없으면
꼭 종살이 머슴같아 보기 좋지 않구나


사리

바닷물이야 사리가 있다지만
東波여! 사리가 있는가
캇!
꼼짝 말고 그대로!
東坡여! 사리가 있구나


손바닥 금도 눈핏줄

멀어도 손바닥 보듯이
눈독 오른 수리가 충혈된 핏줄이듯
줄기 두드러진 듯 퍼짐의 강줄기
지평선!
참 눈알도 좋다
바람이 호~! 부는 길에
돗수리가 제 눈알로 박아 지켜본다
혼자로도
수리를 다 채워 든 독수리
떨어져도 받쳐줄 것 없는 곳이다가
호수의 눈으로 들면
제 날개를 보다
제 눈을 보다 아차 싶어 돌아 날으는 길
손바닥이다 싶을 때
우리의 눈인 것
뜨나 감으나 나르고 마는
독수리 눈으로
땅 바닥에 벌레 보는 눈알로
알 맞대어봐야
크기에 쏠려 톱니가 물릴 것이 아닌
그냥 작든 크든 한 눈알로
내가 네
네가 내


등애(登崖)

그 걸 알기 까지
저 안개 바리바리 떨어지지 않고
지워버렸던 것
자꾸 밤길을 가다 별을 보아야 하는 것
주막집에 동동주 한 그릇 채워봐야 할 것
밤은 밤인 것
밤으로서 지우는 것이
아침에 발발이인 것
또 미끄러지지 않고 동동주로 푸는 것


개윷에 어제 뱉은 모는 달리고

윷 다 나온 하지의 정오이듯
뱃살 있는 놈은 배아를 다 심었을 때
어젯밤 술 거나한 잔에
발 빠른 말에 말을 더하기가 여러 번
개에 머물렀던 저 안개
말 타고 잘도 문 연 길을 달렸는데
저 하늘
문인 것도 확실하고
싹 닦은 것 감쪽 같은 것도 확실하고
산 봉오리에 걸린 신선구름
개윷에 어제 뱉은 말은 달리고




저 구름을 다 땋은들
그대와 나 사이의 미로에는 다 닿을 수 없는,
아! 머리칼
어쩐지 내 몸에 왔다가
내 마음에 닿지도 못하고
하얀 구름의 실체만 띄고 나갔구나




아! 내 시선이 외롭구나
산은
이 허공에도
외양간이듯 도통했고
난 외양이 못 되 그리워 하는구나
아! 여울가에 골골거리는 바위 틈아!
어느 手相보는 자의 대답의
동그라미 친 주지선에 얇아진 풍선과도 같구나


둥동주

동동주 한 사발에
땅은 한 거죽 더 입건만
달은 동동
사이로 떠 받는 냥에
기러기가 정연히 가로질러 간다
참으로 한심한지고
숭늉만큼 띄워주면
동동주 박박 긁어
동동 떠가는 것들
그대 속 태운 일도
이 골짝 깊은 곳에 일어
구수하게 끓어 줬거늘
사랑의 노래 꽃보다 진하게 피웠거늘
동동주 긁어 동동 떠나는 그대는
차마 속없는 길 같아 달덩이 같네


선풍기

선풍기가
심산유곡을 소나무 가지로 깨니
솔바람 같기가
도시의 한 구석을 쓸고 간다
웃은 것도 없고
울은 것도 없는 것 같이
산에 남으면
신선도 머무는 것
왈가왈부 입냄새


꽃밭

팻말이 영산홍이라고 한 다음에야
그대가 꽃밭임을 안
늘 보아오는 꽃이지만
보아온 듯이 봐온 것이
그대임을 몰랐구나
곁눈질이였는지
늘 항상심이었는지
눈주목은 피어 있고
쫓아낸듯 눈총 뜨거운 대낮
살뜰히 맞을 사람은 한 사람의 연정


순발력

얼쩡대는 모기
내 젊음과의 싸움
내 순발력과의 딱지치기
참으로 남은 것은
두껍게 늘어붙은 허망같음에
뒤집기가 있는 것인지
바다 한 복판으로 눈감은 것
철썩이기 바쁘게 가로 발뻗기
어쩐지 방 한 바퀴씩 딩굴딩굴
몸부림치던 그대로의 것이 아니든가


뽀득뽀득

거울은 얇아도
적막의 깊이만큼 뽀득뽀득 찾아 먹는
그 녹은 물기로 미끄러져도
뽀득뽀득
비친 그림들이란 것이
그 입체감이 눌리면 눈이듯 소리나는 듯
뽀득뽀득 일어선 것이다
세상사 다 눈의 구조물로 이뤄진 것이라고
얇은 판에도 입체감으로 살려 놓은 것
물로 비비면
다 눈 밟은 듯 뽀득뽀득
눈은 바닥판인데
그림은 그대로 살아 있는 테두리라고
뽀득뽀득 딱아세우는 것


결명자 사랑

눈으로 봤다는 것
그냥 본다는 것
그냥 스쳐 지날 수 없어
꼭꼭 심었다는 수준
그래 그것이 결명자 사랑
사랑눈밝이 차
은근히 길가 숲이 진친 것
여름날
빠지지 않는 찻길에도
차분히 찾아 맞출 줄 아는 살랑빛
그토록 눈길 깊은 사랑


사는 게


사는 게
항아리 때우는 것 같이 하다
모자이크 한 융단 만드는 것

사는 게
기타줄 같이 때우다
심금을 놓지 못하고 우는 것

사는 게
두통 끝 어느 벽화 끝에 머문 듯 하다
우수수 떨어지는 것


싼 맛

누군 치켜 비싼 맛에 산다하나
난 깎아 싼맛에 산다 하리
사는 게
싼 맛에 통풍도 안 되는 골방에
선풍기같은 답변을 내놓는 것
그댄 산 것 같이 살고 난 싼 것처럼 사는
다 느끼기 나름의
지옥살이 같기도
소명이니 자명한 것 같기도
살아 가면서
버려질 즈음
버려야할 시점으로 담금질 같은 맛


곡차와 술

술이 곡차라니
마시기 전에 다 예술이 되었구나
그대 예술의 시발은
어디에 들어 어데로 나올 것인가
좀 허트려지면 어떠 하리 하는가
이미 곡곡(穀穀)하는 시절은 벗어났으니
이젠 곡(曲)이 어떠한가를 보일려나
술이 그렇게 세련되었던가
허기에 겨우 메울 참이 그나마 곡차를
그나마 잘 봐준 갤러리라 한판 어울렸는데
골프도 갤러리라고 봐준다 하는데
술 마시고 골프치면 잘 된다든가
어데 늘 그렇게 봐 줄 수야 있으랴
담배 끊는다고 입에만 발리더니
세상법이 끊으니
할 수 없이 끊어지는 굴레
법법 불법(佛法)이 입에 발렸으나
세상법이 그대 섭생하나를 구제했네 그려
곡차 곡차 하지 말라
부잣집 헛제사 지네 듯
배부른 돼지살에 더 얹어 곡차라는구나


판치생모 (版齒生毛)

새앙쥐야 판에 이빨자국 내지 마라
그 사이 네 털이 석자나 났구나
百家를 다 뗀 평평하던 판자
상처난 배상을 받으려고 찾아가니
수염만 석 자 쥐고 흔드는 폼이니
또한 수염 석 자 무슨 연윤가 아니 찾으랴
판자에 흠만 났다 대어들지 않았더냐


눈밭

눈밭엔
언제나 자신이 찢어낸 몸부림으로 돌아감이 있다
눈밭일 때
바람이 울부짖음은
왠만한 소근그림으로는 녹일 수 없는 것에
노인네 양지벽에 기대어 녹으면 함께 녹을려나
허나 그보다도 더 꽁꽁 얼어 붙어
문 닫고 들어가게 한 것
조금이라도 풀릴 기색이면 눈옷이 타지는 것
세상에 한 일은 웃은 태양 쪽으로
찢어진 옷은 바람소리로 터진 것인 줄 모르다 간다


칡! 한 점 머리로 오는 것

겨울에 기다려 지는 것
마치 삼각관계 같이
하기야 마음에서야 다각 관계가 아닐 수 없는
그래
이미 흰 동자에 점안의 찰나만 남은
이 때를 기다린 선택인 냥 몰려든
어쩌다 질투의 화신을 멀리 도망쳐 온 듯
부제(副題)를 못 벗어나는 것으로
거울이기 전에 겨로 덮어쓴 콩깍지 같은 것
눈 뜨기 전에
매몰찬 것들 다 숨박꼭질이듯 돌려 보내고
얼어붙은 듯이 두려운 눈빛으로 살포시 눈 떠 본다


토끼

내 말 끝은 해조류처럼 흔들리고
뿌리는 돌의 육신으로 하는 것
어쩜 내 오장 한 덩이의 언어로
네게 다시마 한 줄기 씹게하는 것이라면
토끼가 입술이 갈라져 붙지 아니하니
해와 달이 터인 듯 나오고
그것만으로 깡총
뜨고 짐을 안중에 없는지 모르는지
그래 사는 게 깡총깡총


살이와 사리

거울 한 판대기 ㅣ
그로 살이라면 살은 이
허나 허수아비가 아님은
사리가 되어 ㄹ이 박힌 것
요만한 理는 찾은 것일까
이가 리가 되어 듦에 있어




누가 내게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느냐고 한다
저네들이 보기에 백척간두에 있는 것 같단다
하루에도 날 새니 얼음 녹은 듯 평평한 것인데
내겐 어쩌랴 날 섰으니


거울 3

전기나 전자도
간 것도 없고 온 것도 없는 것이기에
모든 것이 나타난다
전자나 전기도
간 것도 온 것도 없기에
과거도 잡히고 미래도 잡힌다
거울 속 반사라진만
모든 게 반은 사수한 면
거울!
전기로 이룬 것
전자로 박힌 것


오징어와 땅콩 2

아! 시가 설 익는구나
아! 시가 꾸득꾸득하구나
그래도 저 하늘 물치
땅을 반죽해 꾸득꾸득 일어나니
저 바위
향기의 차원에서 말하라면
그도 현미경적인 차원이라도
들내나는 향기는 코를 스치고
땅 한 번 갈이에도 일으켜 세우는
저 자갈밭
오징어와 땅콩처럼 내놓는 것
억!
억!해도
씹는 순간으로 넘어간 연대기


오징어와 땅콩 3

포커페이스
발효직전의
김치넣기
치즈넣기
웃음으로 땅! 하는
평균률 김치타임
시골집 마룻벽에 걸린 빛바랜 흑백 사진
누렇게 먹어든
뒤집어봐야 높이도 깊이도 아니 준
한 장의 의미로 얇은 평균면
흰 오징어 뱃살
누렇고 납작하게 말린 듯 내는 것
김치~!
오징어와 땅콩


흰 무궁화

목련이 전래할 것
기둥목 굵게 빠진 밤 하늘에
저 신화의 부각에서 빠진 우리의 사랑 이야기를
저 성좌처럼 불어 넣은 것
연꽃이 깊은 못의 박힘을 대신해 피어난 듯
흰 무궁화
내 목련이 커피빛에 잠긴 것에 수면으로
별의 무궁화


조약돌 2

세월은
조약돌을 두고 제 배알이라 한지만
물 거두고 나면 누구의 것도 아닌 것과 같다
저 아래 하구에서도 알 수 있는 것
조약돌이 말한 것이 아니어도
흐르는 물이 조약돌을 말하는 입이
시간을 건너 뛰어도 한몸이듯 알게 하는 것
시간 위에 있는 것
우린 조약돌이지만
물의 동시성에 신비감을 안고 사는 것


다 나만의 명맥이라는 것

다 나만의 명맥이라는 것
오징어는 먹성으로 들어오고
그 몸은 입성으로 들어 온다
우리의 정장으로 말끔히 웃는 모습은
여울에 조약돌을 살랑살랑 간지리며
맑게 흐름을 노래하는 시원함과 같음의
우리의 모임 한 판
날씨가 좋은 지경과 같음의 화창함
그도 잠시 귀먹음과 같은 곳에서
오징어는 먹물을 뿜어 대고
투명한 뼈심지는 어데 도망가고
화장터 영기(靈氣) 짙에 뱉은 길
우리 눈에 먹물만 보이는 길로
오징어 뼈다귀 같음만 빠져 나간다


다음

여치가 구석을 구성지게 하는 다음에야
저것이 시간을 비비는 것인지
시간 외를 비비는 것인지
가까워도 아득해질라치면
마치 나는 구름의 몸으로 걷는 듯
아득히 먼 듯이 들리게 하는
지구 밖에서 아련히 아름다움을 보았듯
삶의 아름다움을 은근히 놓치 못하게 하는 것
어느 덧
달에서 지구를 보아 온
그러한 다음이기 때문이다


골목

어떤 전설의 기억보다
비유보다
내가 살아 가는 이 골짝은 깊다
달은 산 짐승소리와 함께 을씨년스럽고
거친 야망과 음흄함이 내재된
그 인간만같아 보이는
로마의 신의 자리 아니 잡힌 듯
골목엔 불량기 학생들이
남녀 궁성이 맞게 어른을 몰라보고
다이아나의 반달도
그 기대가 오르락 내리락


소리

이 소리가 울림 속이 아니면
겁을 쳤는지 모른다
이 소리가 울림 속에 들면
또 우리의 웃음을 띄우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소리가 울림 속에서 트지면
저 별도 들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못 들었을지도
별 마다 달팽이 관으로 둘러삼키면
너무 말아감이 지나쳐
늘 울림 속의 항상성이 있는 심장으로
빛나게 하는 것


너!

넌 마조히스트
넌 솔직한만큼 울타리 두껍게 옥죄어 드는 것
넌 입이 자유로운 것만큼
허물은 거북이 등을 이루는 부자유
넌 마조히스트인가
아니 그리 즐겁지 아니 할 테지
그 성품에서 글이 나오는 것이요
그 성품에서 어델 가도 환대를 못 받는 것
말은 정직할 수 있어도
호리병 목구멍처럼 작아지는 것
밀랍처럼 두껍게 바르는 등뚜껑
거북목에서 용이 나는 것의


일탈 2

어쩐지 쪼아봐야
글은 남고 내 명만 줄어드는 것
참으로 삶이라는 것
저 안개 산 중턱에 소매 걷어붙인 듯
날 가게 하는 것이요
그래도 글이란 것
저 산이나 나나
크게 어긋남 없이 멀뚱하기도 했던 것
뭔가 아롱짐 속에
온갓 꽃들이 다 피었던 것


동시적일 뿐인 막

어떤 땐
빈 속의 메스거운 깊이가
밥 한 끼로 새물 끼얹 듯할 때가
동치미가 마늘을 풀어
사기그릇을 채워 나온 듯이 하는
어쩐지 살으니 죽으나
이 하늘의 깊이이듯 하는
이러다 높지도 낮지도 멀지도 않는
앞뒤도 아닌 옆구리이듯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는 것은 아닌지


달동네

저 언덕이 달동네라고 하는 것
다이아나가
총각이 가난하다는 데서도 밝고 훤하게 안은
세월이 아무리 빨라도
활 시위 한 번 당기면 꺼꾸러지게 하는 것
마음이 젊다는 것
판자 지붕 다 껴입은 시간을 우습게 안 것
순수함을
늘 동화하게 하는 고귀함으로 지킬 줄 아는 것


비 오는 길

비 오는 날
차가 찍찍이처럼 붙여진
이 숨 멎은 듯함을 떼어가는
때가 때인 만큼
바쁘게 지나도 좋을 것 같은
일회용 반창고같이 뗀자국이 남듯
왠지 난 그로 말라가고 싶은
썰물길 따라
모래 사장이 열려가는 것이길
왠지 먼 항해길의 배가
모래 언덕에 끌어올려져
사막의 극치로 사라지고 싶은
산다는 것
자꾸 붙일수록
그 생명력이 어수선한 메스꺼움과 같은 것
어느 쪽으로 떼어야함도 모른 채 있는 것에서
차 바퀴에 붙여 내고 사막을 찾아가는 것


솔개

말이 바람이어도
하늘은 개인 것
말이 바람이어도
다 구름모양처럼 알아듣는 것
아무리 화가 나도
개임의 끝에서
모서리 구석마다 꼬리 살랑이듯 바람인 것
솔바람이 하늘에 응개지면 솔개의 날개
하늘을 선회하며 바라볼라치면
아! 복날 영양탕이라고 잡아 먹는
이 개인 날
자외선 가시광선 꼭꼭 잘 공군 것이라고
영양가 만점의 것으로 불피움을 보는 것


이글

피라밋 가슴을 허물어
생사를 돌산인 냥 깎는
삼각산 꼭대기가 무상의 도를 넘을 때
독수리가 씹는 것
독살이 혼자서의 수리
의식을 넘어 선 말라식의 맛을 알은 듯
썩는 과정도 살아있는 식(識)의 맛이라고
識을 말끔히 정리하며 당겨가는 것


말라식: 의식이 없어도 識이 있는 경지
말라식 다음에 아뢰야식이 있음


알바트로스

알바트로스가 골프공를 건진다
알바트로스가 알바트로스일 때
알을 건져간다
따가운 햇살의 시선에 머물지 않는
구름조각을 물어 채운 깃으로
더 능동적으로 가삐 가야하는 것으로
모든 도는 것에는
채가 담은 정유성(停留性)을 꺼내어 보이는 것으로
바퀴 울타리로 하는 것
돈 것 자체를 벗어나며 한 원상의 질문
든 것이듯 던져진 것으로 나와
테두리를 돌듯 날개를 부상해 보는 것



양파 2

글이란 것
말 많아서 좋을 것 없는 세상에
말 많아서 좋게하기 힘들고
글이란 것
분별해서 좋을 것 없는 세상에
분별해서 좋게 하기 힘드니
양파는 희어도 싸매고
입냄새를 멀리하는 기세가 매운
인문은 두리뭉시루함이 좋고
물리는 예리함이 좋으니
사교성은 외진 골짝에 금줄을 치고
상전(商廛)을 이룸이여!
식구가 괄호나며 언저리를 이뤘네


선주목

눈주목 땅에 엎드린 것
선주목이면 눈알이 나온 것인지
고것 참 동글동글 잘도 다듬어 졌다
어쩐지 청맹(靑盲)인가
꽃이라도 피면
눈에다 맺힌 것이라고 쏟아 부을 걸
선주목 눈 튀어나온 것 꽃이 없으니
어찌 저 별을 따왔다 하리


전위(前衛) 3

천둥 쿵!에
내 모서리 찾으나
천둥 쿵!에
네 모서리 찾으나
내 것이라면 네 것의
네 것이라면 내 것의
천둥이 치는 듯 하나
뭉킁뭉클 안아 품고 울려가는 것
그 심사 그대가 울고 내가 울고
한 천둥에 솥뚜껑같은 것
고요해도 한 뚜껑같은 것
어느 곳이든 내 심장이 감친 만방의 중심
저 우주의 태엽에 똘똘 기울인 융합
만나는 자마다 전위의


바람

나도 바람일 때가 좋긴 하다만
미풍양속일 때는
어쩐지 날개짓 좋은 붕새로 끌어모으고 싶건만
해파리도 독을 쏘는 것 같은 뉴스
화생방 잘 갖춰진 무기 아래 굵어가는
바다 속의 난적처럼
바람 참 시원하기도 하건만
그걸 수 놓을 때는 왜 이런 모자이크인지
역경은 셀수록
마음은 강철 같아짐 또한 역겨워지는
보다 더 무자비하면 왠 해설법이 다른지
순간적으로 나오는 예술적 감각만큼이나
보다 진실성을 넘는 절실함이 더 박힌 말들
예술보다 더 진하고 더 갈망하고
심지에 가까운 열성 때문인지
빠른 파상력 때문이지
선악의 원성으로 먼지를 일으키다 감에
예술은 불미성과 혼잡스러움에도
위대한 잎사귀를 강렬하게 칠 할 수 있다는 것으로
결국 원망의 혼재 속에 고요히 떨구고 마는,
내 그대 앞에 나뭇잎을 강조해 살랑대었으나
단풍물 들 때
우리의 감사한 마음으로만 얘기된 것으로
예술적 각성제로 천지에 부각되다 떨구는 것
이미 예전에 우리의 마음이 외면되었기에
어느 자리도 붙어 있질 않은 것으로
아! 낙엽이 쌓이고 쌓인 산일 때
굳이 두더지일지언정 바람은 아닌 듯
또 인류인의 한 사람으로 탯줄을 삼는 것
내가 너의 바람인 것이냐
너가 늘 미풍일 때의 벗이더냐
말하라면 차라리 내 땅개미로 말할 것이요
바람이라 말하기엔 침묵하리니
요구치 마라
입이 방정이요
창의도 가식이려니
나무는 무얼 움켜쥐고 겨울을 나는가


떡돌 2

찰떡으로 만든 돌은
깨기 힙들어 이끼가 붙어 먹음이요
나만 미끄러지나
바람발 또한 미끄러지고
바람으로 만든 돌은
떡돌이라고 하는데
모든 만상이
신의 덕이 깍지 끼지 않음이 없다고 하니
때리면 오히려 쩍쩍 갈라짐
맹아의 뿌리발조차 당신의 것으로 해
사람 독하기가 찰떡과 같아
어데든 갈대를 피우기도 하거니와
세월의 속삭임이 허공 중이라
번개가 발을 뻗어도 제 관절을 뺄 줄 아느니


떡!

바람이 안기는 중
돌이 떡 안고 보았는데
결국 떡돌 되었다
떡돌은 물의 논리에는 허술했던 모양
물만 먹으면 쉽게 무너지는 것
물심이 하니라 物心도 아니길
바람이 안기는 중
떡 안고 보았는데 떡돌
바닷가에
절로 무너져 딩굴음에 문어가 숨어들게 하고
해조가 살게 하고
긴 세월 떡 안기며 살게 하고
오늘 내 뱃 속 떡 조각 바닷물로 스다듬는다


조약돌 2

저 빛도 속이 있다는 것은
다이아몬드도
빛에 꼬집힘을 보고도 알 수 있겠을
그 깡물은 보석까지야 어찌 알랴만
조약돌!
그 수려함을 문양삼아 길티를 알리는
산수를 소행성처럼 담아내어 굳히기 한 판의,
물결에
손바닥을 친 박수 사이야 늘 이는 것에
납작 일다
그리고 살이 부푼듯
그리고 순식간에 응결 된 듯
깊은 인상을 부응해서 가게 하는 것


물비늘

비듬이 우리의 몸에서 나옴을 알겠지만
저 물비늘은 어데의 몸에서 나온 비듬일까
비름도 어쩐지 땅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봄날 아지랑이에서 진이 난 것인지 나물이요
백설이 비늘 답게 몸통이 아니 듯 비워갔어도
물비늘은 늘 영약에나 환이 될 듯이
물 한 모금에 우리의 영혼을 적시는구나


현무암

눈이 녹아도 현무암 발톱
원만성과 탐욕의 줄다리기 같은 것
흰 진화를 밝히니
검은 진화가 남음과 같다
북반구에서의 위트와 유머
남반구에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현무는 북방의 수호신
신은 검게 멜라닌을 주었으나
인간은 검게 고은 익모초조차 되질 못하는구나


양파만해도 큰 것

떠나 다시 돌아옴에
전생을 그대로 호도알인냥
우리가 깨어 나가게 함이
아이로 태어남이 면벽이기보다
보고 들음이 면벽인
세상 인연을 등졌다고
더 헐벗었다 말지니
전생의 텃밭을 입은 한 허울
오늘의 텃밭으로 두 허울
이 것 저 것 투명할 때
면벽도 없다고 하는 데
그래도 탐욕이 이는 것
보고 들음에 있는 것
절제와 베풀음으로 다할 것이지 못하면
나도 인간인데 하다 넘어가는 것


음영

비는 비일 뿐의
비가 한 線한다 싶음의
산과 바위가 물고기 입을 내밀고
다 실물로 바다처럼 들이킨 것
길에 발자국인 난다
오히려 들에 발자국이 난다
비는 비일 뿐의
발자국만 음영처럼 그려간다
아주 얇은 두께의 반사에 얹어진


귀퉁이

귀가 얇은 것만으로
像이 될 수 있음은
물 위 그림자의 두께
귀가 얇은 것이 듯
像은 맺었으되
귀가 두꺼운 것 만큼
물고기가 사는 깊이의 생존
물가 비스듬히 선 아카시아 나무
그림자 좋고
그늘 좋고


시험관

누군 세포를 갖고 육출(肉出)을 한다고 야단이지만
자연은 이미 세포만으로 영출(靈出)한 것
뭐 그리 과학이 획기적라고 야단인지
예로부터
시험관으로 통하자면 靈이 더 빨랐느니


세포

지금 혼자라는 것으로 편안할지 모르지만
아득함에는
언제나 두 사람의 영상이 있다
어쩜 그로서 내려온 것이기에
혼자라는 것
오히려 아득함 마져 없애는 것인지도
그리움이여!
저 먼 곳으로 애워가는 원추형의
닿은 꼭지점이 뭉클거림이 있어 알점 같은 것




부처가 돌로 보여
한 바퀴는 돌아보았는가
부처가 돌도 닫혀
우주가 돌고 도는 것
한 바퀴인들 돌아가 봤는가
시계(視界)의 교차점
무한 영계(靈界)의 귀납점
어델 매달은가
달리는 말에 매달았구나
관통은 두고서라도
잡아 붙들지도 못하여
겁겁(劫劫)이 멀어도
빠른 걸로도 잡아 하나이게 하는 것
그대는 부처가 부처로 보여
승(僧)이 못 미더운가
중생이 부처심이라고 하니
승보다 높았던가
나는 돌로 보여 나는 좋은 것
아! 1700 공안(公案)을 두고두고 타파하여도
시공의 주위는 대증적 거울만 드러냄이 아니구나
사방을 건너 뛰며 정신 사납게 하거늘
어찌 점 하나 찍고 관통한 것조차
쉽게 드러내 볼 수 있더란 말인가
차라리 부처가 돌로 보여 나는 좋구나
식어 좋은 만큼 그대에 들뜨지 않으니
땅껍질에 풀이 나듯이
우리의 대뇌 피질엔 망상이 솟는다
그대 실존적 몸부림으로 갈급증
우리 인간에게 본능적 책임감에
주체치 못하게 함의 것
그것이 평온하게 하고
뱃살을 키워 느긋하게 한다 할지라도
출입적 표본이라고 말하지는 말라
다만 미소지을 뿐


판치 생모(版齒生毛) 2

2 차원으로 봐 판자이더니
패인 구멍을 봐 3 차원이로고
거기다 털이나
젠장 시간을 선으로 서려 먹는가 했더니
아예 파 먹는구만
이젠 저 건너의 시간도
팍팍 파먹으며 밀어준다
이래 저래 수염 당기기기
조 이빨 길이 아니였음
굳이 잴 필요 없었던 것
크고 뚱뚱한 것
조 이빨 길이 땜이
강을 건너도 꼭 작량(酌量)일세


줄기 세포

언제나 하늘과 맞닿은 구름
어쩜 걸어보지 못한 그대의 마음길
설령 발자국이였다 할지라도
지워지는 것이라고 마음을 여는 듯
난 언제 가벼웠던가
생각을 가볍게 하라
그래야 눈밭이 무겁지 않으리니
변덕 많은 마음도
진실에는 합리가 교묘할 수도 없는 것
그래도 내 마음 희게 뛰쳐 나아감에
막상 닿아보니 과히 엄상(嚴霜)
녹이며 내려와도 햇살 따가운 것
저 꼭두 눈
저 극점으로 밀려나 간 것
과히 하나로 천상 줄기 세포


돌탑을 향하여

철렁거리는 위용의 갑옷처럼
녹슬고 바숴진 어깨 같이 무너진
패이고 무너져 가는 삶에
긴 세월로 더 비웃어도
더 무시되어도
새 살 돋듯 유아의 미소같은 것
아침 해를 맞이하듯 돌을 거두어
밭두렁에
어쩜 고풍의 마후라처럼 휘둘러 가면
오늘의 밭을 일구어 가
이 옛터의 흔적을 일구는 자에게
돌 하나 하나의 소원
저 천국와 극락세계의 뜨개질이길







쌈이
한 잎만으로 충분한데
또 한 잎을 덧얹는다
채로 기다렸다
채식성으로 밀어 넣는
언어의 어느 停留性 선 것 같이
두툼한 밑바탕으로 반석을 놓아
담벼락 모서리같은 어깨를 싸안 듯
허물어진 나의 성벽과 같음에도
울을 안팎 없이 한
그것마져 턱 받쳐 가는 것으로
문짝 없는 고성에도
턱부리처럼 거둬 올려지는
오히려 굴레성이허물어 밥으로 걸친 듯
한 잎 더 까는 그림자가 뒤 덮듯 싸먹는 것


삶 字

쌀려면 단단히 싸야 하는 것
삼이란
쌈이 안았다 다시 삼으로 물러난 것
다시 쌈이려 하는 것
연인의 붉은 입술과
치렁치렁한 화장의 향기처럼
내 주위를 맴도는 ㄹ 붙은 삶으로
참 스물스물하게 공구는 것
삶이란
밟으면 꿈틀거리는 ㄹ과
또 몸을 중히해야 하는 듯
움츠려야 하는 네모 반듯 수제비형의
국수와 수제비형을 잘 융통해야 살기 편한 것


수양 버들

삽살개 눈가림에 동네 한 바퀴
수량버들 눈가림에 개울물이 졸졸
주인 먼 나들이에 동구안만 지키고
수양버들
수양 삼아 동구 벽을 아니 넘고
수양버들 콧대의
삽살개 가리마
일생 쫓아 봤을 신사
결국 뗀 바도 없는 배우
바람의 용솟음도 이리 매달아
늘어지고 늘어지고
꽃이 피는 함초롬에 어찌 그리 끌렸음인지
늘어지고 늘어지고


산과 굴

돌아가는 길보다
지름길을 가졌다고 높은 자리인가
높기에
지름길을 내놓아 문을 좁게 하는가
그댄 왜 굴에 사는가
"고개가 싫어 굴에 산다 왜"
높으니 된바람 불고
정신은 한껏 지고한 것
잡동사니조차 없는 곳
낮으니 그나마
지혜로 우회하기 좋으라고
꼬리가 요상하도록 힌들며 휘기도
다 제멋에 머리 벗겨져가며 산다만
수미산은 이렇게 �고가는 자리


표주박

그댄 김해 김씨인가
나 표주 박씨여도 좋으이
이 박 하나 딩굴딩굴 안아
알 하나로 떨굴라치면
그대 망원경 따라 내리듯
현미경을 따라 내리면 원자와 같은 것
원자 아기씨인 것
푸르른 날 쪼개 놓고서는 감상함이 어떠한가
흰 구름만 꽉 차
신선국이 꿈만 같으랴
다 끓여 봐도 그대 뱃속을 시원하게 하리니
얼음 같은 샘불가에도 섬뜩하게 하지도 않을뿐더러
그대 입술까지는 이 맑은 정담이요
지지리도 내 바가지에
인생의 예리함도 투박한 듯이 싣고
그대 김해 김씨인가 난 표주 박씨여도 좋으이


남새밭

신선초의 꿈이면 조금 남새스러움이지
어디에 자투리여도 외동딸 같은 것
비비추 방울 단듯
비비 청바지 입고 다녀도
그래 다 푸성귀로 돌아가는 너의 터
길은 좁고 회랑길
섬머슴애 불뚝심같이 거칠기도 한
소 발굽나온 듯한 뫼 기슭
네 풍향으로 알듯 모를 듯
산들바람에 배추 영글듯 삼박하구나


촉심

그대는 부처가 부처로 보여
따질 일이 그리도 많은가
부처는 아니 보고 광배만 봐서
불처의 관용사인가
아! 저 펜촉을 내놓는 촛불이여!
꼭 돔처럼 속을 비워
줄기를 열어놓는구나
그래서 하루살이 보다 더 빠른
빛에 스치는 모든 것들이
알레르기처럼 앓는 것
어쩜 우리의 사랑도 끝나봐야
들 수 있으려나
문을 관통하는 법일려나
꽃의 대궁 속도 들 수 있겠을
불을 알아야
끝까지 뿌리의 산발을 아는 법으로
아! 우리의 머리칼이 바람결에 삼발(蔘發)이구나


창자

한 창자함도 창(蒼子)인 것
땅이 돌을 먹은 다음에야 풀이 돋는 길에
이젠 풀이 길틈을 연 사이로 돌이 있는 것으로
그 순간의 허증 때문에
우리의 배가 고팠나보다
소장은 허를 부풀리는 만큼
에너지를 들이키는 것으로
내 입이 나온 것만큼
웅털이 모가지가 길어지고
그로보니
입을 열면 말나가기가 천리로다
내 입 닫아
겨우 석자 쯤일 때 스다듬는 것일까
석양에 머문
어쩜 내 그림자 거둔 것과 같은 것


눈보라

채워도 채워도
더 몸부림일 것 같은 눈보라
땀흘려 일할 때에만 일던 것이
내 머리도 태백을 빼니
가만히 있어도 삭풍이 부는 삭신
그러나 거세게 불면 불수록
더둑 더 한쪽 문이 멀리도 끌어내는 듯
통로길 같은 것
불이 꿰는 것은 있는 듯
낙타가 바늘 구멍으로 들어가도
나의 남을 붙여도
우리라고 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끌리는
어려운 것도 아닌
내 망막에 맺혔다 일어나 가는 듯이 보라는 것의


호수야

호수 속 해에 심어도 나는 것
저 이글거리는 불 속에서 타지 않은듯
내가 전생에 제도하지 못 했던 것
네 설독이 뜨겁구나
앙지맡에 풀이 돋아도 풀독이 있고
불끝에 숙지기도 독이 사라지는 것으로
다 하고 불만 남은 것
아직 그대 설독이 남아 있어
네 전생에 제도함이 없어
뜨거워 꽃을 피우지 못한다


이랑과 고랑

그대여!
그댄 멋진 고랑 맛에 낭자(娘子)되고
그대여!
그댄 멋진 이랑 맛에 낭군(郎君) 되고
배추도 엇갈이 배추가 있다 하니
이랑 높이 하늘이듯 씨앗이요
해 묵히기 싫어 고랑으로 엎어 넣으니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
이고랑 줄기로 이골나며 쭉쭉 뻗은
아! 사연이 길기로 치자면 4 토막 형식


자연적 텔레비젼

선풍기 바람에
밑둥만 석 자
생각을 접은 향기
저 복령 쪽
삼 단 강풍
말뚝이의 노래
지맥
수맥
언뜻언뜻
말의 뜻
말의 뜻
수로관(水路管)으로 찾아먹기


곤줄박이

그져 허망하다 함에
난 세 치라도 잡으니
곤줄박이
장구 치고
북 치고
놀아야 함에는 놀고 보는 것
거랑 틈새 잠시 던져 준
태양을 둥둥 쳐서 사는 듯이
장구벌레 급류에 휩쓸릴까
안간힘으로 붙들고 매는 등 뒤로 곤줄박이


수박

태양이 돌기만한다면
어찌 까마귀 날려 보내듯 헤집어 내리
저 태양이 넝쿨관으로 파고들면
아! 수박엔 줄무늬가 일며 헤쳐나가고
붉은 덩어리 속엔
까맣게 씨앗이듯 지나간다


비는 추억일 뿐이다

비는 추억일 뿐이다
하얀 커텐을 친 실내의 추억일 뿐이다
비는 회상일 뿐이다
여우비에 잠시
바깥인 듯 드러났다가
이내 커텐 속으로 비가 내린다


인상

내가 무섭게 보인다고?
한 대 때릴 것처럼 보인다고?
허나 두러워 마라
인과(因果)를 먼져 알아버렸으니

아! 눈이 내리는구나
소리소문 없이 온 눈이로구나
발자국도 없이
구름 속이듯 당봄이 좋은 것을


단(單)

이 메뚜기 머리 같은 것으로
단박이어야 한다
어쩜 가장 짧은 화두 하나를 보이고
지푸라기 하나이듯 멀리 놓아보는 것이다
매미가 큰 부대자루같은 시간을
한 선으로 그은 입으로
한꺼번에 뱉는 순간과 같게 하는 것
單에는
잔듸밭으로 걷다보면
언연 중에 일어나는 홍굴레와 때때(방앗개비)
머리모양은 單字形으로 내미는 것이다
그로 禪이요
그로 蟬이요
글씨가 아닌 소리만 나는데도
백주(白晝)의 흰 바탕이 더더욱 긁혀나오는구나


포도주

가을 햇살에 던져진 마지막 포도알을
저 웨스트 바는 조명 빛으로 던져댄다
이 어둠을 거져 먹기 싫은 듯
어둠의 방울을
포도대장이듯 은근히 수호된 것으로
자꾸 불어대는 역경에
기회인 냥 살풀이인 냥
사람들은 몸을 흔들어대며
어둠을 포도 한 송으로 대체 시킨다
이 포도가 간직한 순수성으로서의
수호천사가 있은 듯
그대 홍조 빛은
묽게 어두어가는 가을 햇살로 익고
온 종일 낙엽 밟는 기분 속에서
내 청춘의 열정이 배어나오는
노을과 같은 것으로
봄날 알맹이 푸르도록
오디가 어디인지 모르게 물러터졌던 것
이젠 제대로 하늘에 걸어 놓는 것
이젠 밤이어도
별처럼 먼 것이듯
다 검게 삼켜가며 새콤 달콤한 맛으로
껍질로서의 어둠이라 해도
대화향에는 밤이 더 달았음을 비추어 나간다


수수꽃다리

장독이 사람의 체감으로 배가 볼록하다
그건 꽤나 깊은 할머니
또 그 너머 증조 할머니
저 마룻대 끌어모아 거무스레하다
세월이 수수꽃다리처럼 빈약할까
좀 복스러운 듯 뚝 배개는 맛은 있어야지
인생 늙어가며 와닿으며 닮아가는 것
산다는 것이
풍경은 풍경대로 있고
독은 독대로 있어야 라는 것
장독대 수수꽃다리 지키는 것


허물벗기

우리가 참됨으로 들어
참됨을 알았을 때
표현할 길도 막히더구만
그래서 머뭄이 없이 뱉어야
스치는 감으로 표현은 살아나는 것
그로서 이루는 생성에
어쩜 신은 말도 많고 생각도 많고져 했나보다
또 그로
가(假)에 속았듯 진(眞)을 알았을 때
이미 말이 많아져 있었던 것
하늘도 허물 켠이되어 벗어보는 것


쟁기골

골나봐야
바가 많은 밭
논이 많은 논
쟁기가 지나나니
쟁론이 일어난다

팔팔이 곰배 팔
두드려 두드려 부드럽게 하니
꼭 애를 봐서 참는 것 같다


양면의 영상

어지간히도 이슬 차갑도록 깊은 가을
하우스 가는 청명함엔
길이 어느 덧
농주(農酒) 한 잔이 차가움처럼 돌아서는 것이어서
술이 깨는 듯이 하는
난 깬 쪽에
맞은 편에 냉각된 망령이듯
아침부터 안개가
아니 깨인 채로 달려들지 않는 품행
우리에게 술이 그림자처럼 걷혀가는 듯
누가 흔들어 보지 않아도 우리로 돌아오게 한 것
우린 가장 맨 정신일 때
따사함으로 도수가 있는 대화의 매듭을 알게 하는 것
대지가 저 두엄에 취해 영웅의 꼭지
혈기가 펴지는 대화
만물의 흥분
분명 이 자연으로 대화의 한 자락이 끝났구나


모깃소리

ㅇ字 두 개가
ㅐ字 등에 대었다고
소리에도 뼈대가 있다고
앵~
앵~
ㅐ形 DNA
母機가 섰다


기(氣)

그래도 기 중에도
우리의 이야기를 볼라치면
우리의 얘기
둥근 소똥 안고
그 길로 ㅒ字形 철도를 놓은 DNA
저 은행나무
암수 양극의 침봉
저장되었다
저축성 예금이 되었다


왕골

왕골을 빼라
왕골을 빼라
커피빛 달밤이 어지간히도 가라앉은
허나 다 은하 속의 먹 그림자이듯
건져 내면 하애지는 국회덩이를
속으로 어지간히고 우려 먹으며
한 뼈대를 한
흰 기둥 구실 하는
먹빛 일휘(一揮)의 개천이 용의 비상을 하여도
아마 그 속엔 이러한 뼈가 있을
암흑이 층층 물들어 간 칠흑을
온갓 모양을 다 내었으나
수상으로 건져 내면 마치 그림자이듯 사라지면
더더욱 희게 말라들어가는 꿈과 같은 것
저 닥나무 속 껍질 풀어놓은 것을 다 들이킨 듯
서두가 왕골에 가슴을 타고 올려
흑진주의 끝머리의 넋에서
진골을 검은 엑기스인 냥하다
실제 어둠의 자성으로 할 때
흰 자광의 물체와 같이 발견되는
흑백의 번복형이 서로를 붙들어주는 듯
아! 찢어도 호피야
넌 가죽을 남겼다만
바람을 안은 호연지기의 털끝을 남기고도
속살까지 더 남겼을 이 왕골
쉽든 어렵든 왕도가 여기 있다
저 백야의 땅에도
검의 대륙의 보석의 마음가짐을 알고
흰 넋을 엮어
알게 모르게 인지되어 가는 그릇으로
보이지 않아도 극적 반전의 적격으로 두는
아! 왕도가 무엇이란 말인가
흰 놈은 나가 봉태기 되고
껍질은 나가 돗자리 되고
한 몸일 때는 언제고
떨어졌을 때는 어느 때일꼬
그댄 진골인가
난 왕골일세
우리의 모습
흰 놈인지
푸른 놈인지
희어도 너울너울
푸르러도 너울너울
푸른 기세 팔팔하여 반석은 듯 들었다
희멀겋게 담 고이기도 한 것
푸르다 하는데 흰 놈 같이 매이고
보면 왕골 뼈에
푸르도록 드는 핏줄로 살아 하나 같이 살아 온 것
떠났음에 내 곁 아님에도
내 곁처럼 남을 수 있어 좋은 듯 만나 사랑했던 것
저 구름 가래 뱉을 때까지 하나 였던 것
이젠 骨과 皮로 서로 갈라져 가는 것
아! 이를 알지 못한 진골인들
어찌 진정한 사랑을 알았으리
희게 온 것 하늘 피를 벗어 떠나는 것


제비꽃

남국 물렁물렁하게 이는 것
섬의 테두리에 이는 뭉게구름마져
손톱 밑의 반달이 꼭꼭 닫는 것
그래도 우리가 반달 손톱 깎는 것
제비꽃이 연두빛을 지킴도
손톱 생멸 끝을 따라 하늘선으로 날아 온 것
제비가 그냥 길만 지켰다 싶은 것
어지간히도 남국을 판 듯이
강낭콩을 콩닥거리게 키운다
삶이 알콩달콩 모임이
소꿉놀이처럼 자라나고
저 담쟁이풀처럼 더렁치 얽히고 설킴이
어른 놀이이기엔 다들 아닌 듯이 빼고 싶음의
어느 시대에도 한 몸으로 공유함의 유전성
제비는 남쪽으로 생의 유연함으로 빠지고
남은 쪽 외침의 강낭콩은
콩으로 영글어가며 유약을 바른다


종이학

종이 학이여!
넌 접어도 접어도 남국으로 갈 끼임새가 아니로다
차갑게 굳어도 흰 자유이길 바라는
선녀의 옷자락같이 소원을 풀어 줄
북풍 한설이
오히려 더 남국이길 조심스러울 것이기에
믿음이 있는 것이다
우리의 슬픔이
우리의 좌절이
몸체 만한 꿈이
저 구름살 아프도록 접도 또 접어
너처럼 흰 날개를 접어도
마치 먹에 살짝 찍힌 듯 하며
저 극설에 쿡 찍고 말을 뜻이 있을 것의


버퍼링 길

내 걸어가는 화상에
낙엽은 뒤쫓아오더니 가로 질러간다
나하고의 심술궂은 장난같아도
넌 먼저 버펄링길 내어 내가 지는 것이 듯
어쩜 내 낙옆에 내 앞에서
버퍼링이였다는 듯
그래 그렇게 인생은 연극이라고 철저히 가리키는데
낙엽이 사라지면
눈길을 밝으며 오는 것이라고 눈길을 까는
다 눈의 결정체처럼 도깨비발처럼 온 것
다 봄이 일으켜 세워가는 것이라고
겨울은 지우개가 아닌 기착점이라고 버퍼링 길


은행나무

은행은 쌍으로 기가 사는 것이기에
서로에게 간직하게 한 은행성이 있었느냐는 둥의
혼자보다 둘임에 더더욱 황금성으로
죽어도 오그라들지 않는
손바닥 빳빳히 편 채로 말 할 수 있다는 둥
그 고매함과 우아함을 한 번 비교하자고 함이
참으로 누른 저축성
누군가 손금을 얘기할 때
한생 살아 좋았다고
이 편인 채로 다시 살아도 좋다고
다시 만나 살아도 좋다고
누구에게도 인생가 높은 순도의 대출


헐랭이

섞여 살면서
늘 고르게 함께 할 수 없어서인지
앙칼진 까마귀라 하나
가위춤이 턱이 야물지 못하듯 헐랭이인 것
한 잔 술에 언성 더 높아진 것
취기와 함께 알아 듣게 하는 평형성
맹숭맹숭하면 시소 받침대처럼
무게만 더할 뿐
또 술 한 잔이
느슨하게 하는 하면서 치켜 올리는 시소타기
그 사이로 헐랭이
가위 엇갈리듯
시소 엇갈리듯
그렇게 치기하며 언성 높이기
취했음에 배가 꽉 찼다 싶음에도
대문간부터 헐랭이
흐느적 느루탱이
곡간 많이 찼다 하나
벽에 걸린 액자 누렇게 익어가는 세월 또한 야무지고
유약 처바른 듯
늘 싱싱하게 하며
세월을 멈추게 한 결별처럼 사는 것 또한 반갑잖은
얼마나 골동품으로 남아
애지중지로 그로 숨막히지 않으면 될
세월의 유약을 내가 풀어 사는 듯
아침의 신문을 읽으며
모든 게 생각하기 나름이라 밀어두는 습관의
천하의 몸부림은 다 입에 오르나
다 그 자리에 최선의 인연이라는 것으로
용의 점정에서 붓꽃이라 피우는 것으로
부대낌이라 것
내 것처럼 들면 크다고 해서 털어버림이요
남과 같음에 꼬락서니로 밖에 아니 보여
해학적 거리를 두어 헐렁한 한 세상
살아도 떠나도 이 작은 전원에서도
큰 음악처럼 살아 엄숙한 것
뒷산 골짝으로 빠져 숨어살아도
이 산이 뿔이 되어
저 뿔을 대신할 수 없음만
실제와 추상성이 만난 바람으로 대질되고
바람은 내 바람 대로 가는 것
액자만 야무지게 누래져 가고
창조에는
낡아 빠지는 거리감으로 원초성을 접근시키고
아늑한 풍경은
길 돌아서면 산이 안고 돈 팔 뿐인 것의 산
길이 집 앞까지 꿈틀거리며 드는
꽃잎 겨드랑이로 피는 듯의
물이 物理를 빼 벌판으로 춤 출 때
그 헐랭이 끝의 정적


명화의 고향

용이라고 눈 크게 뜬 것
글이라고 난 이래로
그래도 명필이라고 전래된 이래로
글 알통이 어떤 마음으로 옮겨 붙기에
인간 등허리에서 올라타 대포알을 쏘듯 하는지



목련

목련이면
목이 남은 연민이면
그래 이 막다른 골목과 같은 곳에
절실히 맺혀
연꽃임으로 알리는 것으로 꽃이면 좋은 것
소복의 끝머리에 영혼을 입히지도 말며
유탈(遺脫)의 안내서라고도 말며
그냥 길따라 협심이 되지 않을 것으로
그래 그렇게
다 타지 못한 탄재와 같은 가슴에도
꽃으로 당기며 피었다 함의
그래도 떨림과 같았음을 지켜봐 주는 것으로
심지 끝에 하얀
창백함이 안색이 아닌 신선함으로 만질 수 있는
언제나 목관악기의 목청처럼
서로의 감동이 함께 아우러진 것으로 하는 것


나팔꽃

네 속에도
톡 터진 봉숭아의 노래는 없지만
어두운 별 하나가 터져도
확성기 결따라 내놓은 것
저 성운 감물들어 다 검어지기 전에
성좌를 열어 달려오게 한 것


노고지리

노의 길을 높이는 노고지리
노의 길이 높아서
그래 다시 한 번을 봄이 좋은 세상
아지랑이 노끈을 땋고
노고의 지리를 답습할 곳
몇 부 능선인가?
아침 안개가 발을 살짝 빼본다


구멍

피아노 소리에 귀퉁이가 산 듯
나 돌아가면
초각(秒刻)마다 눈을 뜸에
운명이 찍혀나오듯 찍어가는 것으로

피아노 소리에 한참이나 떨어져간 화살인 듯
깃을 두리번거리는
우리 날개의 부력으로 철새길로 되돌아오는 길
난 모래 시계 구멍의 화살을 가른다


별즙

자정을 넘어
아련함 속에 아련함을 낳는 것
밤이 풀지 못한
커피가 풀지 못한
알갱이 속 다 터트리는 별즙내기
부딪쳤다는 것만으로
싹과 바람의 연동운동으로 몸풀다
빛의 콩대가 되기까지
굳어 또 굳어버리는 것으로
얼음은 얼어 굳어짐에 영(靈)이요
빛은 쬐어 굳혀 등뼈가 되는 것이니


금강

장편에 우마와 같은 덩치
작아도 강쇠같은 무게를 빼고
수압 높은 바다에서 찰랑찰랑 잔 물결
흙소가 지고 감의 옹골참
아! 당기는 것이나 끄는 것이나
금강석이라 한들 어떠리


시계 2

카메라 눈처럼 열렸다가
자물쇠처럼 채워간
그렇게 돌 한 바퀴된
돌은 그 뭉쳐짐보다
시계의 얼굴을 찾아 돌아가게 한다
누군 내게 돌이라 한다
이건 내게 이 지구의 하모니로 돌이다
돌 속에 바람이 이니
벌써 세포마다 시계의 얼굴이다


찰라

찰라가 찰진 것이냐
나는 찰라의 것이냐
찰라가 한 순간의 공백성으로
레코드 판꽂이처럼 칵을 빼는 것이냐
찰라면
그 순간에 접착력인 있는 찰짐으로
나라는 것의 지속이냐
나가 있되 순간적인 연속성으로 비쳐진 것이냐
무언가 앞으로 초칠이 되도록 밀어가면
옆으로 미끄러지듯 하는 것인가


말 하자면

왜 그림에는 명풍이 있음을 알면서
글의 회화적 다양성을 보질 않고
모르쇠로 밀어붙이는가
남의 의사 표현에
사상적 집적도에만 편중하여
독선적 시비로 유도해
서로간의 성실성의 요구에
작가에게만 몰아붙이는 추잡성을 보이더란 말인가


다른 말로 하자면

나는 연애질에는 영 재주가 없는데
꼭 젊은이처럼 숨박꼭질을 해야하나
뭔가 덜됐다 싶을 때는 모른 척하다
꼭 됐다 싶을 때 콧방귀 뀌니
난 당최 비위를 못 맞추겠네
이 번에는 관심을 끌만하다 숨돌릴 냥이면
기다렸다는 듯이 흥!이니
그래도 내 관심 밖에는 있지 않으려는 듯
얼마나 끈질긴지
꼭 분명해졌다 싶을 때 모른단다


딱하구나

남 글눈은 어둡다 하고
제 사랑눈을 밝다고 하니
눈빛만봐도 통했으면
남 글이라도 통했더란 말인가
그대 딱함이
날 불쌍하게 하는구료





아이가 목을 못 가누고 죽어간다
저 원수 같은 에밀레 종을
깨부수고야 말아야 할 것이었는데
젠장 자꾸 울리며 퍼져가기만 했다
아이가 목을 가누지 못하고 죽어간다
내 저 원수같은 종을 깨부쑨다 하면서
울음 소리!
아! 저 걸 어떻게 멈출 수 있게 하더란 말인가
잡을 채이듯 잠자리 쫓아가듯 함에
멀리 멀리 퍼져나감만 아득히도 하는구나
글로벌! 아! 종쇄(鐘鎖)에 내가 갇혔다


벚꽃

눈의 의지가 설화(雪花)를 놓아 걸림에
푹푹 빠짐에 있는
어쩌면 벗을 건지다 벗을 잘 못 건진
아니면 벗으로서 이루지 못함인지
오히려 봄날의 진화(眞花)보다
더 절절히 쌓여만 가는 의리로서 뭉쳐감이
벚꽂의 턱에 쌓여만 가는 듯이
쉬운 듯하면서 어려운 정의에
냉정함을 갖추는 것에 있어야 할
우애에 있어서의 희박성인 듯함에
박애와 헌신성은
구석구석 이는 難國의 상처에
혈흔이듯 묻어내는 듯 벚꽃은 찍어내어도
무수히 얽어지는
인연이 벗으로 찍다 떨어지고
아! 냉정하다 함에도 설화 끼는 것
어슬픈 정에 초봄의 석별처럼 떨어지지는 않을 것


판소리

창(唱)!
창(窓)을 연 것처럼
단박이기도
담백하기도
여백의 미 사이로
벽계수에 퉁수 소리 내듯
매우 창연한 줄대 난 바위와 같은
베틀에 날실을 걸은 듯
탁탁 치면 어느 마당이 깨는 듯 넘어감이 좋은
모시자락 파도 위에
그리 무늬가 물들어 감에
창생이여!
풀먹여 나온 창(唱)이여!
풀먹어도 백안시한 창(窓)이여!
窓이 네 것이어서 보았나
唱이 네 것어서 잡혔나
그러다 외나로도이듯 나와
禪坐의 어깨를 탁치다 가는 것이도 한 듯
풍경을 살짝 건드리고 가는 바람의
머리도 한 번 처 �의 고적함을 빠져 나가는
아! 타령으로 매달아 가는
저 강물결도 바라봐
부채끝으로 접어 탁탁 쳐도 좋거니


극적 모뎀

세레나데가
인형극에 덜컹덜컹 걸린 듯
아이들 눈은 사이 사이로
뭉게 뭉게 피는 것으로 눈빛이 살아나고
고전 춤이 난발(蘭發)에 걸린 듯 꼭꼭 찍어올림의
어찌할까나
살풀이에 끝풀이이듯 더 부드러이 산다할거냐
미적미적하기가 끈적거려
몸푸는 것일라 할 어른인 것이더냐



겸손의 체

낙엽을 밟으면
대화이긴엔 이미 저려버린 하루를 이야기 한다
아침마다의 고개가 없는
이미 머리는 저 앞으로 나간
이젠 낙엽 소리의 짧음으로 연명하듯이 해도
다 지향에 담긴 숨결의 일단락을 이야기하는 편에서
우린 바스락에 속아 낙엽이 가벼운 줄 알 때
그 일으킴도 말라 말 끝이 닫힌다
공짜가 없듯
절로가 없듯
바스락 기울임을 알 때
공기방울과 같은
한 틈을 말함이 아니라
한 트림에 무게를 보탤 것만 같은 심층
그댄 이 가닥을 넘으면 滅이라 하지만
누군 이 가닥만 지워도 이 땅 만한 부피를 띄운다


가슴

애를 낳거나
창작을 낳거나
가슴벽을 밀어붙이는
숨 멎을 것같음과의 열정
하나 하나 드러내기도
용광로 거푸집 드러내듯
깨고 또 깨는 번복
땀 흘린 아웃사이더의 체증
건조한 하루가 진실일 수 있음을
풀무질로 도리어 아궁이로 넣어야 할 때
그나마 여유로운 숨통인 듯 여기는 것
이미 너 나 없이 선조들의 교감으로
들리듯 멀 듯 대화의 길
어찌 일 촌만의 정으로
나머진 다 하늘이 쏟뚜껑으로 닫힌 것인지
남녀간의 평등력에 늘 경직된 한 면모의
고봉 깎는 됫박 밀대 같은 것
늘 어데 담는 것에 놓였다는 것에 부딪치는 것


노을 3

먹다 보면
탐스럽게 먹다보면
어느새 타 굳은 껍질
내 생상 밖의 생채기
부지깽이에 굴어 나온
설 탄 감자를 짜개어 봄에
광휘가 알에서 펴지듯이
먼저 구름 토실토실하던 것
탐스러움으로 생각의 맥이
저 태양빛의 血로 차고 든 것의
꽃에서 퍼져
목턱을 넘어 우리의 부리로 쪼아댄 말들
소리에서
벌통 구멍으로 채크된 듯 차는 달리고
이 도시를 빠져나간 것이
뮤지컬에서 정적으로 빠짐과 같이
회화(繪畵)에서 조물주의 창조를 본 것과 같이
소는 아직도 똥을 갈기며 쟁기를 끌고
농부는 뜻 깊이를 다뤄가며 행을 맞춘 것같다


가을 감상

물감이 영혼이 없어서였나
모기가 죽은 영혼의 파상으로
제대로 된 감상의 노을이 드리워지는 듯
이젠
붉어가는 쐐기를 음유해도 가을은 익는다
마른 잎도 탁탁 떨어져 가고
감도 뭉클함으로 떨어져 간다
우리가 돌이킴에
얼룩배기이기도
순색이기도
창조주에 다 안기는 제단엔
회한도 많을 수도
기다린 자처럼 비단 한 폭을 깔 수도
과일과 곡식이 바쳐지는 자리에
굳이 잎도 바쳐져야 함엔
함께 가는 자리에
영예스러움이 물드는 전율의 폭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