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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어 : 고덕

narrae 2008. 1. 6. 19:29
내 글이 그대 얼굴인 것

내 글이 그대 얼굴인 것
내 글이 변덕쟁이 같음에도
어찌 그대 굳은 관절을 펴니
이리 꺾이기도 저리 꺾이기도
난 그대들의 자유자재를 가져다 주었다
그대가 굳은 만큼의 황무지에
난 그대들의 절대적임도 아니요
완벽성도 아닌
굳은 땅을 쟁기질할 뿐이다


白雲의 學

이 백지가
그대 이마를 골을 내 주질 못하는구나
그런데도
그대 주름부터 펴주듯
구름 한 점 없으면 됐음인지
그도 그럴 것이
책 갈피에 낀 은행잎
이미 서술을 잊은 채 꼭 끼임만 같고
이것이 관절염 도지는 것에의 찜질과 같이
여름은 무더웠구나


자라

자라는 그물에 자 대는 것
바위가 자라 크기만큼 작아진 시간에
자라가 저 태양을 알싸기한 것
새로나온 나무 순에서
자라는 몸을 부드럽게 하고 고개 내민 것
제 몸보다 한참이나 작아진 점의 시간을
납작 엎드려 지나간다


맥락

감각은
시를 씨만큼 가둔 것에서 피는 것이다
양손에 떡잎이라는 것으로 올려 놓았다가
씨를 시로 양날개로 하는 것
늘 사랑의 균형감각으로
기둥 밑둥처럼 굵어가는 것
그로 더 나아가다 보면
양날개 균형 없이도 훨훨 날아가는 것
어느 쪽으로 기울어도
원통 하나며는 되는 것
나무가 그렇게 길을 열어봐 준것이다
네가 달에 착륙했을 때


달팽이

내 본의였는지는 모르지만
극구 원한 것은 아닌
아! 저 열병처럼 터뜨린 방개한 짓은
내겐 아니었던 것
이 쭈그렁 망태같은 바위에 담아
달팽이 기지개 힘이 넘쳐 펴는 간헐에
나도 차츰 굳어가는 것
참 이상도 하지
호도가 그렇게 달콤스레 맛을 내었는지
꿈같이 하루살이가 떨어지고
다시 눈 떠야 지상을 떠나는 것 같음에도
무던히도 달코무리한 것
아예 팽이를 돌려라 돌려


탄력

소리도 심까지 갔으면
가라앉은 것이지 나온 것이겠느냐
모든 게 공에서 튕겨 나온 것
지상!
온음표 하나 덜어진 멘톨 돌리는 속 빈 것에
가슴 펄럭이는 자식을 넣은 것
잎새 지고
가지만 남은 것에도 기다림
파가 空 하나를 받쳐올려
다 뿌리 채 가져다 주는 것
공을 블랙홀처럼 빼는 길목


아! 여기 수사선(繡射線)을 보라

아 여기 수사선을 보라
그냥 바늘로 날고 듦이 밖으로 밤송이 침으로
내 톡톡 쏜 말투가 살아도 그러한 것들
그래 그래도 안은 밤인 것으로
저 별자리처럼 그림으로 옮아가는 것
아! 무엇을 그린 그림과 같아 맥아가 살아나는 것인가
아름다운 선율 위에
수(繡)의 예감을 살리듯 부풀어가는 길에
허공이라는 것에 올려놓아도 허공인 것에
선율이 산 만큼에
소용히 머물러 간다는 것
아이를 바라봄에 저미는
마음의 감동으로 살아가는 것의
우린 외로울 수가 없는 동물인 것의
과일 향도 그렇게 터지는 것이요
꽃향이 그렇게 터지는 것이요
근육보다 질긴 감성을 타고
인형보다 무거운 공감을
극적으로 줄을 당겨 흔들어 대는
환희적 방향과
찬미적 갈채를 따라가는 색깔 머문 표식에
또한 눈으로 담고
갈망으로 바라보게 하는
온 시야를 담아도 모자라게 하는 것
아! 느낀다는 것
갈증이 깔로 드래질 때의 색
그렇게 눈망울 하나에 맞추고는
마음을 흔들음이 무어냐


아! 여기 수사선(繡射線)을 보라 2

달팽이
달팽이 안테나가
기필코 사라졌다는 자리의 물 웅덩이로
물밀 듯이 환원되며 머리가 나왔다
내가 무슨 천을 덜 덮어
이 가시 광선의 침을 밤톨로 못 만들었나
아직도 밤은 벌거벗은 채 부드럽고
침은 마구 거칠게 뻗어가는데
아! 달팽이 움추림에 살아봐야
지붕을 이어도 내 그림의 동형을 찾는다
넌 샘의 더듬이
널 다 짜내 봐야
너울너울 갈비 울타리 다 녹이며 나온 목
우리의 모습 그대로 가감이 없이
솔직히 드러내 보인 거울로
너의 주된 뼈도 없이
잠시 사명처럼 왔다
되 말아 들어가는 것
울어도
울부짖어도
우린 우리의 모습일 뿐
너의 바닥을 쳤어도
너의 행태는 대답은 아니라
또아리 틀어 감아 들어야 할 두메


가을의 구현

인생사
어른이 될 수록
저 유치원 도배벽의 구연을 못 따른가 했더니
이제사 되레
이 확연함에 구연이 되레 못 따랐구나
따도 따도
이만큼이나 따고
내 싸늘한 손길에도
최후의 순간까지도 몸단장을 할
내 집 또한 이렇도록 하얗게 눈부시면
내 방 한 켠으로 속 붉을지니
봄날 창백하디한 목련
그 속을 헤집어 봐도
심지가 붉음도 문드러져져 갔다온 핏빛
이 가을날
잎새처럼 쪼이는 창가에
그 속이 알알하듯이
물들어 나오는 전율의 메카니즘
온몸을 던지듯한 채색이 있으면
우린 정녕 떠남에 반폭도 없는 것이듯
불쑥 추억 위에 올려놓으면 어찌 하나
그럼 그로 돌아간 모습
나 어머니처럼 닮아가며 눈감아 가는 길
그냥 흙벽돌 집에 딩굴며
모기 소리에 눈 번쩍 뜨이다가
다시 내려놓는 세상이듯
익어가는 마당이라고 나오게 하는 것
아! 어머니 뱃속에서부터의 노래여!
마당부터 배꼽 둥글게 여울 먹으려 하는 것
아마 이 대지로 물들여 왔음에
뚝뚝 떨어진 꼭지 같이 하는 것
집이 가슴창을 기둥 받쳐도 마찬가지의
그렇게 닮아가는 단전이듯
난 어미 뱃속에서부터의 노래가
봄이 아니라
이 대지의 미가 다 끓어 올렸을 때
임심선 가라앉은 배꼽 마당에서
추억이 따라가며 죽은
벽에 붙은 뜰의 연정으로
아름다웁도록 남은 길로
마음밭 길
감응이 벽 가까워 떨며 물들어 온
허나 우리에겐 조용한 평화
무지개의 끝처럼 휘는 갈비에 붙은 듯의 꽃밭으로
바라다보면
무지개 통로의 반쪽
이 단풍 맛
노래는 이슬같이 영롱해도
잎새에 보일 듯 말 듯 함이 좋은
난 이 정적으로 들떠 올라
내 황혼도 잠 깬 나그네
음악이 들지 않아야 단풍이겠을 그 무엇이 있어
숨죽인 멋
노래는 입김보다 더 똘똘 뭉쳐짐에
바다에서 건져 올려진 해조류를 흔들어
한천묵에서나 발견될 담백함
양념을 삼은 이중주로도
가을은 뿌리게 한 것의


배꼽 2

배는 배의 꼽을 먹기에
한 꼽으로 죽어도 죽지 않고 산다
그대는 죽어서도 한꼽인 것
살아서 배의 꼽에 감사하라
비 오는 날의 파적(破寂)
플라터너스의 잎이 팍! 와닿는구나


아이 울음 소리

천년 고도의 뼈대를 모르게 튕겨도
폐허에 올려진 울림
아이 울음소리는
허공 나게 빨아 먹은 것으로 나오는
떡두꺼비
용바람은 갈기 갈기 찢겨지게 흩날리는 것
강아지는 깡의 소리 같음만 뱉는다


강 언덕

저 강길이 열어놓고 가는 길에도
저 구름에게서나 소고기 한 근이듯
토막진 벼랑
흰 머리 빼고
대지에 익은 눈른 발자국을 빼고
또 꺾이는 이별을 빼고
연인이 시리도록 바람을 몰고 오는
그래도 겨울 끝까지 지켜주는
홀로 남은 사랑이듯 더욱 지킴같은 사랑
겨울의 강에도 남은 것
저 둔치 낀 경로당 같은 황의(黃衣)로 즐겨 살아
지나침 없이 살다 가는 믿음의 생명력으로
황토집 내 사랑
적삼이나 걸치고 들빛처럼 맞는
저 황야가 살은 비린내로 맞는
흰 창백함보다
붉게 먹여 돋아 온 성심의 토살에
모시처럼 적셔가며 피부감각을 살린 듯
갈대 누렇게 뿌리 얽는 것
대지로 깔 순간에 누른 돗자리이듯
한 푸르름을 거뜬히 벗긴 자리에
온고지이신이란 것이 살아 있는 것


여우

이 여우 둔갑하려다 말은 조작이
되고 아니 되고가
어떤 큐비즘적 논조에 맞춰 경직된 곱사등이처럼
움직이는 산 증인처럼 대변이 되더란 말인가
아! 바지 주머니 포�을 귀로 찾아 먹으려면
한반신의 허리 벨트를 어떻게 두어야 하며
양 다리가 귀볼처럼 처진 듯
귀가 발 달린 걸음걸이로 상하단에
하단만 갖고도 통해버린
형이하학적 전신의 세포분열성과 같이
완결성을 부착시킨 것
포�으로 귀를 열면
다리는 귀볼
축 늘어진 귀볼
귀로 다 많이 들을 민감성
어쩌다 허리까지로만 살린
못물을 가득 채워 넣은 것
여우 둑방 목도리에
못 구슬 안고 도는 것
왜 귀가 사는 곳에
하반신적 귓볼의 다리
구슬배를 아물린 듯
결가부좌로서 고정된 짐 한짐 올려놓은 것으로서
한 땐 바퀴 횟수 같이 발걸음 헤아리는 것
차라리 그것이 죽음이면 동상(銅像)
굳이 내세우면
수 많은 차량들이 감아가는 광장의 분수
우리의 귀에 쌓인
청취록에서 뿜는 것
동전소리 굴리며 쪼막이는 포�으로
세상 민원을 들어가며
어느 번지에 있다는 서류같은 것
소리로 쫓아 공원의 풀처럼
귀에 털이나도 대뇌적 독립일 것같은
호주머니 커버로 올려놓은 생태학
여인이여! 내가 무심결에
그대의 털목도리를 볼 때
성인의 허리띠 이분법적으로 분열하는 찰라의
아래로 쏙 가라앉은 것으로
다시 탄생처럼 고개를 내민 존재의 것의 화환
못이 주는 이분에서의 아물림으로
한 테두리로 벨트를 차는 하반신
여우 한 마리가
구슬을 안은 듯
배 띄운 듯
선경(禪境)에 이르름이라
똥배도 달 가는 길에 올려 놓은 것으로
독립체의 하단의
상단의 하나를 만드는 것의 둔갑임을 번복 말하느니
이중선상의 아리아를 부는 울부짖음
아! 여자여!
내가 그대를 영험함이라고 볼 때
또 누군 여우같이 알다가도 몰를듯이 하면서
털빛에 서로 탐스러움을 차곡 쌓은 듯이
참으로 재주가 용한
수 천 년을 휘감아 두른 기둥뿌리를 본다
여인이여!
그 목도리 겨우내 따뜻도 하더이까
내를 건넜다는 화환이오이까
심심 산천이다 싶도록
변신 못할 여우의 꼬리는 없는 것
물에 빠져 적셔도 못 빠져 노올 것도 없는 것
다 못 건넨 질타의 노래가 어이 있을손가
바라보는 나의 잘린 강과도 같음이 더 문제
아직 다 못 챙긴 저 산길의 꼬리부터 잡을 때
저 큐비즘적 곱사등이 산
인간의 허리처럼 춤추게 해 뺄 수 있어도
이 하단의 유리구슬적 연못은 주머니로 듣는 것


물방울 소리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땡감처럼 멍든 속을 맛사지한다
발작하지 말아라
욕정을 거둬야 하니
잘라야 하니 마니 하는 것이 아니니
물방울 깨지는 소리
네 맘대로 깨지를 말아라
속으로 새겨봐
감이 속만 떫음이 아니라
잎새도 떫음을
그대 심장을 먹게 하는 법식으로
냉철한 이성을 가미하도록 하라
비 맞고 건네는 소리가
오여름에 문드러지지 않게
빗당겨 배이게 함의 떫음
자칫 투박함을
감으로 통하지 못한 결과를 내놓으면서도
무턱대고 일탈인 냥도 하지도 말아야 할 것의
한 물방울의 감성으로 감으로 당겨감이
섬세함이 자신을 졸도케도 하는 것
이 또한 벽의 칼칼함으로 터지는 것도 아닌 것
내성적 조화를 이뤄내어 심성마져 건졌다 해야할 것이느니


연어

인류의 기원이라는 것으로의 역류
연어가 검은 살결로
결빙의 강줄기를 타고 오른다
상어를 따라 어둠으로 가본 것
전부 백색종
신비감
이상
눈을 캐 먹는 데 백설공주의
그 심해의 변두리를 따라 돌아
흑돌 짜갠 벽의 화석을 바라보며 오른다


낯과 낮과 낫

낯으로
빛이 빚은 바대로 드러나는 인상은
낮을 이룬 것
낮은
빚은 바가 의사를 또렷이 전할 만큼에 부각된 것
빛이 빗까지와 바람을 전함에
낫은 빗 꽂힌 바의 미끄럼같이 서슬이 산다




별주부가 강물을 타고 용궁에 든 것
다 별을 나른 은하수
다 물 속이었던 것 저 은하수의
그 언저리를 넘어 이 지상의 것
은하수 밖의 것을 채워 본 것
다시 방생되듯 돌아가는 길
다 저 별주부가 들었기에 별이라 한 것


병아리

병아리 물 한 모금에
하늘을 바라보는 것
어느 것 꼭 쪼았을까
이 세상에 떠 올려진 꽃이기 전에
풀려 있는 것
저 별 떨어진 것의
이것이 병아(倂我)의 리(理)가 아니든가


고품위

詩人님 !
님의 품위대로 여기에 오신 걸
시인하시지요
소나무가 모인 원탁에
차들이 로타리를 도는 길을
거들 듯이 지울 듯이
늙어도 뿌리쳐지지 않는 자존의 기풍이
이 바쁜 어지러움에도
화장보다 더 지워지지 않는
신사랍시고
남자 여럿이 모였으면
소나무 여러 그루 모인 것만큼
죽어도 이 기풍만은 된다고 하는
저들의 정체에 스스로 어지러운 만큼
스스로 흩어지는 곳에
이만한 품위에도 지친 듯이 돌아서지도 않을
몇 그루만 되어도
별은 이 원탁에 거들고
홀로 버텨도 정자의 뜻을 품고도 남음이 있는
우리의 기풍이 어찌 저리도
기운에 맺어 들지 못할까만
늙어도
죽어도 이 기풍만큼은 지쳐감이 없음을 말하듯
답답한 러시아워의 길을 웃으며 지나올 수 있었던
성품을 가질 수 있었던
시인님
님의 품위대로 이리 오신 것 시인 하시지요


소나무 깊은 사랑

난 천리를 쫓는데 진부함만 각질
소나무는 어찌하여 천하를
일고의 손바닥만한 좌단에
떨떠름이 무게를 보태더니
낭만이라는 것이
되레 저리 불뚝심에
별이 가루처럼 내려앉은
선뜻 보이지 않아도
찬란함이 감도는 기억으로 든다


로타리

차는 공과의 상징을 감싸는 탑돌이를 하는데
사랑의 가슴은 허물고야 마는가
어느 한 갈비뻐에 걸려도 탑도는 조류
어느 섬으로 실어 놓아도
파도가 덧살나는 듯 차는 돌아 나가고
이 도시의 빈한함에도
우리 마음의 자리는
또 걸어 잡아 돌아가는 것
역겨워 할 수도 없이 잠을 지새우는
어쩐지 등나무가 다른 뿌리 같이 조으듯이 차 오른다
천주(天柱)의 주장자(主杖子))에
인각(印刻)된 것인 냥 감은 자국을 낼지언정
서로가 서로를 아니 죽이는
지움에 건너진 그대만의 인생이라 할지라도
우리의 모든 상징물이 나마
천고에
문양을 드러냄이 있는 자각의 한 기둥
우리의 가슴이 아린 뼈 한 조각 같이 맴돌다 가는 것


밥값

머슴밥 채워 넣은 듯
고봉밥 넘치는 국화여!
어찌 포대에 米字가 들어가
사람을 부끄럽게 하더란 말인가
밥값함이 너만하여라고
곁가지도 주지 않더란 말인가


우린 좌절에 있지 아니한 것

종이학도 연처럼 걸리면
종이라 말아라
가슴 채워 날아갈 듯
바람의 어느 한 손끝에만 접혀도
그대와 공감하여 넘어감에
꺾이고 접히는 것
두 폭으로 접음만 있어도
학을 접을 수 있는 길목
좌절하지 않아도 되는 것
시간이 접혔을 뿐
내가 죄절할 나로 꺾여짐도 아닌 길
학접힌 지붕에 바람 찬 것
낙타등으로 부풀린 듯
사막을 건느게 하는 힘이듯
갈증을 건느게 하는 날개 짓
시공을 꺾어 접은
다른 시간의 부속
우린 부러지래도 부러지지 않는 것


야근(夜勤)

여치가 기마발을 알고
프레스가 관절을 돌리다
제 정신이 든 듯
뛰는 흉내로 쿵쿵 땅꺼지도록 하는 것
덜컥 덜컥 어깨 결림에도
피곤을 다 풀어 헤쳐 놓고
사막의 모래가 긁히는 자국에서나
바이올린 활의 톱날을 켜듯이
인생 고행에 좀 더 놓인 듯이
맞춰가는 보는 행로에
창 틈새 새벽은 밝아오고
갓 스친 듯
닦인 듯
푸른 기운이 감돌기도 하는 데
어쩜 기계가 더 민감했는지도 모를
들에는 메뚜기가 소리의 분진처럼 내려 앉았다


국수

영감(靈感)이란 것
면발이 나왔다는 것
양끝은 붙은 채로 튕구는
민감한 상상력으로 나왔다는 것
어데 먼 데 갔다 온 듯 궁상을 떨지만
내 손끝만 날카로와진
하프의 현을 타는 것인 것의
그것이 국(局)의 수(壽)을 뺀 것의


이방인

왜 죽어야 하는가
저 태양이 꽃이였기 때문이다
그 것만도 아니기에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
사계절이 은근히
손길 파고도는 길을 훔쳤다


거기 까지

하늘과 땅 사이에
비곗살이 풀리는 시간
비가 내리고
꼬집으면 아픈 자국은 생생히 살아 있는
바람이 통하는 곳
빗대지 않아도
거기까지는 바로 통하는 듯
만물은 피고 일어나는 환호성을 지른다



로타리 2

그대의 숙고가
예리한 공단 지대의 외등에 눈부셔하며
제자리를 놓쳐가는
이리도 차(車)나 한 번 서성여 왔는지
꼭 차 한 잔에
뱅뱅 돌려지는 습관이
어쩌며는 넘치지 않게 하려는 것의
탑이 기류처럼 떠올려지는
밤하늘로 해서
골목 끝 외골진 방에
먹는 라면 줄기를 길게 올리는 정점과 같이
로타리를 풀어가는 기대감
어데선가 호호 불어감이 있었든가
안개길
따사했던 추억이 멀어 차가웠을 뿐
간직한 정점은 태양처럼 고개를 내미는
언재나 아지랑이 꼬들배기로 눈을 뜬다



안개꽃

유치(乳齒)도 안 난 입술로
모든 풀잎조차 조심스럽게 하는
저 풀날에 상처나는 알레르기를 앓는
저 꽃의 부드러움에도
꽃으로 나아가는
안개는 꽃이려 말라
꽃이려 말라
눈만 뗀 얼굴이
그렇게 피어 나나보다
젖내향의
깨면 기억이 어설픈 향내의
꿈을 쫓는 무모함의
이미 산모퉁이 돌아
붉은 심지조차 감쪽같이 다리고 온 길
그 길
열릴 듯 말을 듯
꽃이어도 말을 듯이 묻힌
나의 일체로 세상의 일체로 붉어져 가야할 길들


가슴벽

저 개구리 가슴 허문 듯한 절벽
등줄지 따라 얼룩이듯 나무 숲
이 밤을 다 받아 들여도
삼테기로 새 잡을 듯 아구 괴어 놓은 듯
가슴을 내 놓은 듯
늘 그대에 긴장감과 같은 것
가슴벽 치는 것
하루의 정오도 그렇게 막대기 괸 듯
정오의 입으로 그윽한 침중
참새가 아니라 새로서의 참됨을 잡을 듯이
도리어 새가 될 마늘 먹기
내가 남의 마음을 먹는다는 것


열매통과 머릿통

혓바닥 잎으로 따라간 것
둥근 열매
혓바닥으로 따라간 것
우리의 머릿통
바깥에서 안을 내 놓은 것
오늘이 내일을 내 놓는 일
안에서 바깥을 감싸는 일
우리의 말들
의미들
오늘이 어제를 감싸는 일


미학

그대 잘나봐야
뻣뻣한 거울 속에 집어넣는 미학일 뿐이니
그대 스스로 자찬하며
얼음과 같은 고정성으로
자신을 풀먹여 들고 있지 않다고 가히 말 할 수 있는가
숙명이 웃음 지을 수 있는
숙명적 틀보다 더 고체적이기 않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대가 운명적으로 산다고?
웃기지 말라
거울보다 더 빳빳이 놓은 화상일 뿐이다
미학의 궁극적 피라밋이여!
숙명적 구조에서 0'C가 되는 것
그래야 일방적 인식으로 평가됨에
허나 이러한 배우일 수 없다는 자각이 미칠 때
다 헛됨을 알음이니
그것을 알 때쯤 허무쿠나
우리의 상은 무너지는 것


빛과 소리

빛을 튀김이 꽃 반사
이 현란함을
여염집처럼 챙긴 꽃들의 대지
거울처럼 비추는
그 산란함이 잊혀진 듯
방관과 무책임 하(下)에 두어도
다 캐어 나옴이 있는 대지여!

소리가 아니어서
개구리보다 더 북새통일 게다
아마 저기서만은 귀머거리 같은 적막일 거다
가슴 뛰는 박차를
그저 붕어 입술로나 족할
절대적 단애로 외침을 다한
모양새만 남은 흔적으로
구차하게 또 이야기려 하는지 모른다


풍선껌

껌을 씹어 길게 늘어나는 것이
인공 위성
껌을 씹어 길게 늘어나는 것이
다시 내 안의 반죽
이 상처가 내 안에서 터지고
포개면 다시 터져 가오는 포성
인류의 기아처럼 앙상히 남을
결코 삼키지도 않는
꼭 문 밖의
해골로도 버려질 그 골수의
불면 풍선
불면 풍선
기왕이면 이 한 가닥으로 끝나길


시야

내 눈감은 후에도
거리는 맑아 탐스럽겠건만
하늘이 깊어
어리석음은 앙금도 많이
가지마다에 붙어 살랑댈 것
어이 봄부터 숨막히는 기운을
따라 결로 살아 굳어도 좋다고 옮이든가
내 눈감음보다 뜬 맹물과 같은
이 지구촌에
아이의 목소리
이 구슬만큼은 야무지게 챙기고
트여오는 세상이
좌절과 실의로 거듭 남에
지탱하기 힘드는 신념을 향한
진리를 위해 제 눈도 뽑아 봤을 철학자 앞에
귀로 들어도
구슬만 꽉 찬 아이의 목소리




삶이 꿈이라면
이 손바닥의 선을
거미줄처럼 떼어갈 수 있으면 하라
그럼 굳이 꾸어 갔다 하지 않을 것이며
너대로 떨어져도 모르는 것이라고 하리니
손바닥성에 체온으로
왜 우리는 꾸어야 할 꿈이어야 하는 것인지
몸통만큼의 부피에 매달려 채운 건
나라 할 수도 없는
다만 내가 건져 간 것은
손금의 그림자같은 피막일 뿐이요
손은 그저 자연일 뿐인 것이
내게 손님일 뿐이어서 손이라 하느니


화살! 그 향기

저 곶에도 꼿히면 꽃이라고
파도가 꽃을 피우듯
꽃은 꼿힌 것이라고 굳이 꽃인
그 향기에는
가시보다 더 많이 쏘아올린 화살
문명의 동아리
질소가 혹냉에 얼어 붙었듯
우린 이 물로서 얼어붙은 것
다 꽃의 향기가 얼어붙은 것
꽃이여! 향기를 내지 마라
수 만명이 죽는 화살이 날은다



반달

붉은 해의 발자국을 따라 밟는데
벌써 반 자국이나 잃었다
낮에 분명 잘못 숨겨 놓은 듯
허나 분명 공평한 것
둥글게 가슴으로 둥둥 떠가는 자나
겨우 신발을 신은 자나
아예 아무 것도 없는 자나
다 길을 건너게 하는 것이다
달의 상처라 마라
다 달의 근기로 남아 밤을 기다린 것
굳이 다 채우지 못했음인지
굳이 다 채움인지
우리의 잉태처럼 지켜 선
든 달로 탄력 받으며
양지는 들렀다 기울어
여름 내내 덫에 걸린 달인 듯
답답해하다
냉정한 찬 기운에 볼그레하며
쓰다듬는 기억에
더욱 선명히 닿은 것만 같이 있다


전깃줄

전깃줄이 대단한 건
메아리를 잡아 간다는 것이다
우린 산에 올라 메아리를 잡으나
저 메아리가 나를 떠민 것을 알아야
돌고 돌은 것이나마 건지지
빨랫줄에 집게는
메아리 줄에 귀뚜라미
산봉오리에서 봉오리로
참회와 귀납의 놓치지 말아야 할
논증의 끈에도
우리의 격의을 끌어올리고
올랐다 내려오는 유행의 부침에
자성이 그리 쉬웠든가
버팀목 같은 산에 엄숙해 하며
줄을 당겨 보는 듯한 신축성으로
집어 올리는 전통성


자유의 神像

조직의 속성에
자유를 얻는 몸짓
그것이 어떠한 집단을 이루든
또 조직이 되면
또 다른 얼굴로서의
자유를 중요하게 하는 것의
인간은 왜 얼굴로서 자유를 빼야 하는가
자유면 그냥 자유여야지
얼굴을 각각 다른데
相을 맞춰가는 퍼즐게임으로 흘러가게 하는 것


기린

저 수평선 너머 뭉게구름 기우는 대로
개구리 하품에 퍼진 열대의 섬
섬마다 개구리 잠이듯 나오는 것에 꽃이 핀다
참으로 고개 많이도 내밀은 기린 목
나무마다 그 노고는 줄지 않았을 뿐의 것


가을

따옴표는 감자를 비비듯 비비는데
생의 기행은 익은 것 없이 등뼈가 아플 때
가을이 되었음의 풍성함
그래 한 동그라미로 몰아넣는 염색
바람은 따옴표(" ")로
익은 감자 비비 듯이
돌이켜 세우며 열 띠고
건져진 대지의 마음에
군 훈기를 넣어야 풀린 직성
모두들 본래의 자리인
황금 성을 둘러본 후에야
열 가지의 장황한 인생도 고개 숙여 갔다




스톱적 단면을
눈의 결정체로 한다고 해
또 하나를 담는 것
얼음과 유수의 차이
겨울에
하얀 설원에서 떠난 눈이듯
눈 곳으로 달려오게 하는 것
차거운 이별이였음을
얼음 조각
눈 조각처럼
산을 이루었다
대지마져 허물 벗는 주름으로
봄에 드는 역동성


눈물

본래 물은 물인 뿐인 것이
눈의 산과 같은 고지기에 눈물인 것
본래 눈이 물이 였는데 분별성이 솟은 것
그저 보이는 눈물이기에
내 감상이 주책 없이 흘러내리는 걸
돌도 방울방울 배어나는 것이
늘 세상사를 본다는 것인지
눈물과 같이 스미어 남이 있는
돌처럼 떠나고
돌처럼 외면 당하고
그래서 온몸의 충만을 알아
기쁨에도
슬픔에도 나의 주름도 아니요
표정도 아니어도
전율을 끌고 나아가는 것도 됨을




문학과 예술이 했다함은
인간은 위대했다는 것이다
신이 한 번더 거들떠 본게 하는
인간이 아전인수격으로 자화자찬하는 것이 아닌
신의 한 몫으로
인간을 위대하게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몫 2

몫에는
한 쪽 모퉁이적 배분을 말하는 것이요
몫에도 (ㄳ)의 감사가 있는 것이다
인류를 위한 헌신
목에도 있었고
못에도 있었고
다 끌어모아 감사를 표할 수 있는 것
삶의 몫




탑은 희자(喜字)의 상형이니
탑 주변은 밝은 것
고목도 표현 못한
검버섯 피는 만남에도 어쩜 길을 밝히는 힘
설레지 않아도
쓸쓸함의 뒷끝 같지 않음에
침묵으로 더 버팀목 같이 바라볼 수 있는
우리에게 사랑같음이 있지 아니한가


달팽이 2

누군 저 달팽이가 움츠린 힘으로
함께 빠져 들어가니 끈이라 하고
섬유질이라 하고
또한 움츠리지 않고 길게 뺀 것인데
오히려 끈일 수 있느냐고 반문하고
모르는 개재도 있는
각각 끈을 달리는 것
누군 저 달팽이가 모래알이라 학고
누군 저 달팽이가 노끈이라 하고
저 옷이 섬유질이라고 자랑인데
도대체 어떤 실로 짰더란 말인지
벌거벗은 임금님이 행차하신다


가을맞이 이후는 소래기

가을맞이 이후는 소래기 뚜껑
도토리 모자
가을이 좋으면
눈으로 덮는 인생을 만들지 마라
꿈만큼 구조적이다 지워지며
다 눈물 내는 것
건조대에 올린 것
다 열락 뒤의 건조함과 같은 것
생활의 발견은
가을로서 새겨들었으면 그 뿐
그 이상 또 눈 맞았으면 봄의 발현


범주

확률로서 따질 수 있는 범주
몇 억분의 일로서 안도할 수 있다는 것
세포가 몇 억분의 일로
안도할 수 있는 면과
비관할 수 있는 면의 究竟인 것이다


진실과 환영

영감은 오는 것인가?
영감은 만드는 것은 아닌가?
이합집산이 따로 있나
다 마음인 것인데
다 어느 결에 올려진 멀미인지 모르게
척도가 상실됨에
무지색으로 꼬리표 달게한 것
다 정지성상에 배어나오게 한 것
이젠 어찌된 일인지 다 리듬의 것
향기로도 당기는 것
다 길고 짧음의 원음도 아니 것의


제로섬적 키스 4

公式은 그대의 의식과 동일시 하는 것
다 모래알적 섬으로 맞춰지는 것이라면
물질적으로 구성되어 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경계선에서의
인식의 모양을 잡아가는 것의
그 때부터 날개가 있는 것
의석 쪽이든 무의식 쪽이든
죽어야만 空의識이 아니리라


호접란

누구나 일갈 위에
마의 성처럼 깎아질려도
공중정원처럼 받든
차라리 호랑이 등도 접었다 할 꽃이라 할 곳에
그대여!
날개 사뿐히 앉았다 일어나려무나
그대여!
물줄기조차 용을 붙들어 지키게 했던가
대지의 잡목에
탑 한층 도도했는지
계단인 냥 높이 올린
차가운 벽 위의
향마져 감추이고
성(城)은 으슥하고


풍란 2

蘭만으로 질긴 것
갈대에 눌려 죽은 듯이 해도 살아난 것
바람이 빗대다 사라지는 것
꼭 난이 바람을 모질다 해서야
절벽 위 내 난
망군석같은 내 난
파도만 갈퀴 갈퀴
너울에만 지다 가는
검은 발톱
흰 발톱 다 되도록
밤 많은 염색도 아니 먹히고
언뜻
노루잠에 비친 광경이
어느 벽을 물고 늘어 있음만 같은 믿음


피아노 한 낭음에 주고픈 것

방울벌레
방울일 때
호수 주름 펴는
굼실굼실 파고드는 사랑이었던 것
저녁마다
아침마다
한 방울 말의 방울처럼 터지는 인사이길
그렇게 철야로 출근한 우리 님
쉴 새 없는 터의
방울이가 된 방울 달린 벌레가 되고픔의
노파심에
벌레 주름처럼 밀쳐오는
모두(冒頭)의 목에 건 방울엔
우리 님
기계소리 쟁쟁한 흔들림의
한가롭지 않음을 분주히 질러대다 온 걸음에
노래불러 주고픈


난 뿌리의 발현

신이 카오스를 빼 올린 질서라면
산삼이나 인삼 밭으로 뛰어 듦은 부담인지
동산에 들키듯이 들락날락하는 신비
새라고 쫓아왔다
억새 머리만 나고 꺾어지는 데
그 동안 내 살이 말라가도 먹히는
날아도 저 새이느니
억새라고 아지고 뼈를 주는 것
내 놓을 것 없다고 구박 당하는 늙음인지
그댄 혼란은 빼 올리는 난은 아니 될소이까
궁극적 창조성이여!
발원이 묻다시피 오른다
갈대 숲을 빠져 나와 격리된 이국의
자신만의 사림새
누군 치열함 속에 개화이길 바랬고
누군 활옷 같은 부드러움 속의 미소이길 바랬고
억새가 도를 닦다
개 소리에 놀라 독수리가 되고
닭소리에 놀라 매가 될까 두렵구나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운명의 구성만 부각되는 생의 조각상
動이 아무리 큰 것이라도
靜과의 대질성
相이 아무 것도 아니라 마라
상까지 밀어붙이는 파도


대파

파여!
대파여!
네가 線의 봉오리로서
球狀을 들어올림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파라 한 것
네 대궁이 虛中인 것
네가 공이기에 빛이 빠른 틈을 낸 것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조금이라도 티끌인 것
얼음처럼 굳어지며 쌓여가며 굵어지리니
에우로뒤케가 뒤돌아 본 한 점의 댓가가
오히려 지하가 되게 움켜쥔 것
아! 냉장고 얼음처럼 만물이 생겨난
다 빛이 빠른 만큼의 굳은 것
빛의 빈 섬유질로 말뚝 박아 놓은 것
빛줄기마다의 대궁에
꽃반 위에 내놓은 알맹의 머리




거북아!
거북아!
네가 네 솥뚜껑을 닫아버리고
너를 삶아 먹어버리려 한 것을 알아야
넌 삶을 초월하는 등뚜껑을 여는 것
얼마나 네가 저 산을 뚜껑지게 하였으면
닫아도 된 것
캇! 이면 삶이요
레디 고! 이면 삶은 맛이로구나


눈의 날

아! 이 눈의 날을 노래해 주려무나
여름잠도 못 이룬 것
옴폭한 겨울이 바닥이 거칠어져도
나무가 각질이 두꺼워지는 것
꽃도 아니요
잎도 아니요
기둥살이 맞긴 맞나보다
갈아도 들어붙은 듯 흘러내리는
눈의 밭만 들어 넘치는
그리움은 나무 허리를 찬 것
잘라도 나이테처럼 엉기는 것
갈아 흩뿌려도
눈감은 호수를 눈 뜨게 하는 것
아! 눈을 날을 노래해 주려무나


형광의 등 깊은 밤

형광등 깊은 밤
밤이라도 까고 나오는 듯
갓을 쒸워 가리더니
어데 추운 흔적으로
얼려 눈 내리게 하는
늙어도 저 갓 이상은 아니 되니
갓난이와 같도록
모유에 닮아가 듯 살다간다


눈 발자국

눈 위의 발자국은 가슴을 누르는데
실상 디딘 나는 눈이 아닌 날의
논들
밭들
사람들 걱정이다
저 나무의 한 어깨가 묻히고
아직도 허공만 같은 바람이 머물고
그로 구름 단지이듯
아이들 천진함만 함박 쏟아지면
내 선 자리를 빠져나가는
언뜻 발자국을 맞아야겠다는 생각이 이는
눈길을 걸으면
엽서가 푹푹 빠지는 길을 내놓는
한껏 하늘로만 던져진 것인지
그림만 같은 것이 눈을 깔고
한껏 더 눈 크게 떠 굴러보게도 하는구나


호접란 3

허접한 날들이
호접하고 나면
갑자기 거울 한 번 더 봐지는 아름다움과 같은
꽃이 무엇이가를 알게는 할
누에가 구름 솜을 풀어 목에 걸게 할
콧대높은 성루를 쌓아도 지켜볼
상상의 실현을 아쉬웁지 않게는 할
나비를 사뿐히 내려앉게 하였을
혓바닥 끝에 예쁜 노래와 같구나


잠실 3

잠실엔 안개가 제격
도시가 깰 동안
다 실로 빠져나가고
숙명론적 실꾸리인가
이 추운 겨울날에도
강물마져 털을 일구어 보태어 들고
아침!
난 출근해 있고
길은 안개만 감지되어 간
허전하도록 몽몽함은
아이에게나 고집스러워지는 것 같고
대명천지 나도 숙스러움이
옹달샘터를 걸친 물푸레나무만큼이나
고개 돌리기 힘든 모습과 같은 것의
치과에 가 내 이빨 뽑힌 것 같이
저 구름 파금파리같이 예민함조차 잊은 채
발톱 빠진 안개인 냥 넌즈시 넘어간
마음은 지천명처럼 거울벽을 넘어 살게 되어져
이젠 인간의 치열함마져 잊고 사는 것에
잠결의 눈동자는 번개와 같이 면갈이를 한다


무리

한 호수가
수 만 년의 나이테를 벗기는데
호숫가의 꽃은
무리져 떠난 중의 꽃으로 굳이 살피려 한 것
이 호수의 불심장은 길긴 것에 그대 찾는 길이려는지
꽃은 길 지나는 숙녀와 함께 무리지었는데
그로 살짝 벗겨져 가면 되는
아! 어느 바닷적부터 모인 것이였는데
물보다 밤의 심장을 뜯어먹기 위해
못 가에 핀 것
한 발짝 두 발짝으로 벗어난 통행로에
꽃은 화려하나 향기가 없고
향수가 짙다하나 뒷목덜미가 튀튀한
좁은 회랑 길을 따라 달 또한 틈새의
아! 마음 수수하기가
백 리 밖에서 흔드는 들녘이로구나


무리 2

그 누구도
저 달무리가
달을 건지는 이 호수인지 모른다
저 달무리
내가 던진 돌무리와 어긋난 시간들
따로 노는 바람결
그 누구도 저 햇무리를
어느 바람을 잡아 온 결과
바로 점인듯 맞춰감을 모른다
중도에 끼워 넣어졌는지도 모를 것을
이미 무리졌음에
해와 달만 공중에 매달렸다


蔘의 품평록

산이 삼각형을 이루는 것
구름 또한 이뤄
산이 바닥이라 한 것
구름 바닥에는 다리를 뻗으니
蔘이라 한 것
인삼인지 산삼인지
저 앉은뱅이 산에
제 아무리 철옹성이어도
인간 알몸으로 목욕하는 것
품종이 어떠한가?


산성

산아
네가 산성으로
한 역사의 여울로 나이띠를 둘러
한 나라의 지존을 지켰을 때
뽑혀 일어나는 것
그것이 蔘만한 것에
참여(參與)의 민심이라는 어울림
네가 벗겨진 대머리여도
아니 벗겨진 감성이어도
靈感과 思考는 별 이색도 없어 돋았고
벗겨져도 내 것 같이 命으로 하는 것
나와 적이 한 종족으로 사는 것에
무너진 성벽의 골짝에
산삼이나 뿌리 내리는,
나이테
저 구름 호수에 여울질 때
삼뿌리 씻는 비는 내리는 것


산 안개

산이 말뚝인 것
저 안개를 못 나가게한
밤눈 어두운 자의 문지기
들길까지도 잘 나오지 못함에
우리들이라고도 하지 못하는
혼자의 정숙에
크낙새가 찬물 마신 듯 질러대기
仙境도 아니 보이는데 벼랑간이듯
허방다리인 듯이 하고
산이나 내나
생사의 문이 두 개가 아니건만
조 따개비 살이
仙眼의 눈 높이듯
멀리 바라봄이
과히 신선의 가슴골을 다 메우워도 넘치는 것이로다


계란

요즘 먹은 게 없어 머리가 횅하더니
계란 하나 먹으니
생각도 무게를 단 느낌이구나
누른 대지 흰 하늘로 삼켰으니
은하의 별들이 무수히 박혀드네
이 무게가 지구의 무게같이
발걸음이 착착 드러붙는 것
삶이라는 것과 함께 부착시킨 무게
내가 지구를 못 따르는 이유
희생의 사슬적 연쇄
업과의 눈치
내가 너와의 係卵이라면
눈을 내놓을까 말까에
강 물결이 실룩실룩거리는 개구리 알


사리

사리라는 것
누구의 눈물방울도 거둬가는 사리라는 것
밀물에서 썰물로
그대 눈물을 자아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뼈를 깎으며 가더라도
내 눈물 내가 추스려 가더라도
썰물 끝에서 웃을을 짓는 빛이 나는 것일 것이다




광장

광장이여!
결국 갈대 뿌리처럼 움켜쥐는 해답에
동상 앞에
그 줏대라 함으로 꺾이고
또 그 위에 새순 나는 듯 일어서는 전진
광장이여!
결국 실현의 고농축
뿌리 엉키어도 함께 꺾이는 해답의
갈대 맞잡고
갈대 위에 지은 작은 새집들
푸르고 누르고
꺽이고 다시 자라난 뿌리 위에 새날들
어느 동상 앞에
흔들어 대는 갈대이다 꺾이는 갈대로
수순을 마감하는
인생 그렇고 그런 것이라고 할 수 없는
유수가 차갑구나
유수가 차갑구나


운동장

운동장!
더 스텐드 잎새에
꽃밥만 두둑하게 일어나는 것
저 콜롯세움의 떨어져 나간 한 송이가
다시 고개를 든 세상
꽃가루 참 치열하게 터는 것의
저 구름 솜처럼 찍어 바름에
저 대양 건너 언어가 달라짐의
비둘기 맴도는 나래
흥분은 대양을 건너 착안이 되는
진득한 기대치의
풍선처럼 끌어 올리는 향의 뿔로 맞대기
오색적 발열


빗소리

빗소리가 사무칠 때가
문명이 더해 갈수록 절실하리니
오동잎아
오동잎아
난 다섯 동이 한 깊이
다 어울려 맞고
空이라 말고
公이 차고 든 것으로 울려 준
목소리처럼 품새가 깊어간
별 사이의 사랑채
툭툭!
네 소리 남음이 투박해도 쫄가지 같이
얻어 맞아도 같은 소리
연잎처럼 넓은 조용한 나루르 올려 놓은 것
우주 항해과에
우리 지구의 질곡이 건더기 않을 때
이렇게 탁탁 두르려 맞으며
저 우주의 미아가 되어도 연꽃가의 나루
아! 빗소리여!
이 침울에도
잠식되어 간 고개 숙임
그래도 연잎 하나 건져 올려져
탁탁 두드려 맞는 잎새가 되자
누구의 행마등에 굳이 오르지 않는
내 잠시 허리 펴는
탁탁
이젠 털림 같은 갈증으로
탁탁
체념과 같음에
이해가 곁들여진
이 잠기듯 일어서는
내 의지의 날개가 탁탁


나락

우린 오곡백과도 탐이 나지 않는
오곡에 찬 냥 고개를 숙이며 가는 것이 있다
들 너울지면
무대에의 찬양인가
우린 늘 보았듯
연극은 나락을 채워 소중함을
하�게 건져가는 것이었다


참새

참되게 새가 되어도
人이 間을 구가하듯
사이를 발견하고
날개를 하늘에 건 채로 생각해 보자구나
참새 마당
일생을 채워도
저 놈의 속갈이 같은 가을날
허구한 날
방송엔 배우들의 천지
저들보다 더 실속을 채워 산다고 하나
저 들 빈 속의
오곡 백과 내 탐이 아니라도
실용성에 맞추어 가는
이를 통틀어 무어라 할까나
비 한 방울의 큰 잎 "탁"
그것이 사이로 나온 것이라나


가을의 길목으로

깨어나라
깨어나라 함에도
난 눈을 좁혀야 했다
난 어둠에서만이라 했다
떠났음에 미련이
남았음에 미련보다 편안하다
그래서 난 미소 짓는 것
저 푸르름이 더욱 패는 것
어쩜 그같이 우물되어 눈감을 수 있음의
땅은 이니어도
심장이듯 건져감의
난 하늘과 태양의 빌미로 살아도
미혹됨이 없는 길로
참나무의 길로 남을 것의
깨칠만 하면 떠남이 아닌
이제사 살붙이 듯 피붙이 듯 떠났다


보일러가 달려오면

비는 나리고
보일러는 달리고
오늘 하루 일과가 다 돌았다
나의 태엽
낸 궁 안의 사방
궁궐 속의 인간도 내 궁을 들지는 못해도
그대 오락가락 끝자락에 매달려도
그 길이가 거기가 그 기
비는 내리고
보일러는 달리고
한 편의 가을시에
내 마음이 붉다


오동잎

내 짚단 한 동으로 맞는 늦가을 동녘이
허수아비 모자 벗겨진 듯 햇살이면
아마 딱은 아니어도
탁! 하니 와 닿는 것이리라
나오라는 감정은 아니 나오고
풀피리 안 나와도 버들가지처럼 쫄대 옷입고
그대 헛깨비 북이라면 탁!
마네킹 북일지면 좀 더 양지발에 탁!
알긴 알을


망상어

망상(望祥)이 망상을 낳는데
지구알에 불나는 불알
일생 열심히 일한 것
이젠 알도 아니 먹힌 보호의 새끼로다
행성알 마다의 부화
혜성이 태양의 체인에 건 거리의 벌떡임
어미는 새끼를 지키며 일생을 다하고
망상이
망상을 낳음에 알도 아니 먹혀 새끼
천국과 지옥으로 가는 길
살모사가 어미를 물었구나


시베리아

철새가 시베리아를 간지를 즈음
백야를 드러내는 계절
황새가 백야에
얼음조각 넝마기운 옷이듯 붙어 백조인 것
지구의 두 축이 거품으로 닫는 것에
겨드랑이가 칼칼하도록 키지개가 되고
철새가 경락을 이동했다 함의
할 얘기는 자율신경계요
우리의 말만은 왜 이리 막혔는지


뱃사공

노 한 깊이 같은 찻숟갈
내 허릿배 같은 찻잔바닥
그래도 가슴만큼 채워
포구를 떠나지 못 하는
노 한 잦음에
허리 돌려 잡고
춤의 다이아몬드형으로 추어가며
보석처럼 살아온 젊은 날
노 한 잦음에 등허리 굵고
뚝대기 같은 살의 품에 안고 자는 잠에
노 길에 깨고
세상 만물이
고치에 풀려 나오는 벌레에 이르기까지
다 세상사 이해를 덮어쓰고 나오는
인간의 발길 더디고 더디나
오늘 또한 숲으로 삼켜가는 길


환속

내 생도 뒷걸음 같이 앉아 봄에
저 산도 뿌듯이도 앉아 있네
어쩜 저 곳도
술마져 저런 식으로 익게하는지
까닥 잘 못 이해하니
당겨진 화살인 냥 나가서 변명이로구나
자식에 매달린 의지의 처을
왜 白水에다 걸어 白手를 면했는지
제 얼굴 제 면목도 못 보고
다가서고 건너감에
늘 어른도 못 된 반복성
당연히 와서 허허로움의 거울에
날아간 흔적도 없음에 그어놓은 듯
그 줄 따라 갈 듯 누에가 실에 매어 둔 것
날개를 못 본 고치적의 호수여!
저 천상어가 되기 위한 치족을 벗는 순간을
못 죽여
죽어 죽어도 못 죽는 것
그 사이로 뿌듯함이 거울이 있었구나


애어른

애어른
애를 죽여야 하나
어른을 죽여야 하나
산 속에 큰 집이 애어른 같은데
어떤 식으로
애와 어른이 하나같이 빠져 나왔을까
벽암산이여!
네가 벽처럼 푸르러 늙고
암처럼 검어도 옹고집
바위로서야
산 안으로서 보석을 벽지게 품는 것
산 밖에서 잡지 못하였던 것
되레 내가 산이였을 때
하나의 토씨가 되어 내가 피었을 것이
이마 머리 다 벗겨진 것으로서야
내 안의 나로서도 가능한 것


늙음의 破字

본래 늙음이라
늘림이 있고
늑장이 있고
수축성 있는 살결 같다
갈비뼈 바구니에 미련스럽게 담는 것


바라기 창

고드름 내린 고집
머름으로 돋아난 듯
팔 괴고 바라보니
청춘도 짙을래라
문 창호지는 여드름 난 듯
터진 듯
짠 듯 솟아나니
언제 갈지 모를 안개가
고개도 모르게 누웠다 갈 상념들


대청

사분합문으로 듣지 아니한 것
무엇으로 들엇든가
소리도 벽락길이듯
참 많이 침바르며 말 많았던
앵무새 같았던 것
그 옷을 타고 흘러버린 듯이
벽을 타고 비켜간 것
사분합문 두 개를 들고 나니
팔방이 벗어진 듯
아! 이제야 빈 대청이 청(聽)이 아니었던가


헐렁 바지

국경은 그림자 물린 관념의 소산
그림자 깃발에 서린 듯
저 물결 이는 비단 능선에도
울컥일 겨를도 없을
땅만으로 굳은 것일까 하는
한 종족의 울안에
차라리 가족으로 더 야물어버린
바지가 헐렁한 것에의 결실
용의 신음에
구름은 한없이 맞잡은 화해인 것으로
아! 초원에 누워 심기를 편하게 하는구나
양치기가 되어 달라는 구난
역사의 평면적 해석으로 감당하기 힘드는 구석의
저 하늘 높은 두께로
함께 한가롭고 용트림하는 뭉게구름의 청천
어느 용의 지기(志氣)를 토함이 되레 한가로운 곳


일몰

낙엽은 까치발이다
백조의 호수를 돌며 이상국에 들고
고개를 넘어가는 행색은
개코 원숭이라 무리를 지어 넘어가는 것에
더 이상 더 이하도 아닌 것으로
정체모를 빛을 받는 듯 항� 뿐
낙엽은 더 이상 댄스가 아니어도
돌아올 뜻이 없이 비탈을 넘어가고
황혼은 제 역할을 다한 듯 쓰러짐에도
이쪽 겹으로 떨어지질 않는다


구름솜타기

그래 내 비록 더 이상의 높이가 있다 하더라도
이 벽계로서 투명할 줄 알고
긁으면 다시 솜인 듯 일어날 줄도 안다
될 수 있는 한 그대여!
하얀 마음이려무나
들고남이 이 마음뿐이지 않은가
오색 찬연함을 좋아도 하지 마라
이보다 더 질긴 것
다 무지개 아교풀 풀린 회화력
다 줄과 선도 모를
점점이에 면모를 띠어 모르겠다


액면가

소낙비 거리에서
소나기에 잠시 발이 머뭄과 같아
그것이 시원함이 아니라도
한 잎새만 같이 털고 남음에도
좋은 시작과 같다
소낙비
크로키 손길처럼 튀어 올라
흙도 잘 개이지 않는 듯 수채화처럼 안 먹힌
허나 외로움의 거리감엔
저 산 바위의
늙은 노인네 등처럼 굳은 산으로
흑백으로 누더기처럼 남아서 돌아
뚜렷이 하고도 우리의 액자를 채우는 것의
액면가


은행나무

네 값에 떠나니
천년이 깊고나
생각의 은행이
또 인간이라는 것만으로 행복해야 할 것
내 들뜸만 생각했음이
황금적 무게의 바닥을 망각하지 않음이 보석
너의 잎 가볍지도 아니하고 다린 듯함의
당산의 깊이면 얼룩도 먹히지 않은
생각이 은행창으로서의 기대감과 믿음


연꼬리

자세히 보게나
연(鳶)이나 연어나
다 역류로서의 생명력
길이 산 굴뚝에 연기 흘러내리듯
꾸불꾸불 춤추는 것에
실거랑도 춤을 추며 내리는
밑까지 이야기 듣고 가는 것

죽어 오르는 것이
살아 오르는 것이요
죽어 떠나는 것이요
해마다 붉어 가는 기운에
낡은 두루마기같이 싸매어 온 정점
가도가도 골짝 깊은
들여다보면
붙박이처럼 붙어 산 것
못 만난 아쉬움에
저 나무 흰 구름처럼 뭉치면 일어날는지도


은어

내 말 끝으로서
은어가 은빛으로 갑옷이니
내 말이 저 거울에 죽었다
분명 은어라는 뜻고
연해져 듯도가 되고
그저 은어라는 빛깔로 묻어져 가버린
뜻도 못 찾은
본래 은빛 찬란하여 은어로 죽이더니
저 골짝마다의
정기의 종자로서 오르고 오르는
저 달빛의 유혹으로 올라
포란의 지교(至交)이기에
달마져 은빛으로 몽글해진
그 완숙도에 의해 다시 태어나리라


스스라미

스스라미
스스로에 놀라 파고 드는 소리를 낼
햇빛에 연못도
스스라미 동장인물에
판바위에 일광욕 하는 물뱀에
으스스 일어나는 것 같은 잔듸풀 같은 것
물의 발레처럼 쭉쭉 뻗은 나들이 길의
봄의 분류에
달빛의 월광욕으로
우린 고요히 스스라미


고샅바

샅바가 넘어가는 것이 아닌
고샅길을 바 잡은 듯 넘어가는
뒤가 켕기는 시절을 방불케 하던 시절
어찌 시절적으로만 해결되어 갔으리
조금만 호미걸이라도 될성 싶으면
신을 내세워 겸손을 바라는 자여!
큰 무리에 졸자가 되느니
거지가 되더라도 왕초가 되려함이드뇨
무리를 쫓다
왕이 되고는 말기는 했을 터인데
운명으로든 숙명으로든 고착시켜
까탈을 떨더니
갈망을 버물러 쉽사리 집단화 시켜
응전이 다 되고만
교활한 하고 기회주의적인 자
누구든지 샅바를 잡으면 넘길 듯이
자기가 무슨 봉쇄령이라도 갖은 듯이
지배욕을 가지며
겸손을 강요하더란 말인가
이 썩어 문드러지는 골목에도
비만 오면
구김살 없이 곧게 일러서는 소리는
차라리 골판지가
도 다 닦은 듯이 다가서는 가벼움의 것


빗소리

이 움찔하는 골목에도
비만 맞으면
빈 깡통이 짧아도 그 소리가 곧은
비가 좋은 것 중에도
한 방울이라고 외로움을 발 디딘 듯
어쩜 눈물방울 벽타고 몰래 내리던 밤을


발걸음 털 듯 걸을 수 있는 비좁은 틈새라도
내가 살아있다는 표시만으로라도 살아주는 것
그것 떠한 빗물 소리이기도 한
우린 이토록 멍청하기도 한 것에 님을 기대한다


아침의 침묵

이른 가을비에
다람쥐 집 깊은 밤
도토리 모자 벗어도 떫은 거듭에
독을 채우는
독이 구실해야 하는
넌 다 익었니
다리 움츠리는 찬공기에
껍질 뿐이 덜 익었다고
덜 우러나온 맛
새벽이 매워 묵이라 하기도 힘든
늙은 할미의 뼈마디가 굵어 가는 끝까지
묵을 만드는 원조같은 침묵


옹골

그래
그래도 등허리 살은 듯
뜸이 사는 것에
산이 돌아 누어보인 듯 해보이기도 했을
우린 마을을 이야기한다
저 멀어 보이는 이문(里門)이
살짝 걷혀 보일 듯이 하며
없어보이는 듯이 사는 동네의
살짝 양지의 뜸이 연기 나는 굴뚝의
동구가 살짝 가리마에 가린 듯
돌아갈 때 살짝 머리칼을 훔칠 듯이
골짝으로 들어보는 마을


빗방울

보슬비엔
꼭 침묵이다 싶을 때
어느 한 구석에 내몰리며 떨어지는 눈물
맞장단은 간 곳 없고
보슬비엔
뭔가 알 수 없는 방향성으로의 흐느낌
그래 도무지 생각해 낼 수 없는 것에 있다 하자
그래 생각으로 왔다면
이렇게 빗으로 가로지를 것이겠느냐
하나 하나
털끝의 소름이 터지는 것이라 하자
이 울적함이
저 산모퉁이로 귀가 빠지는 길이라 하자
가다 가다 이 자리로 멈추게 하는
지켜봐온 듯 씻어내어 버리는 것이라 하자


귀성길

중추 가절이라 했던가
적삼 적셔오는 길로 뼈마디가 저린 모성으로
만물이 중추부터 피를 만드는 듯 깊은 곳
저 황혼을 저려도 등줄기부터 붉음을 알아
돌게 하리니
고향길!
마지막까지 익으려드는
저 산 앉은 무릎팍으로 미끄러진 비알의 감나무
소자 적이나 이 때나
삼베저고리에 적셔감은 여느 아낙과 같은 것
저 들판으로 한결 더 익어감으로 일으켜 세워가는
식구 기다리는 고스톱에
섰다 나아갔다
월주(月舟)는 팔 공산에 걸리고
달을 거둔 듯
달무리처럼 베어낸 속 깊은 것으로
검은 눈동자 있는 듯
달 마중에 동그라미 울
허물 많은 뒤안길도
사슴의 우물인 냥 순수해진 것으로
반질 반질 닦아내는 배 끝으로
어머니 속 마음같은
다 달 마중에 동그라미 울


꼭지점 2

역설이 된 것을
다시 역설하니 반론
도토리도
둥근 배위에 지붕인가 했더니
머리에 모자를 쓴 채요
사과도 무게를 더하니
배꼽이 머리로 올랐다고
엉덩이 취급이다
7 년만에 외출을 하는 마릴린 몬로
댓바람에 치마 누르니
머리가 나오는 곳이로다


귀성길 2

길은 길일 뿐
말한 것들은 다 들녘에 머문 것이지만
빠르기와 긴 것으로 재어 간 것
휴게소처럼 쉬어봄이
휴게도 넘지 못하는 공간들
할머니 손길 같은 배 스다듬으며
바람을 들을 지나고
앓던 배가 서서히 녹아감도
꿀물 탄 듯 들이 익어가는
디딜방아에 쌀가루 넘쳐나듯
구름 소복히 일어나는
저 손짓의 눈앞에
길이 밀리다 나아감에
바람 모인 듯 고요한 채반에 송편만 달


명절

꽹과리 찡찡(進進)몰이
살얼음부터 밟고 오는 아련함
정월 대보름에도 다 녹지 못한 것
신명부터 끌어 냄에도 겨울 인 것
왠지 벼락발을 울리며 와보는 것
덩더쿵아 내 사랑아
덩더쿵아 내 새끼야
저 등선 보름달 쉬어도 눈물만 같고
그믐달 쉬어도 눈물만 같고
그리워도 만나지 못하는
아! 또 촛불 하나에 비춰지는 것


구릉

저 구릉
구름살 찌더니 눈물과 같은 것
감자 씨눈 하나면
어떻게 잘려도 될 것을
그럼 정자(亭子)나무 같은 기다림 품에
정자의 동량도 되는 것의
아! 아이야!
맨발로 흙에 멈춰 서 있는 곳
지기(地氣)가 닮아 오를 제
저 구릉같아
씨눈 하나면 될 것들을
눈을 못 달아
무정란으로 흘러버리는 비를 맞는 것이다


길의 대화

대화가 평행선임에도 좋은 것
침목이 호환해 주는 데 무슨 걱정
먼저 이것이 피라미드를 능가하는
의식 선상의 구도
이 정체에 철길은
차가움과 뜨거움이 있어 한계를 드러내고
빛은 그 허공성 때문에 멀리도 가는구나
저 먼 길 같아서 빛에 튀고 녹는 것
다 이 양극으로 동토의 땅
오라는 길 많고
갈 데가 없는 정체감에 차가운
그 해결의 철길이 있는 곳에 눈이 오고
호수는 눈을 뜬 이 복사성으로 나온 행적들


생의 가벼움

소라가
저 소리의 귀지를 먹어
회오리 배를 채우는 것
그래 그래서 소리가 밝다
공계를 닫고
물계로서 입각하는
그 바다를 해변하는 모래 밭으로
걷는 추억의 발자국에 가볍다


유영만으로서의 족

만족으로서 족발이 없어도 되는 영역의
꿩해서 치로 떨어진 세상 위에 날개보다
유영해도 귀족으로 대접 받아야 할 몸뚱이
모자이크 발린 그림이야 할 것이
생명체의 각질로 모자이크 뱉으니
하늘이 더께 끼일 여유도 없이 하는 것에
그래도 태풍의 목구멍이듯
안으로 심은 듯 욕구를 채워 나가는
아! 그 언저리가 소나무 껍질 두툼한 뒷산 아래
치마는 탄생의 지붕이요
처마는 공포(拱包)를 낳은 별천지와 같이
어와둥둥 잘로 나오는 구름으로 形形으로 낳는
기왓장마져 삼킨 듯 잘도 비늘이 돋는 魚命
물고기는 비늘이 뚝뚝 얽어질 때
저 노을을 피를 쏟는다

공포(拱包): 전통 목조건축에서 앞으로 내민 처마를 받치며
그 무게를 기둥과 벽으로 전달시켜주는 조립부분
여러 조각상으로 품위를 나게 함


늘 한결같은 유행가 같음에도

로봇의 한 발자국 디딘 작은 것에는
돌고래 수영을 하며 올라
내 눈길마져 뺏어갈까 두려운데
人文은 살만 같아 큰 것에
뱃가죽 두꺼워지며 반지르르하니
관절이 굳어 걷지를 못한다
아! 고운 살결이여!
어찌 햇볕의 눈부심이 앵무새같아
침을 삼키게 한단 말인가


단맛

초코�이고 뭐고
왜 이리 단지
에고이즘으로 몰아 넣은
나중에 그 금단증이야 어떻든
쌈지 말이는 다 된 듯이 몰아 넣기는 한
녹아난 사탕같기도 한 천편일률
인생이라는 것의 신선로에
면역결핍을 건네주는 것은 아닌가


손금의 대칭

왜 손에는 가지가 뻗은 것일까
그건
우리가 땅에 콩 떨어진 것이라도
그 수확함에는 콩대를 쥐고 당겨야지
봉오리만 잡고 당기는 것이 아니니
서로 대를 잡은 바의 맞물림과 같은
인생의 줄기인 이야기


야구장

님은 접부채 야구장으로 가
다시 접부채 속 난(蘭) 그림으로 환호하는
타자여! 그 낙수에 홈런을 날려주었는가
난 부채 접은 채로 모른 채 미소지어 주리니
하루가 잡초처럼 어지러워도 들풀인 냥 하여 드린
허공인 냥하여도
꼿꼿하고져 쳐 올린 기상이었던 것
눈 앞의 시장
수학적 주머니를 뒤지는데
존재는 그저 신기루처럼 기억하며 사는 것


들풀 하나의 음악같은 발걸음으로

꽃까지 오른 비밀은 몰라도
루즈 한 번 오르는 비밀은 알게 하듯
생활이 익숙해져가는 이해가
고대 조각상을 넘고
버들 가지의 섬세함을 몰라도
머리 감는 바다의 전설을 엮어가는 것을
밤이면 봉한다는 것을 별눈이 반짝이고
하이킹 길
안개가 열릴 때 쯤
사막화 되어가는 먼지로
멀어져 가는 마력의 노래의
목구멍을 보는 듯하다
풀들이 죽어간 채로 나도 꿈깨어 있다


달이 저어가는 노트

가을의 그림 맡에
희미하게 나마 불빛들이 거둬갈 때
뿌연 연기가 실리는 듯
막 틈의 비단폭을 당겨가는 듯 하는 데서의 추억살
저 흰 벌판들이 당겨 오는 듯
달이 떠나는 것
이 가을의 그림결에
아니 올 얼굴만 떠올라도
다 함께 상기되어 가는
어덴들 글자루 같지 않음이 없는 굴뚝
체홉의 봄 고향을 위하여
한 과일이라도 야무지게 익어야 함은
평화로운 전원과 동산을 위하여
쌀 한 톨과 같이 야물어야 할 것 문학
정열에 이글거리는 태양조차
봄의 미끼로 딸려 올라가듯
봄동산으로 사람 냄새가 나는 곳으로
혼자 익지 않는 들 인사


굴뚝

산 흔적
굴뚝만 같은 그을음
마주잡이로 드는 연료
그래도 짚고 온 것의 짚이든가
굴에 연기이다가 뚝!
굴에 연기이다가 뚝!
왠지 눈물방울같음만 잘도 엉기고
그 안달이 불이 났음에
자꾸 짚단 세며
짚었다 짚었다 할 뿐의
사람 참 많이 겪었지
짚단처럼 타지 않으면
인생 허수아비도 아니 되는 것의


화전

뜸밭이가 했더니
양지녘
뜸밭인가 했더니
무덤까지 올려놓기
산 자의 변화에도
무덤의 뜸으로 살쪄가는
안개 치마 거두는 행사에
본론의 연좌
기라고 하지 말라
끼라고 하지 말라
부상하는 해와 달에
그 끼같지는 않느니


추녀

겸손도 하시지
추녀 휘어지게 걷어 올린다 하시나이까
살짝
가슴으로 걷어 붙여진 스웨트 같은
小女가
少女로 착각될까
차라리 추녀라 하였나이까
온 식구가
이불자락에 발가락이 나온 거북이 같이
가슴발이 살은 것
마음 편히 쉬게 하고 싶었던 것
그래요
이 순간의 설명만은
잠시 속살 보이는 모델 같아
이 추녀에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산 아리랑

저 산
소가 누운 것 같이
주무르면 나올 것 같은 한 곡조
마당 뜸 밟아 오는 우리님
창안으로 들어 세월을 먹여 사는데
님은 언제 오시려나
아리랑이
소 등 같은 저 산마루에 피고
아리랑이
저 소 뒷다리같아
아지랑이 소태살에 출렁이다
벼랑을 스다듬는 회랑길을 잡아감도 괜찮은
아! 산나물 물어뜯어가며
뜯기어가며 넘어가는 것일까
향이 짙어 또 길 또아리
솥뚜껑이나 열심히 젓히고 닫고 하였을 노래


불길

낙엽을 건져도
벽창 오므라들며 알뜰히 안으로 타들어감이여1
봄나물을 삶아도
풀이 다 죽지 않는 풀기는
끓인 탕도 가질 수 없는 성취욕이듯
잎새의 손아귀도 쥐지 못하고
아! 스스로 타고 드는 것의
덩그러니 눈빛을 더했음이
이 자리조차 야속하게 점멸하며 만나고져 했을 것
한 섬광보다 너무도 큰 잎새의 뱃노래


빗소리 2

인생이라는 것으로
언덕을 넘는다는 것이
풀벌레가 잎맥에 지팡이처럼 놓이며
그리움을 실은 것으로
손 씻듯 높이 평가된 길을 내어보는
비내림과 같은 것
이 한 속
얻어먹지도 뱉어내지도
저 雲行에나 맡겨진 듯이 제 갈길
한 쪽으로 돌아선 듯이 톡툭 소리내는 것으로
손바닥 같은 것을 일깨우는 외톨이에
장독같은 세월
탁견이라고 피울 일은 없는 길에
흰 도자기 옆으로 흡수되는 꽃을 피우고
왜 또 그 견해가 거기 있어야 하는지
산이 땀을 더 소중하게 하는 것으로
존경심이 언덕을 이루는 들에
길 위에 선 있다는 것
한 지팡이 드러눕힌 인생일 때
그대는 어데 있을까 하는 줄기
마른 가지에 생목이 끼듯 하다
쑥!
온 몸으로 시원히 소화되어 커버리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