舍堂을 비우니
慈堂이라 함이 그대로 있고
생과 사
양과 음처럼
거북이 알처럼
父 바탕 같고
母 바탕 같고
천지가 하나에
사당으로 듦이 아니라
舍堂을 끌어 넣었구나
천지가 한 뭉치에
새알 집 사당을 떼어 넣었다
五腸이 하나같이
사방을 경계하고
거대한 궁전처럼
신성스럽게 대우받는 곳
별처럼 비추어진 땅
비어도 慈堂
패션이라는 것에는 꼭 이중적인 갈등이다 입혀지는 듯
검은 거리에
검은 옷들만 솔직함처럼 순수해지려하고
다리미 때 반지르르한
윤기 나는 고급성만
땅의 보호색으로 땅집에 짙게 앉게 한다
이 패션의 시대에
현기(玄機) 바른 깊이엔 미치지 못한 채
볼륨에는 쉽사리 흡수되어도
밝음에는 자연스레 숨지 못함의
무표정 짙은 발란스
도무지 모르겠네
확실성에 대한 감각이란 것이
저들은 어떤 어둠에서 출발했는지 모르지만
우리가 자연에 화사하게 나오지 못하면
자연이 우리에게 묻어가며 더 밝아지는
우리가 어둠의 달콤함에 익숙한
조청처럼 짙어 가는 안이성 같은 수심에서
고급성을 뻔질 낸 듯 기웃거려 보며 입고 산다
낙엽의 구석지게 함에도
품은 것조차 舍인지 堂인지 모를 것을 지나
(남태령이 열린는 듯이
남태령을 넘으면
운이 고리가 어떻게 맺히는지
왠 꿈이 그리 큰지
말이 천하의 보폭에 열리고
마디마다에 내가 탔는 건지
십 년 더렁치
일 년 더렁치
이 눈앞에서 결정 볼 있어야
길도 바뀌어 감을 알리로다)
남태령이니
地天泰로다
구름 한 접시 비행기
태령에 내려 앉았다
꿈은 풍선처럼 온다
끔은 밧딧불처럼 가볍다
태산 준령에도
거대한 심폐를 가두고
접붙여 끌당겨 하늘과 같이 한다
선뜻
낙엽이 가슴에 와 닿아야
나의 아침도 확인 될 수 있다
피곤함의 연속에 구석져 감에도
시인의 나딩굴어진 처진감에
더 헤매고픈 욕구가 서려있음을
석양처럼 사루어
지켜 봐 줄줄 아는 가슴이어야
나의 청명심을 알 수 있는
출퇴근길이나마
행보가 풍선처럼 매달려 있음에도
시계 바늘의 약속이 붉어 가며 비추는
기약이 살아 있음을
겨울 산책
집밖을 나서면 갈 곳도 없고
감성은 일어도
대화 없이 스쳐 지나는 응결성
거기에도 하얗게 다릴 줄 앎이
하늘 벽의
눈 한 귀퉁이 녹을까 아쉬운 마음엔
삭풍따라서도 내려앉은 백의의 천사
창안엔
포성이 멎지 않고
혹한으로 마져 얼어붙게 하는 행진에도
천상의 끝으로 봐 친숙한
얼면 속까지 흰 티를 내며 뒤따르는 정복에도
화면(畵面)이라지만
예전과 다르지 않는 냉혹성과 깃발
그대에겐 맛이 갔어도
스스로 이만큼의 포용력을 감당해야 하는
허나 비릿하고 구토같은 나날들에
상쾌함이 가을을 맞은 듯하고
오렌지
오렌지족이래야
속 바탕은 붉을 듯이 한다
푸른 이끼가 돌을 잡듯
화학적 산화의 발톱 또한 시다
닳아 가는 거리
대 빗자루 성성해 보여도
간결하고 시원하게 쓸어가
이도(理圖)가 실질적 입체로 행이 된
나의 청결성이
어느 미친 화가의 속마음으로
해바라기만 물들지 않는
금을 녹인 듯 덮어 씌워가며 넣은
오리려 많은 공을 생략해가며
색감을 욕심내다 치우치니
영특하기도 하지
단맛에 길게 뺀 침살(針殺)의 방문
종영시간 (未濟와 旣濟)
텔레비젼 끝나면
난 태백을 맞는다
눈보라를 맞는다
태백이 달과의 일별을 맞은 듯
얼음 행성의 조각들을 뿌려대며
자신을 깍아 가며
예술가라도 된 듯
흩날려오는 태백을 맞는다
노(櫓)의 노래여!
태백아 배가 간다
태백아 배가 간다
달 지나는 별 가름에
태백아 배 떠난다
바람도 헤매이기도
서성이기도
짐꾼처럼 힘주어 차고 들기도
별들도 다 님의 달볼
허나 내겐 얼마나 매정할는지
사심 없이 들어도
물러서듯이 할는지
표현
이 놈의 느낌은 왜 그런지
뜯어보면 본래의 느낌이 아니오
많은 밀알의 글들에
겨우 사금처럼 미미하게 건져 올린 것 뿐
의식의 전단(全段)이
강의 모래 층만큼이나 두터운
그 위에 도금 살이 붙은 듯
물결을 타고 반짝이는
이 끝과 저 끝의 하늘가에
같은 듯이 반짝이다 갈 인생
(선바위
오히려 어린 것은 앉고
어른은 선다
내 섰으니
너희들은 앉아라
모두라고 모이는 공적 의식의 기준이 그렇다
따로이 갈 자는 서 있는 것이다
앉은 자도 세우느니라)
나루 항성(杭星)에
하늘이 너무 넓구나
밤의 보재기를 씌워서 내자
마술처럼 펼쳐진 별들의 반짝이
차고 나온 거라 할 것 없이
쪽배야
우주선아
저 항성에도 시공의 벽을 넘을
짐을 풀고
실어 나르고
이 일시(一時)의 전단(殿壇)에
불러 기다림에 있나니
바다 큰 동이의 마술로 오라
광(光)나루는 반짝이는 것이더냐
반짝 반짝
나의 자식이 아니라도 귀엽듯
믿음의 가슴으로 배 떠나네
배 떠나네
미소가 이렇게 피고
여기서 잠기고
외다리 선장이 일군을 욱박질러도
미소 속에서 나타났음이요
미소 속에 사라졌음이니
나루에 색동옷 입은 아이야!
갈색 홍채만 가뭇가뭇하고
심(心)
이 대야에 담을 수 있어도
가벼워 보이니
바다만큼 넓을 필요 없어도
그대로 두자구나
끝없는 인간의 욕심이여!
깡통의 눈인들 다 아니 들랴만
바다 같음에도 여울짐을 어이 할꼬
나루
그대여!
나 그대의 명상록에 긴 다리를 낸다
누가 달이라 했던고
다리 맞이가 달맞이로다
그대 먼 원정길의 명상에
찬란하고 영광된 문명이 아니라도
광명의 지향이길 바랬던 행위
풍토병이 감도는 속에서도
평화롭게 사색할 줄 아는
밤의 창을 낀 체온 속에서
다리를 낸다
나루엔 선 자의 길이니
나루엔
남포등이 남포등을 맞는다
인류가 인류의 하늘을 찾듯
외람되지 않은
이 현묘한 지성에 꺼릴까
불길을 세게 불어넣지 않아서
별의 미세한 흔들거림을 켰는 듯
벗으로
갈대 같은 흔들림의 생기로 맞
나루
이 시공에
한 뿌리처럼 틀 잡힌
그대와 나에
삼(蔘)인 냥 박힌 듯이 떠나있는
여긴 비가 오는데
저 우주풍엔 잘 견디어 오시는지
시공의 차이로
만물이 형상각을 갖추어 나감에
줄기가 있음이요
나래가 있음이요
우리가 뜯어먹어 장생이 아니라
보잘 것 없음에도
통로에 기인한 영생의
소리
비가 오면
속 썩이고 언성 높이고
어른들이 말리는 그 벽과 같이
단단한 바가지의
어느덧 잦아
품안처럼 들고 싶고
걷고 싶고
잎새 하나에도
어느 도승의 해골물의 마음먹는
바를 비켜나
바가지의 영혼이 깊다
불굴의
하루 하루 일어나는 삶의 사랑이
강하게 맞으면 바가지 한 울
부드럽게 맞으면 초원의 잔디
바탕이야 이리 좋지만
(경마 공원
말이 김 빠진 맥주이기 전에 달린다
평생을 조급히 매단 곳
콜라처럼 시원히 매단 곳
어두워도 한 이치는 논다
어두워도 벗심은 감치며 일어난다
어두워도 봄맞이 벚심이 울창하고
어둠에도 부리 한 창(唱)으로 피워 올림이요
어두워도 별심이 한꺼번에 부추겨 오른다
콜라!
밤의 대화가
소라처럼 갯벌에 들지 않아도
허공의 대화를
그대로 접는 바를 알아
한 낮에 그리 반짝이던
핑클의 숨은 깜박임
질서 있는 디스켓의 광이 아니라도
물처럼 담아 모은 바에
제 할 말은 다 담아 자르르 터트리고
콜라!
페스트푸드점에
이 거꾸로 내놓은 공기 시계를
꺽꺽 트림을 하며
내 시간을 독촉해 간다
마치 쌀 안침이 잘 되었는지
꾹꾹 압박이나 받은 듯이 하며
패스트푸드점엔 아무도 모른다
이 어둠을 박차며
바쁜 허공 중이
무심만 닿을 발을 빼어 나오는 것을
이 물시계를 차고 심정에 매이려 함을
콜라!
선마다에
하늘에 쳐박혀 터져도
무용성이라 말라
도리어 무게가 뜬구름이다
이로 다 해박해보면
사과의 과육이 삼박했고
사각사각도 했고
사물이고져 하였음에
이는 다 어두운 비밀을 넘을 제
한 점 낙오 없는 관성으로
무쇠로만 되어갈 마디를 근력화해
기를 곁들이는
분위기 은은함으로 즐겨가며
한 줄기 꽃의 노래로의 기도(氣道)와 같이
밀도를 풀어
압박감
삼투압
조건 반사에서의 사막에
탁 쏠 잠재가 일어나는
(대공원엔
앞 선 콜라가 보챈 듯
푸성귀가 일어난)
김치!
이 잘난 일생
정통성이
그래도 많이 들려주며 키워나간 부피성에
반 이상이나 푹푹 죽어 깔 때
길을 잡아라 준비성이어라
때 지난 것 같지만
되레 이 길이
끝머리의 부담성을 크게 덜었을
귀함이 될 것이다
저 태양 초장 맛과 같이 일어남이
현실을 벗지 못한 종착역에의 새로움이리라
흰 속 같이 결벽하지 못하였고
푸르름같이 녹녹하지 못하였고
화가 잦고
비굴성 같고
천품(天稟)을 주체 못할 반에 반에
태양이 길을 만들었다
김치!
의 도심을 걷다보면
네온의 분말은
열무살이 퍼진 듯 부옇고
고춧가루 분말인 듯
불그스레하고
태양이 고개 처박고 일어나는 행위를 따라
바다 감물 내어 건져내는
한 밤으로의 풀로 사색의 향
부산한 주변을 잊은
네온보다 더 잔정스레이
밝아온 해박함으로
극에 극이라도
바람도 온화할 수 있는 저녁
배추김치
저 넓은 푸른 하늘에
속고갱이같이
구름을 개워 내는 입의 봉함같이
알스런
가을 알심같은
서두론적 감치미
지구 한 바퀴라는 실감의 대양의 짠돌이
열정몰이
유행몰이
푹푹 저려 나온 안주 삼아
막걸리진으로 먹고 마셔가며
거리가 밝아도 짜디짠 맛은
곰삭은 맛의 천상어의 열람
김치!
름의 레지스탕스
서로 물들여지지 않은 바램에
무더움의
쉽게 물러짐의
무엇보다 이방인의 감각에
본성을 감감하게 찾을 수 있는
봄의 지하적 밀착
사랑도 땅 깊이 일 때 찾을 수 있는
초겨울에
낙엽이 다져도
변명되지 않는 바로
희망을 돌이켜 받는 지구촌
아예 눈 가리고 삽살개이고 말지
땅으로 되돌아가면
살갑은
허나 왠지 충직만 더 무더워진
껍질만 남기고 사라진 흔적에도
아니 제 가죽 살삽하게
살갑도록 거꾸로 돌아간 모습에도
일어나면 한 털이나 하는 듯이
씁쓸한
한 무리로서 초연한
인간 의지로서의 지킴이로 뒤집어 쓰고
일어났음의
그래도
(과천
세상 참 이름 값을 한다는데
어찌 결과를 그리 독촉이더란 말인가
그래도 말의 천상 필두로
과천이 길이 되고
과천이 레이스가 되고
과천
과실이라고
산도 대머리 다 되어가고
지천명이 바위와 맞먹는 나이 먹어가기에
독한 석회석조차
이젠 나무인 냥 정복하지는 못하리라
문명의 분진마져 일탈하는
나무가지처럼 길이어도
해구되는 꽃잎을 벌리리라)
나무와 바람은 하나인 듯이 하나
나무는 지조인 채로 어딜은 듯이
매달아 타이를 매고
바람결을 추슬러 핀을 꽂고
아직 철 덜 든 아이의
신사 숙녀 단장의 어깨처럼 빳빳하고
걸음처럼 빳빳하다 성숙되어 가는
금새 잊어버리고 칠랑팔랑
요정처럼 숨고
계수 그늘에 졸고
그대의 것도
나의 것도 아닌
주제가 다 붙지 아니한 존재의 그림자
우린 완전성을 발견하며 진보된 것이 아니다
절도를 캐며 발전한 것이다
우린 스포츠를 즐기지만
그 절제성을
도전에서 성취하려고는 않는다
우린 스포츠보다 더한 자유라고 생각한다
허나 우리의 발견이
운명과의 절재적 룰이라는 걸 감수할 용기가 진정한 용기이다
허나 우리는 원만성이 대양의 파도끝처럼
폭을 두르고 있다고 여김이 문제다
기름 보일러
따뜻한 이야기
무용한 이야기
한 발도 뗀 바 없지만
십리 밖을 헤매는 발동 달린 목마
우린 그 길 위로 퇴근
인체
발바닥에 봄기운이 오른다 싶으면
중간쯤에 꽃이요
그에 반에 해요 달이요
그 끝머리에 신화가 우글대는 우주
야등
가로등 아래
가로수가 연하게 맑다
먼지 낀 대화 속에 진한 의지에
투명하도록 속 비치는 거리는 맑다
이 나이에 욕문화를 걸러내야 하는
아직도 밤 구석에
낭만을 지새우는 입새에
그마져 굳은 침묵링 수 밖에 없는 대로 앞에
길가가 연하디 맑다
지난밤에 가로수를 보았듯
하얀 창에 일어남이 아난
푸른 창빛으로 날 일깨운다
마치 푸르름이 진해 검어 진듯한 역류로
서글프도록 우릴 일으켜 세움은
나무 한 잎의 연가
(정부 청사)
오늘 아침에 새가 시끄럽게 쫑알댄다
그져 어른 앞에 말을 걸고 싶어서 일게다
옆집 유치원 다니는 애와 같기도 하고
어제 저녁 골목 구석에
남녀 학생이 숙덕거리다 들켜
어줍은 듯이 돌아서는 놈이 있는가 하면
어른 몰라보고 눈알 불시는 논도 있고
이해가 되든 안 되든 애써 외면한 흔적
같기도 하고
착한 놈 못된 놈
다 저놈들의 속가지(소가지)는 마찬가지인데
남이라도 저들만큼은 다 밝았으면 하는 욕심을
욕심 중에도 욕심으로 봐 줬으면
생활의 빛이라는 것이
이웃집 이이들은 비명을 질러가며 뛰어 놀고
울고 떼쓰고 어른들은 언성을 높이기 일쑤고
집앞 평상 마루의 늙은 노파
집안에 있기가 갑갑하여 탄력 받아 나서고
젊은 작가는
피곤에 경기하는 탄력으로
이 답답함에서의 골방이라도
자신만의 공간이 좋아
나올 생각도 아니 하고 눌러 붙고
간간이 들리는 피아노 소리
그리울 리 없고
아쉬울 리 없이
그져 산책로의 전경만큼이나 끌어들여
나비의 날개 길로나 다 재일 듯이 음유한다
피아노의 탄력 속엔
우리의 말이 쉬웠을 뿐인
영롱함과 순수함
진리롸 양심을 다 끌어안을 때까지
포용력을 가져본 인내와 지성이다
쇠소리에 가깝도록 소리마져 예리함을
헌신과 희생의 사라져간 공간에
감동의 울림으로
장생의 첫발을 보아가며 젖어가는 것
무지개 문엔
하늘이 세수를 하고 한 점 티끌 다 씻은
문지기도 없는 누구나의 고향
들이 반짝
내가 일구는 남새밭에도 반짝
누구나 인간은 이 자아의 발견
문밖의 침묵이 좋음을
난 허공을 파는데
개는 누굴 파 짖는고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의 동요인가
아니면 저 허공의 쨀 듯한 아픔인가
난 말이 없고
넌 홍해가 갈라지듯 짖어도
다시 아물리는 바다와 같을 뿐이려니
용의 목을 비틀지 않아도 피아노 샘은 깊고
용이 제 몸부림을 다해도
피아노 샘에 구름이 잠잔다
장단이 맞으면
휘감을 것에
아득한 구름 평천에
용오름을 잊은 채 잠을 잔다
샘처럼 차가웁게 돌이켜
하늘 손 끝에 닿을 것처럼 아련히 달리는 사이
구름이 몽상이 되고
구름이 사색이 되고
아득한 발현의 정수에서
어찌 하늘의 법칙이 따로 있으며
땅의 법칙이 따로 있으랴
그져 한 법칙에
땅과 하늘이 합리성과 최선책을 내 놓음이니
이것이 피요 땀임을
열매가 인덕에 있거늘
숙지듯 익어가거늘
덜어지고 오름이 야속타 말라
다 이 인덕에서 붙고 떨어졌음이니
덕은 여기서 가늠했도다
낙담에도
꺾이고 파먹힌 자국으로 보지 말라
그래도 다 한 반석 올려놓은 잣대들이다)
두 라인에는 空이 있다
두 라인을 잡으면 빛이 있다
두 라인을 잡으면 停인 동시에
내적 분출이 있다
2는 火이다
전깃줄에도
두 라인 사이가 불빛을 낸다
가는 길을 반대인데
만나면 돌린다
그건 空的이어서 선택이다
빛은 한 끈을 갖고 양 끝을 쥔 보재기다
이곳의 空보다
더 깊은 공을 머리 내밀게 하는 것이다
사람 人字에 二가 仁임은
어느 쪽도 가지를 내밀 수 있음이요
굽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평촌은
꽃의 태반같이 떨구기도 하고
움켜 쥐기도 하고
한편으로 들뜬
한편으로 흥분된
한 편으로 차마 외면하기 힘들어서
다 맺히고 맺힌
다 공평할 것같은
허나 그래서 더 듬이 많고
다 죽은 것이 아니기에
감추어져야 함이 더 길게 불거지는
오래 산들 이 삶이 내 것이랴)
배 (腹)
배(腹)가 왜 배(舟)인가
배가 떠나도 한참이나 떠났음을 알 때
배(腹)가 배(舟)임을 안다
나그네와 구름
달과 강
무엇을 다 따와도
배가 배임을 알 때
나의 먼 여행을 앎이로다
배
배 떠나네
배 떠나네
강이 말라도 배 못 떠나듯이
창자가 말라도 배를 못 띄우네
사공은 쉬지 않고 젓고
우린 가만히 있질 못하는 성미(性味)
또 더 무엇이더란 말인가
날 붙들어 맸음에도 저리 저어 가는
저 사공은 무엇이뇨
인공 위성
아이야
하늘이 크게 열렸음에
황량함을 이기다 못해
창생을 물들이고
옹기종기 게 속살 같음에 탐스레
신기해하는 시선을 맞받아 하늘이 잠잔다
전설이 귀찮고
신화도 귀찮은
또 다시 욕심 많은 바램에 시달리기가 싫어도
푸른 병풍의 천국인 냥 바라본다
고랭지 배추
화산아
화상아
너만 석류더냐
나도 석류의 계절이올시다
산이 한 고갱이 차고 나오는
꼭두의 시선이 있소이다
졸졸 축이 듯한 물결의 문장을
무심하게 흘러 보낼소냐
다 스쳐 이는 감촉
산 하나의 어깨가 일어나나이다
나루
가까이 하기엔 차가울 뿐이라
돌아서기 쉬운
누구에게 회초리일꼬
한 쪽의 철썩임이 따갑고
환상인 냥 버림하는 속엔
또 애증의 눈을 못 떨궈
별을 찾아 떠났겠지
산호밭에
물고기처럼 재빠르게
인간아
저 길이 몇 길 분이더냐
낱낱이 별자리임을 침 놓아가며
아파해 하지 않느냐
우물
밤의 고깔을 쓰면
반만이라도 지그시 감은 자로 앉아
얼어 붙듯한 좌정이 당겨오는
물맛의 달착지근함을 알리로다
별의 속삭임에
난 차갑다 하는데
그대는 벌써 우러 우러 달다 하나이다
갓
이 빗결의 엘레지를 뺀다는 것이
캇
캇
갓이 되었구나
곡조도 덜 굽었고 맛도 영
누룽지에 탄 속처럼 붙은 솥이로구나
허나 난 좋다
저 부들 부들 하고
거친 세상 깜쪽같이 사는
창백한 섬유질에
캇
캇
갓으로 억세어 보자구나
밤의 나루
고급스런 바가 아니더라도
커피샵의 커피 값을 치르고
시선 모음에는
노 하나 집는
동반행에 빠져 있다고 하십시오
허나 모든 사람들은 나루를 닫고
문밖에의 시선에나
스치는 인연들에나
감상이 깊고
분위기이고 싶고
커피 한 잔의 시선에는
블랙홀의 목구멍만 남겨져 있습니다
(범계나 호계나
호랑이 입도
다 이 우물에서 출발했음을
인간아
너나 나나
저 평촌을 바라봄에 있어
내 뒷켠에
우물이 다 같이 입이라 하자
깊이 만큼 낮춰 보다면
우물이라 아니 할 수 없으리라)
호계가 안으로 맑다
호랑이 링 무늬 감고
호랑이 가죽 빠져 나오듯 하면
다 못처럼 맑은 것이다
우리가 현혹한 것은 가죽이다
저 가죽만 벗으면 호랑이도 아니다
호랑이 가죽 링에
여인네 팔뚝이 불쑥 나오듯
손가락을 내놓는다
여인의 손바닥과 호랑이의 입은
그림자 극을 한다
무늬보다
새깔보다
흑백엔 손과 입이 하나다
호접란
호접이기에 난이 아깝고
호접이기에 섬이 아깝다
호접이기에
분수대같은 기개마져 접어야 하고
호접(胡蝶)이기에
바람도 해풍답지 못하고 등산을 한다
호접란!
호접나라가 나비가 되었음에
안개도 그리 접어 꼬불치고
호접이기게
구름도 그리 꼬불쳐
사변(四邊)마다에 이리 맑고 청결해
불마차의 심장이 물들여 나오고
가파르고 거친 절벽 위에서
탑의 정상에 날개를 폈다
나와 남의 승리자처럼 치켜올린 광장에
난(蘭)의 파자(破字)엔
문간에 접동(接東)새 두 마리
양 눈심지 초점으로
올빼미 눈알처럼 서 있는
거대한 우리의 조상(彫像)
이 문간의 고요가
자주 사랑의 전도가 아니 됨인지
수염 민 자리엔
난을 치고
난을 치고
난(蘭)
그대가 난을 쳐도
그대의 한 포기 모르겠나이다
난이 그대를 치니
섬들이 알뜰히 보고는 있나이다
난이 그대를 치니
바람도 진실로 뿌리 있음을 알겠는데
그대가 난을 치니
잎새에 너무 따랐음이 아니더뇨?
난이 그대를 치니
섬을 못 비우고
섬을 못 떠나고
호접란!
호접에 올랐으나
인간탑의 유물이요
호접에 올랐으나
무의식조차 혼란스러울
전래의 아전인수격에
얼굴도 달지 못한 어깨에 올랐나이다
호접에 올랐으나
망개나무에 거칠게 돌아 오름이요
봉오리
방아 타령일세
방아 타령일세
내 마음을 푸랬더니
양 팔로 가로지르게 해
마음 껏 난 을 치듯 펴보게 하는
균형 잡힘을 보아가며
활인적선이 아니든가
얼음 공장 얼음조각을 내리 붓듯
먼 누구의 입을 시원하게 할
전단지 조각까지의 맛은 아니어도
철금 꼼꼼히 엮음에
큰 아들 채칙에 팽이 꼿꼿히 서듯
철사 빙빙 돌려 꽉 조이며 하루를 돌려보는
그것이 천체라 해도 좋고
그냥 굴리는 구슬이라 해도 좋은
어젯밤 치켜 올린 술기운이 精은 떨어지고
氣만 남았다 해도
기만이라도 눈금을 불끔 쥐고 있는
초코� 먹인 듯 문그러질까
이미 독한 화학재료로 먹인 페인트처럼
속을 태우듯이 풍겨낸 채
온도계처럼 벽에 걸린 미이라관과 같아도
서로 체온을 지쳐나감만도 크나 큰 사랑에
또 한 잔 술의 넋두리가 있는 것
(금정)
젓가락
아! 세월아!
무엇으로 어떻게 잡히랴
나 젓가락으로 전봇대의 두 줄을 뻗치운다
밀알의 이야기에 참새
날개로 걸쳐 올리고 내리고
멀건 침묵에
묽어져 오는 묵의 대접에
난 젓가락으로 폭포를 건져
올릴 듯이 하는
아! 세월이여!
무엇으로 어떻게 잡히려는가
가만히 보니
너보다 내가 길어 못 잡음이요
너보다 내가 굳지 못해 못 잡음이 아닐지
피안과 차안
물거미가 벗겨지는 모래알들
어쩜 우리의 시야보다 밝은
이 밝음보다 거풀 더 걷힌 밝음인지도
물거미 차는 모래알들
우리의 빛도 그 속에 살아 있음이니
혹여 그림자는 아닐꼬
아! 이 세상
이 안(岸) 저 안(岸) 다 뒤척이고 사는 종자
까마득한 저 바다조차도
유영해 보지도 못한 망둥어
주전자
나보다 주전자는 아이 때
마누라 때를 못 벗는다
대포집에
등불맡에 부풀며 반짝인다
당긴 듯 당긴 듯 하여도 물러나 있고
웃는 듯 웃는 듯 하면서 엉덩짝이 넓어져 간다
입안에 가득한 독설
절망감
공분(公憤)이 개인적 함량으로 밀리고
나와 멀다 하여도 서글프고
그래도
어색한 듯 볼기 같은
양말 하나라도 깁으려는 마누라
다 주전자같은 엉덩짝
(산본)
가을이 오는 이유
가을이 오는 이유
가을엔 호수가 눈을 감기 때문인갑다
불리고 간지럽힘도
죽은 것처럼 일어나지 않고
이 찬란한 화장에도
눈감은 속 깊이에 동화되어 갔기 때문
물가의 배는 차갑고
뭘 그리 봤는지
낙엽은 이젠 그 차가움으로 감기어 들어 황홀해 한다
낙엽이 지는 이유
낙엽이 지는 이유
형용은 다 미쳤기 때문이다
저 언덕 넘어가는 구리빛 지게
팔다리에 근육 똘똘 뭉쳐 넘어감에
그래도 살아 생전 이 때깔이였음을
이 아름다운 고 품위도
떨궈줘야 함이 도리요
돌이요
이젠 이 곡선을 두고
반만이 보여줬을 무지개에
반은 묻어둬야 하는 것
억새
억새가 마져 붉어야 억새이듯
나무도 그 최선에
억수 장마 끝에 한 숨을 돌려
붉은 기가 다 돌고
막힌 길
병풍 돌아 맞으며 찾아 달라는 바램
선도(善導)로 길이 드러날 때
아! 저 태양도 가을날에
억새로 붉도다
오렌지
오렌지는 실을 짰다
흰 실을 짠 번데기 10마리
다소곳이 움츠린 숙덕임 위로
금박을 했다
은하에 유랑하며
고귀한 품성의 중성(中性)별
충돌과 폭발에서
그 중용의 덕을 흩어졌을 때
이리 거둬 가라앉은
범우주적 체통
커피숖
커피숖 커피빛 내고
커피는 바닥의 문을 열어
그림자를
근육질의 동화로 움직고져 한다
이 빈 허전한 홀을
주술처럼 잠재우고
묘한 창빛으로 살며시 빠져나갈 것을
곁눈질 한다
시끄러우나 조나
눈조리개처럼 홍채를 열어간다
(수리산)
예도(藝道)
난은 잎으로 난을 치고
갈대는 꽃으로 난을 친다
끌어당김이 억세어
휘늘어진 버들가지의 품을 늘이지 못하나
그대여!
이 중단(中丹)을 가을까지 끌어
마차는 아직도 그 흥분이 있도다
중(中)
우린 각(覺)으로 펼쳐 아름다움이랴
황무지도
우리가 추구하는 궁극을 물어서도
의(意)의 종(種)으로 그나마 앙금
밀밭도 누래가고
더듬이 많은 신경줄을 다 죽이고 나서도
뜻이 살았기에
신뢰가 생기는
황토는 중(中)으로 끄집어 엮었기에
중성과 중성이 모였을 누른 표시
분열되어 나온 것
이도 다 계획성 있는 주루(走壘)의 행성
성(性)의 자극으로 살아도
의(義)는 황금처럼 버물려 신뢰인 것을
벌판
이 골드의 안정감에
일어서지 못함이 있다
그러기에 흰 눈도 소리 없이
앉을 예(藝)을 알고
겸손할 수밖에 없음을 안다
이 종말 같은 불안
어쩜 황금처럼 떼어지지 않은
도리어 짐의 무게
일단은 또다시 열어 보일 수밖에 없는
돌아감의 동화(同化)
누른 신호등은
돌아올 줄 아는 보석궁
이젠 우리의 마음가짐을 진실로 믿자
자리
내가 소주를 아니 마심이 좋기는 하다
난 다 드러누운 어제였기 바랬는데
빈 소주병은 그대로 서 있다
나도 없는 빈 흔적의
그 주위를 맴돌다 가는 돌이킴에
낙엽도 저 빈 공명에 떨어진다
대화가 그리웁도록
모든 극적 요소마다에 누워있는데
그댄 떠났어도
그리 서 있는 모습에 슬쓸하다
대야미
우리 밤의 테이트에 익숙하게 하는
그 무엇이 있듯이
밤은 통털음에 맛이 있다
사색을 반겨 맞고
혼자서 바라만 봐도
별마져 완전하지 못한 떨림을 봄에
누구를 그리워하지 않으면 안될
깊은 속내를 안고 산다
겸손해도 반월이요
모든 것이 반에서 차고
반에서 줄고 기회가 되게 하는 것
내 님 눈 지그시 바라봐 반월이요
크게 떠 온달이요
고향 땅
내 집 울타리 대숲 눈썹엔
오늘도 상록이요
할머니의 상록이요
함께 묶어도 상록인
명당 문이라
호수처럼 떠올랐다 잠기면
바다에 둥둥 떠오른 집일 것이다
김치
나의 정물을 어둡다
거리 밖도 어둡다
방의 조명도 어둡다
광고가 아니라도
섬유질 일으켜 세움에
갓처럼 독하게 커도
푸른 듯하면서도
저려 들어간 맛
어둑함도 함께 저려가
잔잔한 눈빛으로 마져
살아 볼 수 있게 하리라
김치
나의 노래가
나의 톤이
열무이기엔 맵고
배추이기엔 기주(氣柱)가 높다
바람이 지나치지 않은
서민적 가락이라는 것
젖산 빠지기 전까지의 노력으로
규칙을 만들어 살아가는 리듬의
구성지게 불려 나오는 것
김치 한 포기
저림의 한 포기
일의 적당성
허리 한 번 더 펴지는 이유
김치 찌개
우리가 버림을 받았을 때
기본적으로 자심의 심지를 보자
이미 부여된 심지가
내가 아닌 듯
이런 죽은 모습의 속박을 쳐 발라
빛과 색의 내막이 유행처럼 살아나며
땀이 신맛이 날 정도로
기름내 나는 도로를 찌개처럼 살은 듯
끓다 사라져도 살은 듯
섞음에도 발효로 발산된
강건함의
지탱해감의 균형이 있는
발이 부러 트는 걸음에서
더 발할 수 있는
죽어 들어도
그늘엔 더 시원하고
더 사근하고
노폐성마져 차고 나가고
김치적 품성
저 놈의 김치는 알맞게 익었다
난 목소리부터 신맛이다
온 몸이 산(酸)이 돌아
몇 날 며칠을 풀어도 풀리질 않을 것 같다
저 놈은 점잔은 맛
젓같은 은총의 구조에
산화된 이 맛이 싫어
화제를 피하려 하고
허나 주제 맞게
불이 나게 달아 올리는 때로 나아감에
이 맛 아니 날 수는 없는
목소리만 거칠어지고
반월
조 놈도 눈감은 맛이라 하는데
난들 반월만 뜰라네
철새
기러기
나 길 밝힐 마음 없음에
난 반월로도
적막을 그대 갈대에 스포트할라네
갓김치
이 놈의 갓김치는
세상 갓 나온 애들처럼
저려도 한참이나 저려야 한다
젊은 기분에 그냥 먹다간
된통 속이 아리고
마음이다 싶어도 이젠 갓 살순 없듯이
추억도 배추처럼 자리하지 않는
다들 한 때의 갓
연못
동전을 던져라
동전을 던져라
난 어둡다가도 저 못처럼 깨어있다
이건 내 의식에 대한 것이요
내 혜안에 대한 것이요
믿음으로 곁을 지날 수 있는 그대에 대한 것이다
동전을 던져라
동전을 던져라
어느 은인(隱人)은 자기가 자기 제사상 받아먹는데
하나 하나 자유가 되어나간 울
자존에 대한 활력이요
가치에 준한 결실에 대한 부여이다
은하와 지구
강이 왜 이리 찬지 아시오이까
별과 별 사이가 본래 추운 거라서
말만이라도
뜻만이라도 다 다시듯이 와
이리 차거이 혓바닥을 내미는 것이오이다
그리 접어 두어도
야속하기가 한량이 없구나
차라리 그렇게 얼어붙도록 놓아 둘 일이지
남국으로 푹푹 녹여가며
이리도 두루마리처럼 넘어가고
내 이 송백이라더니
찬바람부터 시험삼고
바람이 거칠면
되지 말래도 송백의 산발톱이 자라고
산 고개도 부드럽지
준령도 부드럽지
내 쉰 목소리 보다야
벽산 기슭에 호랑이인들
송백부터 일러서 주는데
아 무슨 고갠들 아니 부드러우랴
그댄 왜 굴에 사는가
"고개가 싫어 굴에 산다 왜"
높으니 된 바람
낮으니 지혜로 꼬리가 요상하고
다 제멋에 머리 벗겨져가며 산다만
수미산은 이렇게 뚥고가는 자리
표주박
그댄 김해 김씨인가
나 표주 박씨이다
푸르른 날 쪼개 놓고서는 감상함이 어떠한가
흰 구름만 꽉 차
신선국이 꿈만 같으랴
다 끓여 봐도 그대 뱃속을 시원하게 하리니
얼음 같은 샘불가에도 섬뜩하게 하지도 않을뿐더러
그대 입술까지는 이 맑은 정담이요
지지리도 내 바가지에
인생의 예리함도 투박한 듯이 싣고
그대 김해 김씨인가
난 표주 박씨이다
표현이라는 것이
이 아름다움을 다 감당하지 못함에도
시인은 굳이 시인이려함이요
감정라는 것이
아름다움을 다 끓어 올릴 듯 함에
그대는 굳이 눈빛이려 함이라
다 이러한 몸부림이 있어
꼬리를 알고 머리를 알고
액자를 먼저 차고 날 때쯤의
남은 사이의 보아지는 세상이 있을 것이요
표현도 그 감정을 못 미쳐
표구 속의 공허에 아쉬워함이라
이 빈곳에 편해하며
솜처럼 뜯기어 감에도 다시 뭉쳐도 부드런
눈알이 빠져
개눈도 넣었구나
우리에겐
눈이 없어도 보이는 무엇이 있듯이
우리에겐 영혼이 없어도 보이는 길이 있다
우린 오히려 영혼의 통제로 세상을 보고
영혼이 비면 넋이 문이라
문 사이의 저승과 이승
방금 눈알 빠진 듯이 하네
영혼은 별을 채웠구나
눈동자처럼 탱탱하고
우리의 사랑도 이렇데 탄력이 붙고
별은 별대로
문은 문대로 그 가림의 길을 지나 다시 뭉쳐야 함에
별길인가
문길인가
다 지켜주지 못함에 떠나야 하고
씨눈이 있을 문도 있네
우리가 벗어 던진
푹푹 찌도록 벌어지며 해이해 지는
운명적이라 싶은 임의성
굴레도 녹은가 싶은 이 한 때를
자신은 번지수를 정확히 찾은 듯이 지나간다
이 건 마치 한편으로 틀에 구속되고 싶은
의지와 같이 맞물려 가는지도
봄비가 봄처녀였나
살작이였나
수줍음은 듯이 지나갔다
허나 다시 돌아올 낌새에
기어코 돌아와 퍼붓는
늙도록 청운 없는 샌님 앞에
비 같아도 개운함이 없구나
마음이 부자인 것이
구름도 태산을 이루어 흩어버리는 인생의
구름 짝 같은 사랑
구름 짝 같은 사랑이라고 하잔 듯이 ]
마구 쏟고
청운이 여기가 아닌가 하네
낙엽이 어떻게 지는 것이오이까
개울물이 잠기는
지신의 비녀 꽂을 빗길에
꽃 핀을 놓듯이
우리는 낙엽을 떨군다
정갈함이 더해 가는
마감심을 빗을 줄 아는 그 성실성에
한 껏의 치장보다
우아하고 장엄함에 입이 진다
봄날이 오면
공원이 마치 약속이나 된 듯이 단장이요
방난 군불에 뼈마디가 녹다 녹다
돌보는 손자 아장 아장 걸어 나오듯이
겨울로도 단장된
묻힘의 손과 발인 냥
진달래는 그리 팔을 뻗어 나왔다
그댄 별의 찬란함이요
꽃의 향기이다
그댄 하늘이 영광이요
땅의 자존이요
허나 이 세상만으로
그댄 별과 같았고
꽃과 같고
하늘의 존재
땅의 존재
다 다온 "꿈
다 벌(罰)처럼 깬다
이렇게 깨어야
별이 넓은 아름다움
열매같은 지구에의 이해
해석에 해석이 붙고
세상에 내 살이가 붙은 글보다
내가 아니어도 세상은 밝고
내가 떠났어도 길은 밝고
행이 되었고 실천이 된 존경의
위인도 세상에 붙은 삶보다
오히려 세상에 떼어낸 흔적의
정말 애써 붙음이
아쉽도록 스쳐지난 듯한
높은 가을 하늘로나 받쳐 진
인간으로서 감내하기 힘드는 유혹 앞에
초연함이 발견되는 것이길
대로
길 위엔 차가 지났지
사람이 지났다 이니 한다
길 위로 바람이 지났지
사람이 지났다 아닌 한다
그대나 나나 얼굴 내밀기 전까진
이 장관(壯觀)에 운해(雲海)를 싣고
참으로 긴 여행의 마중이가 되지 못하는
안개는 이방인이 아니라
가던 길처럼 일어나고
늦잠일 뿐인
저 높은 지휘봉의 개문(開門)에
안개처럼 다시 와지지 않은 피곤에
왠지 쓸쓸함은
밤이라서가 아니요
간혹있는 좌절감에서도 아니다
새벽에
나도 새벽같은 새벽에
다 일어서도 무거움에 있다
추억 속에 헛기침을 하는
지워지지도 않는
낯선 듯이 와버린
한 세대 밖의 허전함과 같이
돌아서면 눈물같기도 해
헛기침이 괜히 겸연쩍은 듯하다
이렇게 빈 공간임을
울리고도 더 일갈이 아닌 왠 조심성같이
시간의 춤
세월이 가는 데도
공기만 같이 우리의 허파에
나뭇가지처럼 숨죽임에 팽창된 듯이 살고
세월이 손살같음에도
사랑은 더 물처럼 메워들고
물이라도 이처럼 잔잔하면
이 방울이 솟으면
시간의 춤이라 하자
우리의 사랑이 이 문만큼이나 꽉 잡을
그 뭉클함이라도
시간의 춤이라 하자
늙어감에
죽음의 추상으로도 뼈가 발리고
그 주변성을 떠올림이 아니라
내 영혼에 다가서는 것
내가 내게 다가서는 만큼
그대도 내게 더 깊어진다
한양대 입구
해변
아롱이는 기분으로
초봄 내내 걷어 올렸는데
한 잔 술
저 산에 미안하고
내 무덤이 되어도
한 잔 술 내게 미안하고
바다에 한 잔 술
내 안간힘에 덧잔이요
강물의 나팔 구
한 잔 더에 폐활일세
피차에 밀고 밀림이여!
살결 다 이룰 때까지
수억 모래알의 정수
탱자
탱자 도인은 가시
저 우거(寓居)
울안의 뫼이로다
울 틈바구니
참새가 무더기로 앉았다
무더기로 일어서고
내 빠져나가려다 찔리면
탱자도인은 봉선화
난 초당
울 밖은 무얼꼬
탱자 도임의 여의주
신경통에 약술
난 무엇이며
저 도인은 무엇일꼬
낙엽의 버전
한 묶음의 연인의 편지
한 권의 책 속에 걸어가는 양식(良識)
우리의 심판마져 들어 있을 이 진지한 길에
농후한 잎새
식감(識鑑)으로 들지 않고 사이에
꼭 끼어 떨어 질 것 같지 않은
바닥에 한 번 더 딩굴어 보일
그대의 유능한 지식보다
책갈피에 은행(銀杏)같이 간직되어 나오는
추억
시상(詩想)
엽서 한 장의 위로 뛰게 하는 것들
가을의 심판대에 기다리고 있는 것들
오색 채색을 다 깔고
그 위의 최선부터 다려보는 것
部(읍부)
정(鄭)첨지 닭벼슬인들
종일 두드려도 빈 콩깍지
누구 성(姓)인들 그 문임에
나남이라 어찌할꼬
본 바탕이 읍(邑)모양에
어머니 뱃속부터 콩깍지요
나서 반쪽 마져 만나
알콩이야
달콩이야
달을 따다 내 콩이야
해를 따다 내 콩이야
사람과 학문
철학자는 완전함을 짜다
갇히고
철인은 허물을 쓰듯이 삶에
뚫는다
학자는 끝까지 엮다
누에가 고치로 스스로 갇히는 곳으로 맺고
철인은
욕을 아니 가리더니
밝혀가려는 의지의 혜안을 찾으려 한다
철학자는 무덤에서 나비가 되어 날았으나
철인이여!
그대는 허물에 그 직면성을 바로 차고 나가는 실제성이려 하고
학자여! 그대의 고고함이
죽은 무덤에서 재생될 때
철인은 삶의 무덤에서 깨어 나온다
권유
행운과 축복이 좀 더 먼 시선에서
다가옴인지도 모를 것을
그대 조바심에 연관성이 없다고
행로에 지체됨이 있을 것 같다고
외면하지 마오이다
그대의 리듬에 돌출이 됨일까
그대 각도에 할애됨일까 할 때
행운과 축복이 좀 더 먼 시선에 있다 하십시오
결국 이러한 지평이
선진의 돛이 되어 있더이다
(중앙)
창(唱)
베틀에 날실을 걸으나
저 타령도 매달아 좋으이
누구의 세레나데인가
들실로 들어 닻을 내리지 못함을
모시자락 파도 위에
그리 무늬가 물들어 감이로다
풀먹여 나온 창(唱)이여!
풀먹어도 백안시한 창(窓)이여!
빳빳이 다린 채로 밖을 나서도다
겸손
낙엽을 밟으면
아파하지 않는 숨결의 일단락을 이야기하자
우린 바스락에 속아
낙엽이 가벼운 줄 안다
우린 그 바스락을 알아
바스락도 거대한 받침대의
무거움을 알게 되리라
공짜가 없듯
절로가 없듯
바스락을 소멸 시켜감을 알 때
그대가 이 바닥을 알리니
마지막 선상임에
그댄 이 가닥을 넘으면 죽음이라 하지만
누군 이 가닥을 떨어
이 땅 만한 부피를 주고져 함이니라
가슴
애를 낳거나
창작을 낳거나
숨죽인 열정과
하나 하나 수행
땀 흘린 아웃사이더의 체증
건조한 하루가 진실일 수 있음을 제대로 닦을 때
이미 너 나 없는 선조들의 교감으로
들리듯 멀 듯 대화의 길
빙판 위의 눈과 같이 흐릿할 뿐인 시야
살얼음이 소리를 낼 때
그 죽음의 바닥같은 데서
다시 하늘을 열음이니
버퍼링 3
저 낙엽도 깜박 건망증에 시달리고
집중력에 시달리고
솔깃하게하며 지나고
자르르 몰린 듯이 지나고
그래도 빛깔 띤 허(虛)에 흉하지는 않아
밟아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댄 진정 손바닥을 보았나니
밟히는 자
도리어 이 대지보다 더 큰 손금을 내놓고
누가 버퍼링이려 하느뇨
다 골을 따라 감이거늘
가을
백합도 속앓이라
보랏빛으로 꺽어 머금더니
이 가을의 잎도 백설처럼 부시어
핏빛을 끄집어 내었다
뒷골목의 세월도 애뜻이 진해오는
땅을 펴고
지하도를 차고 가고
입술은 진해오고
조명도 진해오고
백룡아
백룡아
네가 백광에 숨붙이가 되어 있어
이만큼은 끌어 왔구나
가로등가의 낙엽이여!
의식(意識)
낙엽은 날 스쳐 지나고
입방정
"늙으면 죽어야지"
다 썩어도
다 짖밟혀도
아야 소리 한 없어도
감긴 눈에도 더 초롱 초롱 맑고
옷 벗은 냥 시리고
더 훤하고
더 아리고
거두어 더 생생하고
대지가 제 살결마냥
내 피부로 사는데
가고 옴이 아니라
우린 서서히 이렇게 맞았지 않느냐
가을 속으로
묘하게 다 열었다 싶은데
구름이
"열자면 "하는 것이 있고
묘하게 다 열렸다 싶은데
잎새가
"열자면"하는 것이 있다
구름은
익어 짜갠 듯한 탐스러움을
깊이 갖고 싶었음이요
낙엽은
대대 후손으로 길이 기렸음을
땅의 진액된 바를 드러낸다
낙엽
내 뜻은
내 끝이 낙엽에 드는 것이요
내 심정은
낙엽에 물들어도 분노가 아니길 바라는 것
소리가 있는 문에
다 한 마디의 부드러움으로 간 이별
덤불 3
난 부초처럼 뜬 사람인데
너 어찌 핏기를 올려가며
저 고개를 잡을꼬
부질없다 하기에도 저리 다해버렸으니
인생사 질긴 길가에
저 벽에다 벽화를 끄는 몸부림일꼬
모양새 사납지도 않을
끈이다 싶은 건 다 모아
벽마져 넘겨주려 함의 한눈 팔이
저 염마장에도 끼어 붉은 넋이여!
달램이 문장이 한 권이라도
이 밝은 감동으로 살아가는 길이 또 있었음이니
풍뎅이
풍뎅이가 무어냐
풍뎅이가 무어냐
내가 네 앞에 얼마나 빠져 죽었다고
풍뎅이가 무어냐
산다는 게
자꾸 현실적 긴장으로 유약을 바르고
영혼과 겉 바꿔치기를 하고
그리 묻힌 듯 살다보니 두터워지는 각질
넌 당당히 울며 대들고
웅덩이 깊이가 엉덩이 깊이 인지
날아 기우는
난 문지기
난 비서
난 아예 풍덩이
풍덩이로다
너 참 당차구나
애벌일 때 영혼이 길더니
크서 짧은 몸둥이로 배짱은 늘어가지고
비웃음
낙엽이 아무리 흔들어도 내 앙금은 없고
낙엽이 날 뒤지다
텅 빈 벤치조차 무거워 떠났고
그리고 보니 내게 없듯이
벤치에도 없고
한데 그대여!
그댄 그대의 집 고엽을 다 못 털면서
왜 그리 비웃을꼬
왜 그리 비웃을꼬
이 고운 햇살마져 비켜질까 아쉬워하며
난 내길 가는데
난 내길 가는데
낙엽은 제 길이나 가고
이 짧다시피한 알량에도
그대 모습처럼 아름다워 버렸고
난 내길 가는데
낙엽을 굴러버렸으니
곡예처럼
5일 장터 가의 웃음들
난 내길 가는데
부뚜막 아궁이가 들이키면
골 빼는 굴뚝
피노키오 코를 동여매 가며 산다
나무
나무야
나무야
내 정맥(靜脈) 푸르름으로 돌아가는 길임에
네 맥박을 알리로다
아직도 심저는 붉고
심장으로 들어가는 대합실 같고나
무지개 붉은 줄로 왔어도
무지개 푸른 줄의 미끄럼틀
너와 나
다들 혼자일까 하는데
낙엽이 너무 고상하게 하는 건 아닌지
내가 걷는다고 하는데
낙엽마져 일어나니 회개해 볼만도 하고
내가 나 뿐일까 하는데
난 바위처럼 벗겨지고
내 방 구석에만 버틸 수 있어도
구슬 하나의 구멍은 차고 나갈는지
가을 5
서울이 밝으니
가을이 찬미로세
서울이 심장부라 하니
온 가을이 붉네
심장이 여름집에 살았다 말게나
본래 후덥지근함이 저 배꼽 아래
이 어깨 산밑
이리 싸늘치 않으면 어이 들여놓으리
밤 (栗)
그댄 지하의 옥(獄)을 상상하여
대명의 광책(光柵)을 옥이라 말라
빛도 알속이 있어 달콤할 수 있음을
답답한 듯한 팽창에다 짜개어 나와
단단할 수 있음을
빛이 허공 중에 길고 예리해
탯줄을 보지 못한다 하나
밤톨아
촉발의 아구에
재갈을 물리어 닫지 못하게 하고
지하의 세계라 일컬어도
다 생각하기 나름의
부드런 은혜로운 땅
비집음의 경쟁에서
입구만 부르짖으며 짜개어 나오는 곤혹이라고
옥(獄)이라 말라
고잔
그대 한 잔 술에
어쩜 성배의 논리 위에
우리가 있듯이
한 단계의 디딤들 위에 있음을 알자
허나 서글프다
이 옛것에 있는 우리들이여!
이 연금술적 화학물에
옛잔으로 올려진 똑같은 미혹
배추
배추 속을 보자면
우리가 끼고 있는 반지의 뿌리를 차고 나온 맑음이다
약속의 땅
살아나는 생명력
저리고 저려도 살아 숨쉬는
퇴색되고 노화된
검버섯진 다달음에도
청백한 옛사랑은 한치도 물러남이 없고
잎새에 잎새
지팡이보다 더 꼬장 꼬장하오이다
악평
옷이 품위를 말해 준다면
그기에 비하면 인간은 고급이 아니다
그래서 차라리 옷의 품위로 사는 게 현명한지 모른다
능력과 자질을 보았어도
내 뱉는다는 것이
교묘한 중에 안개처럼 무산되어 버린다는 것
허무와 방황
미로가 그대로 남은 것들에
지불되는 것만 비싸졌기에
일상적으로 옷이 더럽혀 짐이 아니라
옷의 세련됨으로 보자면
인간이란 것으로 더럽히는 것이다
감상
상(相) 잡히기 바쁜데
자꾸 물결로 밀어내고
감잡히기 바쁜데
치렁대는 가닥으로 자꾸 불어 나가고
달이라 하기엔 수만 길을 모르겠고
결이라 하기엔 쥐는 것도 없구나
무엇을 가르쳤으며
무엇을 배웠든고
수(繡)만 교묘히 팠구나
교묘한 수로다
은파
강물 위로 일렁이는 청춘이여!
뚝심 일어나는
화가의 은박이라도 꺼내 살 열정이듯이
넘고 또 넘을
한양 천리 가야할 님
한 잔 술 위에 놓은 행로엔
은단자 깐 하늘의 시집이
그 좁은 폭에서 나오는
내가 무얼까 하는 질문에
그져 그대 은박지에 그어 나가고픈
내 삶에의 의지의 표현
애완견
보일러 엔진을 타고 꿈을 들이면
이 풍족한 세상에 애완견 한 마리
화선지의 여백에
구름 솜털이 붙었고
옛적 가난한 길모퉁이에도
뭉게 뭉게 포개 올랐을
취적풍(翠笛風)에 들었다 낳은 애완견
눈빛으로 헤쳐 옴이
영롱한 선율에 아롱이 듯이 하고
은빛 공간의 비늘 붙은 덧칠에
인간 뱃속보다 빨라
청초함만 더 들켜 나왔네 그려
그림
나도 저리 굳어 벽화나 될까
나도 저리 굳어 오징어가 될까
한 겹 껍질 벗기면 붉은 살 나오는
흰 살집으로 살아 논 놈이
이리 붉은 듯 생명의 전초처럼 먹어가며
어느 쪽이 살은 길인지
짠내 나는 죽은 기억들
제대로 말린 오징어 맛
붉은 태양길이 남은 화현
언덕과 나무
우리의 액자된 모습들에
언덕과 나무
오름과 사색
고독이 차 오름에
나무 한 그루처럼 펼쳐주는 책
정화된 외로움을 남겨도
부푼 마당엔
등 기대어 있는 기다림에 있다
꿈
난 어느 위성에 두드려 맞았는지
꿈을 꿨다
비몽인지 사몽인지
현실의 주제가 선명한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하고 밝음으로 나왔다
환타지라 하기엔 너무도 뚜렸한
인공 위성에 한 방 두르려 맞은 듯
고장난 고물 텔레비마냥
비추어 일어나다 꺼졌다
이 퇴물 구석에
묵
묵에 내 침묵 한 사발
부드럽다
묵에 내 연인의 한 찜
파(far) 썰어 넣고
고춧가루 뿌려 넣고
그래도 애간강이라나
찍어 발라먹고
입술에 발리어도 웃고
도토리 나무
참나무야
하늘의 진리를 하나 가르쳐 드릴까나
본래 떨어짐이 없는
무중력에나 뻗칠 팔방미인
벌레 집 지으면 떠나는
파고들었으면 떠나 보내는
노천을 겨우 가린
장강(長江)의 조사(釣士)같이 가득 채운
갈대집 꽉 끼운 반석의 배
혹성에
곤두박질이 너무 커
자세히 보면 쿠션도 있는
애벌레는 그 발원을 모른 채
영험스럽기만하고
반월단지
노을
먹다 보면
탐스럽게 먹다보면
어느새 타 굳은 껍질
부지깽이에 굴어 나온
설 탄 감자를 짜개어 봄에
광휘가 알에서 펴지듯이
토실토실 탐스럽게 익은 그대 생각
꽃에서 부리로 돌아 간 듯
소리에서 벌통으로 돌아 간 듯
이 도시를 빠져나간 것이
뮤지컬에서 정적으로 빠짐이요
회화(繪畵)에서 조물주의 창조로 든다
소는 아직도 똥을 갈기며 쟁기를 끌고
농부는 깊이를 다뤄가며 행을 맞춘다
가을 감상
모기가 죽은 영혼에도 가을은 익고
붉어가는 쐐기를 음유해도 가을은 익는다
마른 잎도 탁탁 떨어져 가고
감도 뭉클함으로 떨어져 간다
우리가 돌이킴에
얼룩이 배기도
순색이기도
창조주에 다 안기는 제단엔
회한도 많을 수도
기다린 자처럼 비단 한 폭을 깔 수도
열매와 곡식이 바쳐지는 자리엔
굳이 잎도 바쳐져함엔
함께 가는 자리엔
영예스러움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구름
그대 정처 없다 하나
그대 뭘 끼고 있음은 몰라도
저리 속 알차게 익어갈 제도 있어
내 속살 같은 사랑이
저리 탐스럽게 볼 수도 있겠소이다
그대 다 떨구었다 하나
겨울도 지샐만한 그리움일 것이요
양처럼 일어나 순해질 때
하늘과 이미 맞닿아 있었음을
한 층 위엔 늘 살아있었고
단순
저 산 이 빛으로 밀어버릴 수 있는데
저 그림자가 괴니 넘어 지질 않고
탄재는 벗겨 지지면 다시 돌아오지 않으나
이 놈은 무슨 검정 고무줄에
제 자리가 빨라
재바름엔
산보다 굄대를 타고 내려간 사람
모래무지
굳이 쓰야하고
굳이 말해야 하고
이보다는 한참이나 멀어
모래에 묻혔다 해도 휘저을 길 없는데
뒤집어 나온다 해도
대대의 이음새로 맨들해지려
별 부리에 쪼인 듯
자갈들의
장류(長流)에 변명된 듯이 모를 닦아
세월에 광나듯이
흐른 물에 윤택해지며
고개일까 하는
청정감을 찾아 유영하는
이 거울 평면대여!
난 모래무지처럼 묻혀 들고
수정알맹이처럼 묻혀 들고
안산
안산이면 일어나지 마라
우물가에 모여서 또 가라앉아보자
편안함이 태산
안개도 안산에 젖어
노고와 고달픔을 달래고 달래어
가른
우리의 오토매틱에 나서자
안온함을 갖게 하는
불가사리
불가사리 바닥이 하늘 바닥
청풍의 겨드랑이 속을
바다의 허리 속을
나의 손이 파고든다
별의 거침이 불가사의의 생명력
나의 별아
어떻게 찢어지더라도
다시 회복되어 기다림이 되어다오
그 것이 정녕 산소같지 않더라도
인간이 어찌 생명에만 존재를 다 했던가
그져 유전자 일치가 좀 어긋나
도리어 파괴자가 되는 임파구나 되었을 테지
아! 그래도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기다림은 어둠을 깔아도 상관없건만
대명천지가 길을 밝힘에
뒤따를 애절함이 넘쳐 기어코 갈 날이 있겠지
구름 아래
지금까진 눈감으면 비가 내렸지요
사랑만 같아도
노래 끝에도 비가 내렸지요
울컥 쏟아질 것만 같은 눈물
습관처럼 늦가을에도 비가 내리지요
이젠 눈감으면 눈이 내리지요
눈 내리면
저 두엄처럼 두 다리 쭉 뻗으며
저 수평선에
그림자 한 점 없이도
대지에 스미어 드는 바를 귀기울이는
율(律)도 없고
줄기도 없는 곳에
나의 기척만은 찾는 듯
산천의 운(韻)을 잡아 복령을 찾듯이 하겠지요
이중적 창조의 바탕
겨에다 쌀알을 바꿔치기 하는
아! 너도 우주인의 창조물인가
네가 인간의 원초물인가
오히려 땅과 씨앗의 암수로 끌어들임에
꽃과 나비여!
너는 너대로 암술과 수술의 기행
창조주여!
눈 나온 꽃의 입으로의 변이
별 잎으로의 변이
천 바닥에 여러 차원을 실은
얽힌 뿌리로 씨눈을 바꿔 올리는
신령스러움이여!
그리 힘드는 일이 아니지 않으오이까
자화상
저 멀리 숲 속에 사는 새인 냥
나도 내 사랑을 모른다
다 들어 생각일 뿐
지성의 틈바구니인지
바위 틈새인지
더 다정하고
더 붙어 있고
나오라 해도 아득한데
들어 본 것 같을 뿐이고
막상 사랑을 불러 보면
숲이 저 먼 곳에 있다
처녀설(處女雪)
참으로 눈도 귀한데
문 밖을 나서니 내 발자국만 난다
돌아 와도 내 발자국만 거슬러 오름에
왠지 조심스러운 길이 벗겨진다
비늘을 역으로 벗기듯
혹 상처일까 하며
거슬러 올라가고 있음을 미력하게나마 느끼는
생각도 없이
감동적이지 않고
감상적이지 않고
왠지 간 길이 얽어진다
고작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침체(沈滯)
난 늘 잠들까 말까 할 때가 많다
난 수평적 물 껍질의 격동이
더 센 듯이 나아가는 대화에
걸려들고 싶지 않아
채팅이 있다해도 싫어만 간다
율동이 좋아 타고 나가도
지네 같은 노(櫓)일 뿐이요
어쩜 사랑이 덜컹 하는 곳에
칸딘스키의
바다 깊숙한 곳의 구성을 초월한 자유의
사지든 팔지든
다 평화로운 추상적 심해 같은 곳으로
다가가 있는
늘 잠들까 말까한 곳에 있다
컴퓨터
바다 건너 온 놈 아니랄까
컴퓨터를 연다
아니 컴퓨터로 양 귀퉁이를 이어 붙인다
그대와 난 사이 너무 넓을까 하니
속 뒤집으며 다 살아 나온 듯
한 망태에 풀어 진
한 통발의 부분적 거둠까지
그대와 나 사이
벽이 완전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창생(蒼生) 건너온 놈 아니랄까
컴퓨터를 연다
땅의 샘으로
그대여!
그대 없는 음악은
날 우주미아처럼 더듬게 한다
곧 죽어도 피아노가 내게 온 것은 없다
골짝을 파고
샘을 파고
얼어 죽어도 다람쥐 걸음을 쫓을 뿐이다
아! 피아노가 날 끌어가 사라짐이 있다면
내 갈 자리는 어데메뇨
자연아!
네가 심장처럼 수축하며 저 무한 허공 중을
쫓아 올 터인가
아니면
넌 본래 하박한 것이라서
내가 그리 들어 눈을 굴릴까나
경직
그대 그리움이야 눈부심인데
눈은 아직 녹지 않았소이다
아!
그대 아직 녹지 않았음에도
눈부심은 두 배올시다
살아 있는 정점이
뾰쪽한 곳에 얼어 있지 않아도
위아래를 통틀 줄 알아
설원에
앙망에도 태양을 눈부시게 안고
궁전처럼 녹아나나이다
늙음과 독설과 냉정함으로서의
중도(中道)
글이 된다는 것도 괴로운 일이다
옷만 같아 멋 같고
치장 같아도 따로 나와 있는 것으로
예전엔
말없어도 내 진솔함만은
지금보다 더 경석만 같았던
사랑보다 더 한 것 없다 알아도
입 떼기도 조심스러움은
일생에 한 번이라도 떼어 허탈해질까
현실적 많은 어구에도
귀하게 여겨진 함구의 저 편에 다 있었던
그대여!
괴로운 건
그대의 눈빛이 버려지지 않는
또 침묵의 껍질로 감싸여 가는 것
또 하나의 백 사운드
그대여!
음악이 아무리 좋아도
외로움일 땐
그 향(響)을 지나는
새소리가 일어남에 위안이 된다
마치 살아가면서 세대의 벽이 아니라
생의 두터움같이
아직까지 쿵쿵대는 장단이 있지만
간간이 우는 새소리에
한 자리가 서서히 비워져 가는
정자나무의 울림이 함께 숨쉬어 간다
여유라는 저변
내가 내 자신에 고마워해야 함은
내가 멍하고
좀 갑갑함을 느끼고
내 행위가 일어날 때
이것이 내게 있어
벌꿀 집 같은
지금까지 이 밀랍까지만 느꼈어도
붕붕대고
살기 돋쳐도
응석받이가 되었을 터인데
타이어 2
첼로가 운다
펑크난 튜브처럼
비틀리며 붙어버린 나의 축에
첼로가 운다
탱탱한 하루살이도
무더운 여름날의 상승기류에
열렬한 디렉터
엉덩방아 찍힐 듯이 기울이며
줄을 끌어 당겨 올릴 듯한 펌프
기억의 디스크에 묻어나며 살아나는
기어코 메모장의 한 칸으로 기다려 주는
새둥지 같은 입일 뿐이다
센스의 초콜렛 창
그댄 어색함을 잘 타니
부드런 음악을 좋아하겠구려
그보다 지나치면 돌아설 듯이
허나 너무 드라마틱하지 마십시오
까딱 잘못하면 운명에 배불려 주니까요
생각해 보면
우리 만나기 전에
운명을 즐겨하는 감촉을 발달시킴에
아라비안 모자이크같은 대화의 화려함
갈수록 어색함으로 남아
딱딱함을 느낄 때
설야의 눈 이상은 아닌 눈으로 녹았을
설록차의 창을 열어 보이는 것으로 아시옵소서
선풍기대로의 눈
아! 바람의 결이 길구나
금가루는 금가루대로 가라앉으면 그만인 것을
녹아 순도의 모형이 나도 될 것을
굳이 은박으로 처발라
길다고
굽이친다고
그 장단에 날려 가야함의
간간이 빛나는 비기(秘機)인 냥
반짝임의 묘미인 냥 저변을 보아주는
아! 왜 자꾸 바람의 길이에
광택을 요구하며
키 밖으로 나온 놈을 찾을꼬
포도주
가을 햇살에 마지막 포도 알들
저 웨스트 바는 조명 빛에 나오고
그대 홍조 빛은
묽은 가을 햇살로 나오네
온 종일 낙엽 밟는 기분으로 걷다
내 청춘
알맹이 푸르도록
껍질도 모를 밤을 벗지 못했구나
대화향에
밤이 더 달았음을 우러 마시며
체감
산다는 것이
풍경은 풍경대로 있고
우린 독 하나도 못 올랐는지
따루고 채워가며 산다
체온은 체온대로 멀고
독 하나 기울여 따뜻하고
운해는 운해대로 먼
비유가 많아도 따습지가 않아
섶 가림 아래로 실리어
독을 파며
냉정하도록 독 위에 줄타기하는
실존으로 끌어들이기엔
내 육신이
묽은 열량을 내는 사랑으로야 다하고
고목
우리가 참됨으로 들어 참됨을 알았을 때
표현할 길도 막히더구만
가(假)에 속았다 진(眞)을 알았을 때
이미 말이 많아져 있었도다
딱따구리 굴을 파도
제 집만이 되니 다섯 입이 늘고
고목이 제 공(空)을 만드는데
수백 년이 더디구나
까치집 아래의 명상이여!
한 두께를 넘어
난 일어난다
마당 한 구석 묽은 거름의 승화를 따라
인욕(人欲)이
밭 한 따비에 묻혀 들었음을
내가 이 체온으로 일을 해도
본 바탕이 짚이요 섶이요
농주가 일어나도
본 바탕이 안개요 운무임을
신길 온천
늦가을 비
가을비가
저 하늘 끝으로 움직이는 기운에
끄는 바가 더 크다
움츠려든 바가 없음은
속에는 손님이 있고
대화가 있고
포장마차 포장치보다
기다림에 젖은 낭만의 품이
변함없으리란 듯이
다들 빠져나감이 있음만 같기 때문이다
늦가을 비에도
길 한 모퉁이에서
저 바(bar)의 유창(幽窓)보다
더 크게 찻잔에 기울일
대화 같은 대화를 위한
걸음에 서성이고 있다
겨울비
비의 다리 위로
겨울 사랑이 조심스럽다
꼭 조여오는 사랑
여름날의 범람과 눈물에
하늘을 동여맨 사랑
비는 타닥 타닥 가볍게 두드려주고
차디찬 기운에
입에 발린 말이라도
술 한 잔 잦듯 오른 체온
회화(會話)하는 간판들로 일어나 맞는
다운타운
눈 온 아침
간밤의 뒤척임도
눈 덮인 속이였구나
그대여! 다 녹고 다시 지붕이거랑
그것이 송이집이였다 하세나
별도 진
우리의 흐트려 짐과 얼룩짐에도
페르시아 고양이의 그 귀족풍 나는 다리를 세워
안개로 빠져나간
가난한 사람들의 빈자리에도
눈 덮인 속이였구나
잘난 맛
나이를 먹어갈수록
현저하게 드러나는
어떤 자는
상대에 적응해 가는 탄력을
더 여리게 함이 있고
어떤 자는 자신의 불변성에
상대를 주변적으로 끌어
고리를 걸었다는 데 있다
우리가 늙어감을 같이 해도
어울릴 듯 하면서도
비수 같음이 언뜻 스친다
포맷
땅에의 포맷에 눈이 내린다
땅에의 포맷에 온 뿌리가 다 하얗다
무엇이 지워지지 않았는지
저 질경이 꽃이 보라요
온 들꽃도 재 각각이다
뿌리의 바탕도 몇 분의 일이든가
인간의 두뇌같이 삭제된 낭만이여!
겨울 창
세상만물이 다 눈 같다 녹아난 이야기
또 기념처럼 쌓았다
눈이 눈(眼)이다
감은 눈이요
뜬 눈이다
얼음덩이처럼 묻힌 이야기임에
감은 눈을 헤집는
조급하게 성깔부리는 바람에
모두들 조용히 눈 떠 주었다
마주 핥는 저변
우리가 연역이든 귀납이든
다 나름으로 이해와 설득이다
내용의 강유(剛柔)를 떠나
그 전개의 형상은 바다와 같고
산을 이루고
출발이 동시적 힘을 느끼게 할 때
서로 괴리되어 상실되어 감을 느낀다
서로의 심저를 향하다
사개가 얽어지는
인생의 폭을 이야기지만
이 이상 더 설명할 수가 없구나
황제가 선비를 묻음이
도리어 이 율동의 흔들어댐의
가정성만 같음에도
굳이 핀을 꽂으려 하지 않았던가
엿
엿치기하세
엿치기하세
저 우주도 거꾸로 돌리면 호박이요
이리 휘 졌다 엎어놓으면 호박엿이요
가락 길게 빼어
문 턱 넘어 잘라 가면 대엿이리니
어느 주술에 걸려든
땅콩도 버물린 달콤한 여정
여기까지 에서도 힘껏 공(空)을 한번 불어 봐
내 귀는 소라 껍질
목마와 숙녀의 옷자락이 넘어온다
장독
장독배 뚝심에
눈이 다 덮이고도
뛰쳐나오는 눈길이여!
난 달뜸 많은 외계인
완전 철(綴)이 안된 백서
장독배만 남은 뒤안길에
천진스런 달은 탱탱하게 오르는
걸어가는 달의 거리
내 배가 차다
진실로 디딘 자리의 주인으로 성숙된
그대와 함께 걷는 지상의 찬미까지
가늘어 가는 허리의
달과 지구의 웜홀
포만감의 신사걸음이 있다
참꽃
눈 녹는 골짝마다
얼음 녹는 개울마다
보석의 수정(水晶)을 벗고
멈춘 듯한 시간을 벗고
길이 참되라고
다 큰 듯한 뿌리 깊은 나무에도
틈틈마다
사이사이마다 꽃이 참되도다
사랑
어려운 자에겐 발이 묶인 듯
힘든 자에겐 독방에 갇힌 듯
길이 보여도 길이 아니었듯
차라리 눈 뜬 봉사보다
눈으로 덮인 솔뫼를 넘는 길
내가 고마워해야 할
이 발자국을 보아주려 했음의
그대여!
이 궁극적 지켜봄으로 넘어가기에
진정 봄을 바라봄이 아니었든가
주인의식
현실은 보일러가 엉덩이를 떨어가며
찬 방 따슨 방 열변을 토하는데
난 무슨 시답잖은 상상 속에서 고개 숙이고 나오는 듯하다
멀어도 잡아야 하고
뒤집어졌어도 들어야 하고
목숨 걸어도
행(倖)을 걸어야 하는
저 깃발이 손짓하는 곳에
자꾸 한 터울을 더 먹여
시간을 가렸음인지
눈뜨면 스치는 게 많은
욕구가 이는 마음에서도
사람을 만남에
방문객 짙은 날 발견할 뿐이다
가로등
가로등의 하루살이에 빛이 엄숙하면
우리의 일용으로 죽어간 것들
그래도 빛의 허공 중을
조립형처럼 그려 가는 지혜의 밭
머나 멀 생활이
일기장처럼 멈칫거려가며
죽어가는 모뎀들
하루를 최대한 당긴 움직임들
하루살이가 이렇게 몰림은
저 거대한 장구함에 아니라
하루하루 덮는 일기장같은 에너지의
일순의 오도에 있다
가로등
차가움을 견디고
군중 속에 외로움을 견디고
어느 비단 곡조보다도
길을 아름답게 휘고 꺽기 때문에 아름답다
따뜻해도 어둠 같음이 싫고
향기 같아도 농후함이 싫고
한 편 소박함에
석회석같이 긴 날이 녹아 가는 지혜 같아서 아름답다
두꺼비 밥
이 돌멤이가 뭐꼬?
빠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무너져 내릴 길일 것 같더니
검버섯 같은 벽돌 사이를
우리의 단덩한 옷 깃으로 빠져 나오고
그래도 연인 같이 손 잡아 줄줄 앎이
이만큼이나 어설프고 덜 떨어진 듯
순대 내와 찌든 순대 내의 거리로도
맞아가며 울며 노래하고
그 길이
순대길과 맞물려 가는 새끼줄 인생
업 그레이드
돼지 뱃살같은 바다에
지장(地藏)의 탯줄로 휘감아 돋은
나무야
인간아
그도 부족하걸랑
다시 한 번 시도해 보고
이 언덕길에 차가 지난다
옛기억 같어서 오는
이제와서는 옆 집 아저씨 코 고는 듯이 지난다
육교만큼이나 콧대 올려 놓고
그 이해만큼 늙어 왔구나
그 소리 무딘 듯이 뭉쳐오는 공기
이젠 새소리가 찢어대고
희미한 등불도
숨막힐 것 같은 코골름도
이 섬세함을 자랑해 찢어나왔다
백화점
너야 말로
눈 감아 봤을 꿈의 존재
한 번 쯤은
두 눈이 찢어지기 전의
태초도 눈 떠지 않은 그 열변을 상상하는 지도 모른다
막상 두려움보다
혼돈이 아니어서 눈 떠지 아니 하고
유혹이어서 뜰 눈을 감고
난 그 눈감은 길을 지나고
간밤 꿈에 윗 이빨이 얽어지더니
그 새 나라가 개각(改閣)이요
백화점 준설 공사에
내게 맞는 이빨 하나 키워 주려나
이빨이 돋았네
이빨이 돋았네
사기질에만 몰렸다고 벽이련가
그도 다 줄기 세포
내 의치에 맞을려나
민생의 늪같은 통로에 큰 뜻은 될꼬
연(鳶)도 바람에 걸려 존재를 파닥이듯이
인간도 세월에 걸려 존재임을 알겠네
오르고 오르는 하늘에의 존재지만
한 발도 떠난 바 없음이여
그래도 절대성이 부축여 온 요람
구심점
다 무작위로 온 듯 해도
이만큼인 잡혀가는 이치
좌정
겨울이라 깊은 동자의
겨울이 눈 떠 있을
겨울 보다 더 얼어 붙어도 눈 떠 있을
냉정과
변명 위에 변명이 되지 않는 초발에
얼마나 굳건히 버팀이었나를
겨울이 차가워도
눈 깊이가 있듯
동구 밖 잠시 보일 인적 같아도
더 냉정하고
더 매몰차고
그로 역겨워 바위로 넘어져도
그대의 끝은 아니 봤어도
진정 그대 앉은자리는 알겠소이다
무덤
산다는 게
언덕고개 넘어 잠겨지고
잠겨지고
지쳐서 그런지
이젠 더 이상 가기 싫고
보기도 싫고
하나도 건지기 싫어
이 자리소서
아지랑이 고리표엔
여우꼬리도 쓸려가는 계절
얼굴 타도록
밭에 달라 붙는 계절
님 마중 아니라도
들 불심지 켜듯 달리는 길
봄의 가슴 이리 남아 달리듯이
꽃은 피고
이리 떠 올려지고
바람결 같아도 무거움이
부산함에 가벼운 것 같아도
언덕 고개만 넘어도 가물치 하나
방천 고개만 넘어도 잉어 하나
이것이 내 생명줄 같지만
이마져 다 놔 줘야 방생
이 것이 놔져야 무욕
수양 버들
삽살개 눈가림에 동네 한 바퀴
주인 먼 나들이에 동구안만 지키고
수양버들
수양 삼아 동구 벽을 아니 넘고
수양버들 콧대의
삽살개 가리마
일생 쫓아 봤을 신사
결국 뗀 바도 없는 배우
바람의 용솟음도 이리 매달아
늘어지고 늘어지고
꽃이 피는 함초롬에 어찌 그리 끌렸음인지
늘어지고 늘어지고
바다
내 영혼에 물감을 들이니
원생 동물의
최초의 대형컴퓨터처럼 앉은 산호들
음향이여!
기울여 본 껍질을 씌워
그 울림을 다 채울 듯이 하고 소우주의 놓여지고
끌어들이는 길도 보이지 말라
이 대뇌피질의 족속
그 메카를 이룸에
아득하고 달콤함과 고독이 섬직한 부분으로
손짓함이 남는다
평상시엔
그네 끝에 바람 스칠 듯한 감촉으로 살은가 했는데
외로움이 깊을 땐
키타 통 속도 어이 그리 우물 속 같을까
내 호흡의 윤기만큼이나
밀착된 가까운 속삭임만 같았는데
저만치의 고양이 일어나듯이
하늘은 넓건만
왠 귀 기울임을 채워와
굴러도 굴러도 섬뜩한 외로우만 남누나
병 속의 새를 꺼내어 내라
왠 나비가 시벽(詩壁)을 깨어나온다
우린 새인 듯 하지만
새를 모르고
벽의 조각들만 시어가 되더니
누구의 침전된 몸짓이 살이되어 나와
지구의 살타래 실날을 물고
지구의 무슨 실날을 물은가 했더니
왠 쉬파리가 주위를 돌며 맴돌며
정방의 방안 주위를 곡예비행하며
요란한 소리다
저 녀석은 뭔가 물은 듯하나
나도 알 바 없는데
어쩜 이 방이 깊음을 우쭐대는지
요란하다
창밖엔 밝은 새소리
몸
세상이 넓어도
음악적 공간이 가장 아름답듯이
내 몸뚱이만 하면 되었고
악기도 내 몸뚱이를 넘지 않을 만치 되었고
홀도 내 집만큼을 넘지 않는다
이만한 수용의 아름다움이여!
지구 수만 번을 돌 실을 뺄 수 있음이요
별의 강을 건널 수 있음이요
어떠한 무아에 빠져 있음에도
그대 손끝에서 잠시 눈뜰
어부의 그물 짐만치나 지어져 나온다
어지간히도 깊은 가을
하우스 가는 청명함엔
길이 어느덧
농주(農酒) 한 잔의 깊이를 아는 가을
혈기가 펴지는 대화
두엄같은 따사함
줄기로 동화하며 세워 나가듯
탁배기조차도 운무로 치고 올림이 있으리
왕골
왕골을 빼라
왕골을 빼라
먹빛 일휘(一揮)의 개천용에
암흑이 층층 물들어 간
저 닥나무 풀어놓은 속을 빼어
서두가 왕골에
가슴을 타고 올려
부셔진 흑진주의 넋으로
진골을 먹이며
검지만 순수를 찾아야 하는
찢어도
호피야
넌 가죽을 남겼다만
바람을 안은 호연지기의 털끝을
남기고도
속살까지 더 남겼을
저 백야의 땅에도
검의 대륙의 보석의 마음가짐을 알고
흰 넋을 엮어
알게 모르게 인지되어 가는 그릇으로
보이지 않아도 적격으로 두는
왕도가 무엇이란 말인가
흰 놈은 나가 봉태기 되고
껍질은 나가 돗자리 되고
한 몸일 때는 언제고
떨어졌을 때는 어느 때일꼬
그댄 진골인가
난 왕골일세
우리의 모습
흰 놈인지
푸른 놈인지
푸른 기세 팔팔하게 한 반석 되고
왠 걸 흰 놈도 갔다하나
순간 작동만 알겠고
푸르다 하는데 흰 놈이 매어 갔고
보면 왕골
흔적같이 지났을 왕골
이를 알지 못한 진골인들 무엇하리
제비꽃
연두빛 제비꽃을 바라보니
강낭콩이 소꿉놀이처럼 얽혀온다
어른 놀이이기엔 다들 아니듯이 빼니
한 시대에도 선악을 따로 공유하는데
제비는 남쪽으로 유람을 가고
한 쪽은 강낭콩처럼 붉어가며 외친다
종이 학을 접어도
접어도 접어도 남국갈 새가 아니로구나
다 잊고 거기 살길 기도하는
저 잎새 끝에 날개를 달 궁리에
우리의 슬픔이
우리의 좌절이
몸체 만한 꿈이
저들의 손톱만큼에도 물들여 피울 뜻에
제비꽃으로 물들면
이 강낭콩을 강남콩이라 하리라
버퍼링 길
난 걸어가는 화상에
낙엽은 뒤쫓아오더니 가로 질러간다
난 왠 버퍼링에 드러누우며
길이 쓸림에도 지천으로 남아
빗자루길이 됐음의
낙엽에 쓸리는 길이 됐음에
나는 바빠 뵈나
너는 끝투리가 침묵이면서도
어쩜 내 모노 타임에
말라 비틀리는
제 때로 덮여 쓰여 있다고
장중을 모아다가 흩어지게 하는
예술적 감상에만 끝나게 하려는 건지
저 나무로 구심 삼아 돌아봄의
귀퉁이를 돌아 나가
우연성만큼이나 따른 진중함의
아! 나는 무언가를 잡을 듯이
걸음을 재촉하고
낙엽은 가로질러가고
무엇들 들고 무엇을 버려함인지
풍경화
살아도 살아도 헐랭이
대문간부터 헐랭이
곡간 많이 찼다 하나
이 액자길이 더 야무지고
유약 처바르고 결별처럼 산다
아침의 신문을 읽으며
모든 게 생각하기 나름의
천하의 몸부림으로
용의 점정에 맺혀 살고 있음에
이 부대낌이라도 내 것처럼 들면
큰 것이요
남과 같음에 꼬락서니로 밖에 아니 보일지니
헐렁한 부대자루 같은 풍선
살아도 떠나도 작은 정원
뒷산에나 숨어살아도 자꾸 뿔이 돋고
액자만 야무지고
어딜 봐 세상을 창조하는 이유가 따로 있어
낡아 빠지는 거리감에도
풍경의 길이 집 앞까지 살아 있고
길에 길을 지나 누울 제
마지막에 다가서는 풍치
내 일어서지 않으면 도리어 길마중길
용자(龍字) 액(額)은 제 알통이라 몸부림이지만
이 길만은 모름이요
귀자(龜字) 액(額) 힘주어 걸어도
헐랭이의 길몸이로다
송이 집 봉긋 봉긋 길 줄기에 매달림이여!
목련
목련이면
화산에 소복을 입혀서도 잠재울
유탈(遺脫)
난 이렇게 아무 떨림도 없나이다
심지 끝에도 초탈로 받고
변함없는 안색으로
그대가 생의 유세로
행로를 평야에 내리 끌고
튜바의 살떨림으로
목청을 진하게 하여 온다해도
목련 2
네 속에도
톡 터진 복숭아의 노래로
창공을 열었구나
네겐 봄의 시작이
강가 노고지리의 목젓부터 잦아
물들어 오르더니
창백한 날개가 있어
아지랑이도 그리 차 오르고
그리 춤추었구나
벚꽃
눈의 의지가 그리도 하얗게
으름장을 놓은 뒤끝이라
작은 온기만 비쳐도
혈흔이 묻혀지건만
박애같고
헌신 같아도
희박하고
인연이 벗으로 찍다 떨어지고
결백으로 살아도
그 엄상(嚴霜)이 있을 터인데
어슬픈 정에 초봄의 초청
(정왕
붕어 마을에 가서 태공망을 잡더니
오이 마을에 가서 주공을 잡을까
정왕이로세
정왕을 묻기 전에 경황을 묻고
논리가 굴뚝같음에
정왕이로세
정왕이로세
사람이 감이 아닌
어긋남 없이 가야 함이 공단을 이루고
화학적 출행의
감기처럼 취할까
쌍화를 이루며 갈 길을 정했구나)
붕어 마바로 말한다면
천지간이 왕인 것은
그 사이로 밝기 때문이요
갈 수 있음이요
이미 통했기 때문이다
을에 가서 태공망을 잡더니
오이 마을에 가서 주공을 잡을까
정왕이로세
정왕을 묻기 전에 경황을 묻고
논리가 굴뚝같음에
정왕이로세
정왕이로세
사람이 감이 아닌
어긋남 없이 가야 함이 공단을 이루고
화학적 출행의
감기처럼 취할까
쌍화를 이루며 갈 길을 정했구나
(오이도
천풍을 낚으니
까마귀 귀가 걸리네
저놈의 다리는 이제야 보려나
견우의 힘도
직녀의 끈기도
우리 한 번 만나보려나
인류가 뭍에서 올라오듯
물 속에 인화되어 나타나는
모습으로
이 건조한 땅에도 생생하듯 살아가는 면모의
오이도
오의 머리는 어데 있나
까마귀가 은하수를 당기니 귀만 보인다
바다가 밀었다 당겼다 나루를 댄다)
오이도
배야
만선의 배야
까마귀 귀를 파세
저 항아의 노래로
땅 속 단지 속에 묻어둔
이발사가 묻은 갈대보다
더 잘 익은
모습이나 나오지 않았을까
오늘도 어둠 도는 주점안의 기대
저 항하의 모래를 듣는 날개
오이도
천풍을 낚으니
까마귀 귀가 걸리네
저놈의 다리는 이제야 보려나
견우의 힘도
직녀의 끈기도
우리 한 번 만나보려나
인류가 뭍에서 올라오듯
물 속에 인화되어 나타나는
모습으로
이 건조한 땅에도 생생하듯 살아가는 면모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