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미완)

8 호선

narrae 2013. 2. 25. 07:20

 

 

8 호선 약찬

 

모란이 분당을 잡고 핀다 

무슨 띠줄에 바구니같은 화분인지 

수진과 수내가 남한 산성으로 잡고 

모란이 피기가지는 산성이 옹그마니 피는 애환을 이야기하란다 

산성이 남한으로 이어져 간 산성의 현대사가 또한 어떻게 피었는가를 

원소의 막바지 핼륨에 이른 듯이 꽃불이 아닌 

흙으로 꽃피운 성곽으로 이야기한다고 한다 

다 복된 우물물처럼 퍼 올려 물 대는 것에 

가락은 있어 시장으로 이룬다 송파가 이는 석정엔 

구름이 누에처럼 굼실대고

잠실은 몽촌을 옮겨와 성을 하우스화한 근대 

강동은 천호에 귀청이 밝다 

쉿 조용히 

쉿 조용히 

암사

    

 

8 호선  

 

 물난리 많았던 시절엔 하늘도 건지기 힘든 삷이었지만

소장이 대장처럼 부풀게 꼭 맨 호수 덕에

어쩜 옥상 수조는 오줌보마냥 다닐 수 있음이듯 

물 난리 통에 비가의 음정 뒷꿈치 같은 쌈을 삼켜야 하듯    
노래는 속 차 가지만
내 깍지는 어이 할꼬
음정이 정(情)마져 채워 가지만
이 한 몸 알맹이 대접받아도
난리 끝엔
내 깍지가 더 소중했구나
아직도 솜털과 같은 희망에
짐을 꾸렸다 말고
익숙해도 좋을 창망함에
음정(音情)은 흐르건만
겨가 눈 나올 자리를 잡았음을 보았던가?
한 박자에도
콩깍지 한 바가지 소죽에 들었다
건지듯 건져내듯
내 어울려 듬도 있겠지만
어느 위대한 음악가의
음정을 한 껏 여미어도
더디기만 한 보따리엔
허접했던 겨가 들녘에 묻혔을 논

 

 (암!

암!

岩辭

岩思

북두의 바가지를 들어 성남으로 부어준)

 


그대가 날 보려면
저 창 밖 눈만큼은 쌓여야 할거야
마차가 지나고
사람이 지나고
검은 흙탕으로 가로지름이라도
한 기슭 남음이 있을
그대 사랑의 징금다리라도 될
휴식이라도 되어야 할 거야
이 척박한 대지에
첫눈이 나린다
어린아이의 손으로
눈사람 만들어 내 창을 바라볼 때
내 빈 창이라도 바라보면
난 넋보다도 더 깊이 찻잔에 아롱진 사람
눈이 오면
눈이 오면
눈사람 같은 자의
피 한 방울도 아닌 자의
그래도 배 똥똥히 숨차할
구름 뭉친 말씀인 자의
녹아감이 아니라
던져도 허물의 옷이 아닌
백설로 벗어 던진 현재의 구현
눈이 오면
너희 격정의 깊이에서 잠잔
상대가 없어도 혼자 있는 자의
혼자 살아온 자의
허공 중에도 중얼거린 자의
깨어보면
무에서나 남긴 손짓
꽃잎이라면 도리어 궁색할 표현
발색 더한 몸부림으로
한 번 더 흔들어 보일 듯이 여기 온다
내 굳은 상실성에도
비단폭 맞잡는 비천상으로
대금
공(功)이 있는 공덕(空德)이여!
언덕 밭의 외로움을 안고 사는 저 나무 무드여!
네가 고목으로 한 솥은 비워도
이 속절에나 거드세 그려
천공이로고
천공이로고
울이라도 천공의 천지인 삼문(三門)
불어 살아가는 폭이 상하의 마디
고목이여!
네가 연륜을 파먹고 비웠다하나
늙음의 어리석음이 되지 않도록 해야함이 아닌가
대금 
단순한 마디가 아니다
모금 모금 넘어가는
마디결마다의 유순함이여!
침 한 번 삼키어도
몇 마디를 이어가는 견인이여!
하루의 생존력도
붙이는 교차에 이루어지네
율곡(律曲)에 통로가 있음을
활엽(闊葉)을 딱 부러지도록 꺽고
통심(通心)의 다단
벽의 부여됨
이음새의 절도가 고맙지 아니한가

 

아! 갑자기 강에서 국자가 나와

川湖가 아니라

天湖임을

북두의 국자가 나왔다)

 

천호동
어찌 내를 실어 천호(川湖)라 하리요
이젠 하늘 뭉쳐 담궈 천호(天湖)라 하리
그대 내 줄을 따라 호반에 왔는가
난 천호에 속힌 듯 선녀발로 왔다
아직도 은하강 옥선당엔
선녀가 옷 갈아입기 바쁘겠고


저녁
우러나오는 커피의 저녁
짙어 가는 집까지의
아카시아가 들통날 듯한 향이였으면 좋겠다
합성으로의 퇴근
빈번한 화학적 접촉을 새치기하며
기도(氣道)가 막힘에
흰 꽃길을 지나오는
내음의 복면적 여과로 숨돌려가며
발효된 대화는 고사하고
빛깔은 좋은 대사
걸치기도 껄꺼러운 길목을 지나
집 앞까지에 향
장생로
우린 어떻게 천도를 거역하는가
우린 여러해살이의 지도(地道)에 집착해
뿌리 채 남아 돌아가 연장선을 그리고
씨앗으로 결정 지운 천도를 벗어나려 함이 아니더냐
싸늘히 돌아서는 길에
하늘 끝으로 달린 놈은
기억의 소산은
어느 끝으로 훑어 미는지
허나 그대여!
전도는 이미 뿌리와 줄기를 찾아 나선
미로에의 성장럭
열 손가락에 든 차원을 넘어선
박히는 원융점이
바닥의 조직으로 일어남의
아! 지신의 신념으로나 짜인 융단의
이 시간 밖의 위한
천안(天眼)으로 접할 시각이 있으리니
하청(河淸)
인간아
인간아
네가 영장류라 하나
원숭이의 해탈로를 지나 와버렸네
모를 듯한 순응이
울을 완전히 알아버렸을 때
진정 문이 어딘가를 알지인데
나름의 교감으로 더 발달되어 갈 수 있음의
저 마운틴고릴라 앞에
챔팬지의 야성이 고속으로 질주하고
앙금처럼 뭉쳐진 막대기 자기장의
근육뭉치 속에서
연기와 분진이 배면으로 발림되어
거울의 눈이 된
왜 우린 진정한 집밖을 모를꼬

 

(강동이 조금만이라도 더 듣겠다가

삼삼 오오 구획 안에 있다)

 

 
절대 온도
절대 온도에서야 저항성이 없다하니
입이 얼어붙고
산타가 이 길로 더 멀리서 와
북극을 차고 나올는지
유동성마져 배제한
너도 절대적으로 굳어버리면
인간을 발 붙게 한 일도 없는
산의 정상에서의 설인의 몸짓을 보았으리라
접착성을 빼고
우리의 부드런 사고방식도 넘는
어쩜 누가 알으오리까
성역의 의식이 흐르는 것인지
저 남국의 자기장 굴에
영혼의 지지대가 개뼈다귀처럼 붙여 있는지
산타가 온다하니
내 심장마져 얼어붙은 길이였구나
누른 박스
나 물 먹기 싫다
내 고집이라 봐야
내 뼈대라 봐야 이만한 골격
접어 포갠 감촉에 내 풀이 듯
볼 맞대어 볼 친근의
이 박스만한 자존심
꼭 이 그릇같이 도움이 되어야 할 텐데
물을 축이고
꼭 버림받듯 물을 축이고
생의 낭만스런 길목으로 물을 축이고
아파트에 버려진 채
버려진 대지와 같이 젖어가는
대지처럼 껴안은 듯해도
결국 버려졌음에
시멘트 바닥 위의 나를 발견한다
대지의 쿠션과 함께

 

누에가 누울 듯이

 

잠실이 어감을 따라 몽총 몽총 가는데 몽촌이라 토성 

城일 정도라 발자국 크네 

구름이 몽총히 앉아 갈 것 같으나 그린자만 잴 뿐이니

몽촌이 빙긋이 웃는다 

바람 빠져 씨앗 떨어진 몽촌인 것으로 주저 앉았음이 언젠데  

이미 소나무 위에 학이 춤 사위가 좋았지

몽촌이 몽총몽총 일어난다

잠실의 꿈이 달린다 

몽춘에 가면 누에의  온누리가 있다

빌딩이 구름을 잡고 몽촌이 몽총히 누워 갈 듯이 순이 난다 

저 구름 위에 누울 듯이

 

 

광나루 서핑을 잡은 자여!  

 

강나루 서핑을 잡은 자여!

좀 더 가까이

천호를 넘으니 벌써 쉼표 하나로 간이역이다 

강동의 귀청이라 하나

몽촌을 깨울까

그로 한적한 전원일 뿐

바위가 절처럼 고즈녁하다

강에 동도 되기 전에 천호라 

天湖의 千戶인 것이지 

하늘에서 빠지지 않은 千戶로다

강동으로 언제 빠져 마을일꼬   

벌써 소천이라고 광의 끈으로 묶으려 나루에서 기다린다 

길도 묶음이라 아차! 할 수도 있는 것이니

 

 

夢에 蒙

 

석양이 붉다

그대 꿈도 붉은지요?  

이제 흐릿흐릿 몽에도 석양은 붉어 夢이라 

그 몽에 왠 몸통? 

돼지 한 마리 떨어져 蒙이라 

총총히 털 나네 

총총히 털 나네

군락지 몽촌 

그렇다우 

역사는 그렇게 시공이 다른 헤엄에서 뚝 떨어진 듯 

축축한 흔적의 그림자엔 풀이 난 것

夢이 蒙으로 발바닥이 뿌리라

 

 

(몽촌에 토성이라

꿈 꾸듯 꾸어 보는 어제라는 오늘

아니 오늘이라는 어제

병속의 세가 빠져 나가네
병속의 새가 건져져 가네
저 먼 어디에선가
새까만 연기에 몸서리치며
다시 바라볼 지경이 아니라 함에
금새 비라도 뿌려 지나면
숯덩이처럼 남아
날개를 부여 잡을 때
다시 탈 땐
연기 한 점 없이 부활을 태우려
아직도 서성이고 있나이다
도킹도 제대로 되지 않은
접속도 덩컹거림이 있는
이러한 진취를 부여 잡으며)

거울
넌 내 존재가 비워 나감에
너가 들어왔다
넌 내가 진물난 상처처럼 고이기에
네가 들어 온다
어쩜 이 깊은 곳의 고통에
검은 딱지로 막아 설 때
그제서야 같힌 피처럼
벽지의 무늬처럼 물들 듯
그대를 되돌려 보낸다
별똥별
이 선 자리에도
볕 속에 무거워 떨어진다
생이 무거워 이 땅이 무거워짐도 아니요
주검이 무거워 이 땅이 존재한다
외면되는 무게가 그림자처럼 곤두박질칠 때
마치 물이 차듯
흙이 차올라 그 위에 생이
더 가벼히 부표처럼 가게 함이니
깊은 진피처럼 돋아난 살결에
썩은내 나는 거름처럼 돌아 세워있다
떡잎의 활개처럼 뱃속을 부글거린다
그 상피에 뿌리를 두어
생이 마냥 가볍다꼬 꼭 그림자는
한 근을 쌈지에 넣듯이 한다
거울 2
내가 굳이 그대를 알아 거울이 아니요
내가 그대에 다정해 거울은 아니다
그져 이 자연적 노출에
잡히는 정황과 노출로만 초점이 잡혀도
다 기회적으로 양상을 펼침에
양주둥이를 꼬아
새끼로 역는 틀처럼
너이 색 나의 색
견고성을 따짐이 아니라도
오히려 호수처럼 씁쓸함이 그렇게 배어 나오나 보다
내 마음의 성채
성을 복구함에
다만 그렇게 축조된 규모기에
돌 하나에 심혈임을 알라
참으로 어러석고나 인간이여!
꼭 재질로 따져 몸채를 따지려 함이니
더불음과 야성이 그리 간단치 않아
이 정방의 얼마의 손이 가 깍였을
불문율에 함께 엉켜 갈 일이지
어쩌면 세워 돌의 모양새마져 따져
복고성을 따짐에
이해가 재질로 까지 번지려 함이뇨
아! 돌 하나들에 침묵이여!
너의 움직임에
어지 혼백들이 일어나듯 모양내어 살았구나
제 사개를 맞춤이 너 돌임에라
너도 흩어진 무덤과 같아라
다시 돌리켜 오기 싫은
너의 굄이 있는 사색도
시대
살얼음 같아도 희었기에
녹아나는 세월이라 한다
풀잎 같지 않아도
낭만에 얹혀진 발자국의 향수
봄날이 이 물줄기로 가물지 않다고 한다
제 때 쓰는 바지런한 청결성
허나 대지는 하늘과 함께 우중충하고
쓸면 쓸수룩
땅을 검게 일구고
날씨 화창한 날
이 이 토대는 땅꺼풀이 눈뜨며
보리가 한숨을 자고
겨울의 연가에
눈은 봄의 낭만이라 하며
그 위를 걷네
난 본래 누에고치 종자
혹여 누구의 손에 닿을까
스스로 피할 수 있는 발달린 고치
잠잘 때면 그제서야 제자리에 들어
겨우 고치의 몸부림을 치고
다 실가닥의 삼차원적 껍질

 

(잠실엔 파장 속에 누에가 있다

잠시 속에 누에가 있다

푸른 뽕에 누애가

푸른 하늘의 누에

이 蟲이 무지개로 공구면 무지개 虹이다

저 인공위성의 전파는 너무 굵단다

인공적인적 것만큼

무지개 벽으로 붙지를 못 하고

다시 달밤이면 빨아들여

바닷물까지 딸려오게 하는

하루이 방패 팻말에 따와 심는 것이란다

누에
먼저 하늘을 먹고
구름을 뱉는 천성이로다
인적 없고
벼랑길조차 없고
살았는가 죽었는가
묻혀 수 천년
벌써 날개 달고 갔더란 말인가
출근길
봄의 취한 기운에
진달래가 그렇게 지나갔다
늘 마음에는 쟁기 지고 일어나는
쟁기 지고 일어나는
맨발로도 따사로운
그래도 어제의 허공중의 이야기가
내 흙발로 묻으며
밭을 갈고 밭을 갈고
)

 

 소름
멀다 멀다 해도
주파수 속게 갇혀 나오지 못함이 가장 멀구나
유곡의 산간에도 벗과 같은 으슥함
적막이 코 앞에서
저 암흑을 문지기 같기도 한데
어찌 내게 약속과 같지 않음에도
들릴 듯 말 듯 엿보일 듯 말 듯
저 먼 아메리카 사이를 휘어 잡고
아무리 꽃다운 노래도
혼이 다 바진 듯이 방향성 없이 기껄임과 같고
아! 여긴 넋의 땅은 될 터인가
미셀을 부른다
낡은 폐가의 흔적은
이미 매몰된 우물과 같이
얇은 느낌의 산 어깨에 걸쳐진 고요
나오지도 못하고 미쉘을 부른다
허나 어느날 갑자기 누가 부른다
그 상상도 할 수 없는 깊이에서 깨어나와
이 청명맡의 노래요
이 해돋이 맡의 노래로고
그렇게 탁 트일 바에야 벽을 기다리자
그렇게 탁 트일 바에야 고치처럼 죽자
우리의 진혼가보다 더 구차하지 않을
더 나은 배포걸랑 거기에 머물 것이요
떫은 듯 얼어붙은 듯
입김 토하는 이 고행에
겨울 여행 떠나는 기차 바퀴 두드리는
그 전문성보다도 더 못한 것을
여러 번의 관문도 일생 통틀어 하나의
문일 뿐인 길을 가야함을 알아야 함인데
탄광의 산자락은
하늘 다 차고 나가지 않은 주춤거림에
사택은 겨울을 때고
애물단지 같다가고 따뜻이 다가오는데
하늘은 스스로 맑으면 될일이지
늘 부시시함만으로 설하려 함이뇨
참으로 나이가 뭔지
이 나이엔 눈이 오면 눈을 쓸고
늘 흙 냄새를 긁는다
때가 거무튀튀한 모서리 같은 동지
세태가 늘 센스의 광고에도
거래엔 그 많을 듯한 색상에도
검고 암울한 색깔의
투명한 광택의 깊이만 품위 일삼고
이 비질처럼 더 이상 밝아감을 못 보았네
늘 부딪히는 젊음이여!
그대는 눈 위의 발자국을 거듭 밟고 가는 사람
또 덮는 눈의 정결
희말리아의 설인처럼 돌가 나가고 싶은 충동
도통
어찌 기가 살아나 방귀만 도통인고
여기 훑고 저기 훑고
내 가슴마져 기층에 트림이더니
또 사방 팔방에 내 몰릴 데가 없는가
그래도 한 번 쯤은 돌아 봐 주는듯이
구름처럼 띄워서 보글거려보고
그대 내뱉는 통변이여!
내 말통에 답답이니
그대 도통이면 방귀통은 되겠네

 

(석촌은 애석해서 호수를 끼고 부르는 듯

야구
저 해저 화산에
난 해변의 연인
인간아
바빌론의 옛 궁터에 앉아도
천상의 전원을 즐겨도
난 바닷가 조개무지에
파도와 눈부신 반짝임으로
해변을 거니는
이 자리야 뿌리듯 크고도 광활하지만
저 배터리는
꽃분으로 파고들면 어느 자리일꼬
저 굴 땜에
저 굴 땜에)

 

석촌 호수
그대 왕관에
이 호수의 동경(銅鏡)을 떼어
한 닢 한 닢
주렁주렁
꿰어 매달으오이다
나의 왕비여!
내가 비치고
우리가 비치고
이 명경 유수를
거푸집에 넣은 듯이
갈고 또 닦아
그대 왕관에 흔들리듯 올려 드리우리다


물과 같은 것
선한 일을 하라
화를 내지 마라
절도를 확실히 보여주고
과욕을 하지 마라
젊은이여!
참으로 같잖아 보이도록 우스운 말인가
허나 어찌하리
예전에 생수를 사서 먹으리라
상상도 아니 해봤고
지금도 생수 사 먹기가
돈이 최고로 아까운데
내 몸의 70%가 물이니
그림자 거기서 뜨는 바를
내가 거기서 비치는 바를
팻트병에 담김이 아니면
당장의 의심에 서 있는 그대 얼굴

호수야
호수야
내 무덤가로 빠져 든 듯이 하자구나
앙재맡에 풀이 돋고
무심결에 밟혀 죽은 미물조차
두려움 없이 헤치며 살아가는
오고 감에도 그 자리인
무덤가로 우려 나옴 직한
호수야
호수야
공기 방울
우주가 신장로 길이면
지구도 팔 달리고
다리 달리고 했을 터 인 것을
다 내 안의 보석
휑한 바위굴 하나 내 놓아도
찼다 비워 가는 것을
공기 방울조차 둥글음의 시초로
떠 올려지고 떠 올려지고
걷어 올려지는 지구의
제 항해의 원초로서 떠 올려지고
빛이 빠르다 말라
내 형상도 빛보다 빠른 아교에
그림자가 생기고
물체도 빛보다 빨라
그림자를 남기고
물체의 깍지보다 빠른 것이 있다면
실상도 다 무중력적 이완
온천물
공기 방울 아무리 가볍다 해도
지구의 뭉쳐진 의미는 안고 나온다
단순한 경솔인지
무게가 없음인지
물들지 않음인지
곡직됨도 없이 둥근대로 나온다
인간의 대갈통
그 솔직함의 발현으로
깊이를 더 차지했는지도
지신이 놓친 농구공의 우주적 자태
태양이 하늘 끝에 있으면
우리의 심장은 머리끝에 처박아 넣어야 할까 보다
해왕성
명왕성
팔이 되고 발이 되고
태양계라 봐야 내 어깨 아래
이만하면 내 머리
가히 상상이 되지 않겠소이까?

 

(그래도 저 무지개 따라 붙으면 석촌은 되지

게딱지는 단단하게 태어날만은 한

그래 석화와 샅은

굴과 같은 것으로

굴도 살이 차 굳었더라도

다개비가 붙어 일어난 삶이듯)  

땅거미
이 도심의 풍경
주막집이 술을 내 놓지 않는다
그져 홀로
뒷켠의 나로
캔 맥주 하나의 중심으로
땅거미에 저린 파문이
그나마 도수가 낮게 잠기다
열리는 주막이다
산모퉁이 도는 능선길에
객주를 열어 맞는 주점
이 땅거미의 혓바닥 같고 융털같은
이미 많이 먹고 많이 젹셔온
거미가 거미를 당겨 놓은 주막이다
벌써 1차는 끈끈한 이 저녁이요
심플함에는 거리가 문을 연다
오늘도 주점은
땅거미 저리고 저리다 내 놓는다
마루
우리가 늘 콜라를 마셔도
내가 콜라일 수는 없다
수시로 코코낱을 먹어도
백년 이백년 닦으며
걸죽한 조청빛 감도는 앞마루 바닥에
그 깉이에 풀어져 나간 변함없는 그 농짙음에 있을 뿐이다
시류의 풍상이
이 마루의 현묘함에 한 판을 드러낼 뿐이다
곶감이 이 역사의 강의를 물들이며 매달렸음이요
거미는 이 거울에 현혹되어 자일을 내린다

 

(송파는 한참이나 고굉으로 밀어낸다오 

파도가 앵글로 꺾으며 

지상에 올라 아예 피다고라스의 정리까지)  

 

논이
모심기 다 끝내기 까지엔
그 봄의 성실성을 다하려
가라 않은 침전을 세끼 손가락으로 휘저으며 일어나는
막걸이 오후의 전주곡처럼
할어버지 낮잠이 일어난다
우리의 게을음에 지지 않는
허리를 펴는 듯이 일어난다
어느덧 세월은 지나
허리가 굵어가는 지금
우리는 윗물만 맑은 듯이 산다
아직도 일어지 않는
왠지 그 맛 같지 않은 구수함
물방개가 그 심저를 일으키고
가라앉고 가라 앉고
아직도 남은 대포집의 낭만으로 자맥질 하고
아! 그 따뜻한 봄의 허리 힘이여!
세끼 손가락
밤낮이 없이
철이 없이
자유로운 성취감은 있는 듯이
습관적으로 신문에다 물러나지 못하고
바꾸지도 못하고
그래도 내 마음의 기준이 있었음인지
모 한 포기 쥐고
시도 때도 없이 서래질 한다
난 이 맑음에서
세끼 손가락으로 또 막걸리를 휘저어야 하나 보다
삼 배기
긴 이별에
탁배기처럼 남아도
쉬어감에 장사도 아니요
곱빼기처럼 그리움이 터질 것같아도
나중에 숨 골라 온 때에 안주함을 본다
긴 이별에 그래도 진해져 옴은
뒤안간 장독대처럼
잘난 앞마당앤 잡초가 자라고
얼굴이듯
잘 보아온 면목도 내 주름으로 가려질 때
돌아보지도 않고 남아 선 뚝배기처럼 옹긋이 남는다
산이 그 덩치에도 핏기가 변화 무상한에도

 

(가락이 시장끼를 불렀음에

마치 여왕벌과 같구나

훨씬 좋지

늘씬하고 날렵하게)

 


개가 불성이 있느냐 없느냐
성철에게 물으니 없다고 하고
성공에게 물으니 그것도 불성이 아닌가?
고치는 스스로 깨어나 나비가 되는 것이요
나오라고 열어주면 죽는 법
삼생의 철저함을 쫓아 차 방귀 소리요
무주 공산에 개소리 짖는다
글도 호방하고 명쾌해서 두렵구나
평생의 번데기가 더 힘들고 위대하네
악담
고작 가방이라 봐야
회계 장부 하나 겨우 넣은 번질에
덕을 채운 데야 더 채울 공간도 없고
겨우 좀 붙은 돈복이래야
탁 쏘는 독기에
그나마 기도와 소망에 올려놓은 믿음이 남음이 있어
양파에 된장 발라 놓은
수수함과 순진함을 떨며
고 맛을 주는 맛에 붙어산다만
모래밭에 뭍혀
드러나도 그만 묻혀도 그만인
그져 차돌머리의 무광택이라도
제 무게의 자세에 살아야 하거늘
머리가 얼굴의 무게를 못 비길 듯이 하니
그 얼굴 땅이 되면
다음 생엔 사람머리는 포기해야겠구나
대담
보살도도 못 닦아 안달이면서
승도인들 곁에 가기나 했더란 말인가
이 돌이 무엇인고
꽉 다문 입이로다
그댄 어느 턱을 봤더란 말인가
그 누구도 네게 입을 연 봐 없네
선인장
하늘을 이렇게 농축하고 보니
가시가 돋칩니다
거짓말이라고요?
우린 아무런 비교도 대입도 할 대상도 없이
처참하다시피 한 외로움에서
발견된 것이니 믿어도 될 것입니다
어찌 그대는 지상만의 가시밭길만 생각했더란 말입니까
어쩌면 우리는 풀잎의 가시 돋친 꿈길이겠지요
확실성
집이 확실한 것 같아도
지금 내 선 자리보다 확실치 않고
내 자리가 확실한 것 같아도
구름보다 확실치 않다
구름이 확실한 것 같아도
저 허공만 같지 않음에
누군 이 길로 확실하다 가고
누군 이 반대로 확실하고 오더라
누가 무엇으로 송곳자루의 탄력을 붙여
뚫으려 했더란 말인가
공(空)이 철(徹)이였기에
철 띠어 달려들고
철이 공이였기에
철 안 들어도 무상심으로 만족을 찾아 나선다

 

(문정이라 파라리 정원이 그러하길

막을 걸러서 올려야 하나 맑은가 

막을 걸러서 내려야 텁텁함이가  
막걸리는 한 고개 넘어 왔다
막걸리는 한 막을 넘어 왔다
이 자리에 앉혀 놓고
삼베 적삼 좋아할 나이에
나도 한 번 걸러 나온 자로
무대가 차면서
저 관객 뒤끝부터 텁텁하게 당겨오는
이 복중의 상승 기류로 익어갔다
내가 너와 흥취하는 것
생이란 여과의 문
요행이 있어 찌꺼기 함께 "빠지지 않을 터
나와 남을 선하게 하는 것
희극에도
비극에도
인간사로 빠져나감이 있네)

해변의 연인
그대의 사랑은
별이 반짝이면 물결이 일렁여 주고
해가 훨훨 타도 일렁여 주고
그대와의 사랑은
난 그대의 발목을 거둬
하얗게 걸어가건만
그대의 마음은 저 다이빙대 위로 올라
수평선 깊숙이 잠핑을 하며
내 한 단애(斷崖)를 삼켜 버렸다

연속극
낭만 좋고
분위기 좋고
쳐다봐도 다 신데렐라의 스탠드
하급이라도 다 귀족의 흩뿌려 놓은 것들 거둬가는 것
하느님의 종자보다 더 자기 씨를 거둬 먹는 것
눈 부아리고 대들어 봐야
제 종자들의 핵융합
다 왕자들의 북치고 장구치고
눈꼴사나워 봐야 배만 더 아프겠지
허나 그대여!
이나 저나 다들 죽음에 대한 환상이 천국적임에
우리가 저 폭에 맞춰도 질리지 않음이니
결국 죽음에 대한 겸허의 결여에서 오는 짓거리
저들의 좋다는 것이
도리어 눈 돌릴 틈을 누리지 못한 불행이로고 
 수염
난 텁텁하게 마셨는데
이 밭에는 칼칼하게 나아간다
나 일생을 텁텁하게 한 자루 챙겼는데
이 숨구멍은 칼칼하게 자라난다
어쩜 내 의기같고
도전 같고
돌이켜 보면
이 텁텁함으로 깍고 또 깍아 온 길
전깃줄
인간은 죽음에 앞서
생각보다 훨씬 가벼운 날개를 갖고 있다
제 눈이 안경이라지만
무의식적이요
무기력으로 합리화가 되었음을 누가 말렸으리요
불가피성
나름의 최선
고취성은 더하여 날개가 가볍다지만
가만히 보세나
줄은 참새 앉은 줄
이 시리즈로나마 제대로 돌아올는지
보아도 무겁기만 하고
총은 겨누기만 하고
양파
양파야
양파야
넌 진주보다 맹목적이지 않는 지혜
넌 구슬보다 더 침착한 이력에서 나온 것이다
이 인간의 집착과 침투력은
병적인 밤샘과도 같아
한 잎 한 잎 껍질로 일으켜 세우지 않으면
너의 공적(空的) 심지에 돌이켜 세우지 못하리라
참으로 아쉽구나 진주여!
너는 분명 보아 넘어가건만
우리에겐 동태 눈알
수정
수정아
수정아
네가 수정이면
꼭 하늘을 쥔 듯이 여겨
별과 달에 도전하며
수정같은 밤을
겨우내 움츠린 두엄을 먹다 먹다
햇살 부딪쳐 눈부시다 눈 부시는
냇바닥의 법을 일깨워 일어나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들에
술어들이 붙었다 붙었다 줄을 섰을 뿐인
결코 모양만의 커뮤니케이션이 아님을
노가다에
그 행의 미학으로 보았을 뿐인 것을
잘 나나 못 나나
그게 그리 중요하게 아니 보이듯
인간은 동적일 때
그 미추는 안 보인 법
정적으로 기울어 미추를 보나니
마치 분을 찍어 바르듯
자신을 각인 시키는 미학이여
그 게 정적인 미학이라 말라
가만히 보면 그 사유마져 굳어 간다
이 얼마나 부자연스런 정형인가
날이 겨우 지나는 길을 내가 조아린다
세월 무상이라 하지만
나의 이 북더기 속을 빠져나가면
물 축여진 짚단처럼 꼬아 올라간 DNA
닻을 내리고 누른 언덕에 오르는 때로다
하여 곡식과 열매들도 닻을 내리고
황금빛으로 져간다
너를 보기가 허허로워도
꺽여지는 길목으로
벙거지 소품으로
연꽃이 지면 남은 정물
수척한 연못에 기어코 매달린
뭉개는 하늘은 기지개가 남아 돌고
벙거지 모자 하나 남기고
얼굴만 쏙 바져 나가는
마지막 잔해에 남았다
우리의 적선지심마져 끌어넣어 갔다
벙거지

 

(장기

홈런! 

이처럼 장지를 빼자 

힌트로 히트를 치자 

영감으로 홈런을 치자  
저 부채살에 붙은 병풍
공원 묘원의
계단 위의 봉분
스위치
내게 전한 앤트리
내게 두드린 앤트리
홈에 보내 주리라
네 기도로 바램이 있는
시작이 있으리라
옐로우
내 신호로 어데 가려 마라
내 중력적 힘으로 휘며 가라앉게나
어느 원시에 깨어났음에 알맹이는 본 적 없고
그 껍질만이 흩어진 황란(黃卵)일진저
이 땅 골드를 챙겨도
그 중심이 모태 같은
단풍이 불기를 끌어올릴수록
농 짙게 나타나는 혈의 잉태
활활 타올라도 결집력 강하게 품는
황어가 죽을 때까지 쫓은
이 대지

 


우리가 싫어하든
그것이 진실한 것이 아니든
야구로 시비를 걸면
초목의 뿌리로 피칭되어 죽어가는 것을
상대할 필요도 없다 외면하지 말자
치자
이건 풀 한 포기의 날개
치자
마음의 용솟음
씨알도 안 먹히듯
뿌리마져 돋지 못하게 스피드를 가하는 곳에
난을 치자
그져 막연한 생존이 아니라
행복이 피는 영혼을

폐허에서
무너진 돌더미 속에서
이 황량한 풀 판 포기 없는 곳에서
아이는 마른풀로서 연명하는
저 돌 틈에 폴 한 포기에도
벌은 날을 것이요
풀기 죽은 웅덩이의 풀에
사람을 모일 것이다
이젠 어느 동방 미인이
난을 치고
난을 치고
샘물처럼 난을 치고
분수대의 힘 솟는 광장을 치고 

그대에 붙어 내가 실려 물살을 가르고
산을 가르고
결국 한 고개 넘어 숨결에 기다리는 사람
저 너머의 바램에도
그래 앞의 축지
그대 앞의 축지
한 편의 망향과 같은 먼 곳임에도
뱀술
내 등뼈가 삐걱거릴 때
찬 바람이 온 몸을 돌 때
나무 기둥보다
등나무처럼 무너져 내린다
한 나무로 정갈히 해서
내 짐인 냥
다리 근육을 세워 왔건만
무엇보다 하늘 기둥에
등나무 꼴이였구나
내 용오름에
우리 이별의 기약만큼이나
하늘가에 점 박아 둔
내 가슴엔 하늘 덮어 쓴
기둥을 칭칭 가망 머릴 내밀지만
이 담궈진 세상
이 담궈진 세상
다 주저않은 모습에도
감기어 진 흔적의 길
글자 하나가 제비처럼 앉아 마감되고
한 많은 서술보다
유수같은 푸념보다
어쩜 저 먼 남녁의 향수
날렵한 몸매로 길을 되묻고
내 어깨를 차고 오를 듯이 있다
마지막 글자 하나의 삐침이 그리 앉아 있다

(복정

고 것

고 것

꼭지먼 민감한 복정

누가 알았으리요 복성이었음을)

어물 전 요롱 소리
이 요롱 소리는
풍경 아래 달리는 물고기에
굴비 한 두름 역어
대 서방 미타 세계에 줄줄이 매달려 가길
이 생과 사의 병행길에서
이 소리로서 함께 깨달아
꼭 먼 곳이 아닌
별도의 성찰이 아닌
있는 자리가 내 자리임을 깨달아
함께 놓여진 이 연유를
나와 남의 협찹성을 함께 모아 감을
생각게 하누나
저기 오는 자
보현의 통발심으로 오는 것
어리석음과 장애를
스스로 자책하지 말며
업보라 짐 지우지 말라
그대는 보리와 실체와 중생에서
회향 시켜 다가서게 하는 것
모진 질곡과 혹독함에서 망각되고
희미해지고 발현이 늦고
너를 보니 이 사회가 실핏줄 같았구나
다 지나고 보니
보현의 맥박
내게 법문을 해달라고 하십니까
동쪽으로 가려다 서쪽으로 왔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신의를 중히 하는 자는 굳이 동쪽으로 갈 것이요
어진 자는 그 자리로 수긍할진데
서로 끌어 당겨봐야 이불 자락 끌어 당기는 물결
다 놓고 보니 바달래라
그 속에 온갖 기형이 살고
천백억 화신
소금장수
달마 신짝과 상관없이 걸어가네
하늘과 구름 위까지 디디고
너무도 엄밀히 다져 들려진
무던히 다닐 뿐 아니라
가부좌를 해도 넉넉한 다리

 

(산성

산이 성을 이룸에
이룸뫼야
그대 허리에 초롱꽃이 피고
덩실 덩실
버선발처럼 하얗게 따라 올랐을
내림이 있다
태양이 돌아옴에 붉음을 찍고
안개가 돌아옴에 흰 바탕을 찍고
떠날 수 없도록 붉음이 남고
떠나도록 희어 감이 남고
벚꽃
네 어설피 붉은 색조걸랑
차라리 그마져 다려 나올 일이지
진달래 겸연쩍어 연붉어 나온다만
어는 상처를 지우다 못해
버리지 못한 흔적처럼 나왔느뇨
봄이 너에 어설퍼
얼른 떨구고 얼른 떨구고
세월이 참으로 무상하구나
그래도 상기되어
묻어 나온 흔적 위로 보내는 이별이여!
태양이 저 골짝에 푹 담그면
그 희열감에 우리는 잠에 쏟아진다
그 순간 우린 꿈을 내 놓고
벼락같이 눈을 깜박이며
치열한 종자의 정복길인 냥
우린 잠으로 쫓겨야 한다
태양이 저 골짝에 푹 담그면
산이 성을 이룸에 그 공이 크도다

별길로 떠나는 항성
이룸뫼야
그대가 꽃과 같지 아니하면 아닌 보일려나
그래도 겨울에 샘물가를 찾는 노루의
고개 길을 멀고
꽃과 같이 왔고
바람과 같이 왔고
바위 같이 왔고
이룸뫼야
이룸뫼야
사람이 그리로 돌아 서 선(仙)이련가
내 덜떨어진 놈의 주체가
업무만 같이 다가서고
업무만 같이 다가서고)

떨어져봐야 부처님 손바닥
열심히 본다는 게 부처님 손금
실패를 봐야 구름의 실체를 알고
그러다 순한 소의 눈빛처럼 감추는
외양간에든 안개를 안다
우린 진정 손바닥의 돌에 걸려 넘어짐을 보지 못햇다
그대들의 성공과 실패는 이 턱이 아니느니
참으로 한심한지고
숭늉만큼 띄워주면
동동주 박박 긁어
동동 떠가는 것들
그대 속 태운 일도
이 골짝 깊은 곳에 일어
구수하게 끓어 줬거늘
사랑의 노래 꽃보다 진하게 피웠거늘
동동주 긁어 동동 떠나는 그대는
차마 속없는 길 같아 달덩이 같네
곡차와 술
술이 곡차라니
술이 그렇게 세련되던가
허기에 겨우 매울 참에 그나마 곡차지
술도 술로서 제 명이길 바랬는데
술이 곡차라서
부잣집 헛제사 지네 듯
배부른 돼지살에 더 얹어 곡차라네
아 민생이 밥을 못 먹어
차를 곡인 냥 떼우던가
술을 곡인 냥 떼우던가
그나마 아쉬움이 없을 진데
술이 곡차던가
술이 곡차라서 물처럼 차는가
차가 술이라서 술처럼 차던가
차라지 술 한 잔에 깨일 길이 있거늘
술에 물 먹인들 속 답답한 일 아닌가
술은 술이요
곡차는 곡차로세

눈밭엔
언제나 자신이 찢어낸
무지개 고아 올린 부제(副題)를 이야기한다
속편에 늘이 돌아도
그 자리로 주제 삼기를 탈피한
분화하는 메카니즘
눈 내리면
우린 곧장 점안의 시점으로
눈꺼풀이 두꺼워진다
늦 핀 듯 해도 꽃의 노래
살포시 감은 미소에
한 점 흘림 없이 나온다
육신에 탈루되어 나감이
어찌 늙음에만 둘꼬
세포에 섬모 하나도
내 헌공으로 여겨야할 터인데
로봇에 잘도 평가를 두면서
자신에 요구된 길은 무감각일꼬
수치 개념이 그리 무디어서
부처님 치아 하나 무너질 동안의 법계를 그리기조차 할까
성공(性空)과 성철(性徹)
흐르는 물과 같고
스미는 물과 같고
보이는 것마져 복사되어 가도
내버려두니 성공이 될려나
물도 성품이라 그와 같다면
성철은 물같지 않아 겁외가 되련가

 

 

(남한산성 입구

남이라도 한 몸
한붙이라도 다 한남이로다
남산의 철갑 나무야
그리 뻗어도 장송이로다
한남이 일어 태극이요
태극이 일어 양이로다
어찌 봐 인생
떠나옴이 내 자리요
떠나지 아니 함도 내 자리인데
어찌 여기 나란 것이 있어 남과 같을꼬 ) 

500 원
우리의 원만성의
둥근 테두리에 내가 살아
내 업장 오백근이나 떼어 낼 제
박씨 부인 얼굴처럼 탈바꿔
학이 되어 나를 라네
한 생을 떠다 바쳐도
산적한 부에도
이 오백근은 지워 날으려나
이 오백근은 지워 날으려나
참회도 인간 앞에 참회가 되도록 하라
그래서 빚이 되지 말도록 하라
먼저 죄과를 씻는데 가장 큰 첩경이다
아 인간들이여
변명에 가깝도록
남에게 드러내지 않고
신앙에만 그 비밀성에만 큰 절이다
그런 믿음은 사이를 더 멀리 함에
언행의 불일치는
그 폭으로 헤매다 간다
세월은 배알만 체워가는가
기왕에 배알이면
물 많은 사구(砂丘)에 깃을 생산해
나루는 옛나루
떠난 자를 기다리는
날고
날으려 했던
그대 진행형에 분명 놓쳐간
기러기만 같을 자유
오징어는 먹성으로 들어오고
발래는 입성으로 들어 온다
오징어는 먹물을 품어 대고
우린 먹물을 입으며 산다
오징어 머리는 바늘코처럼
이 몸을 꿰어 들어 올리려 하고
오르페우스에 날으는 화살이
물을 먹고 감좋게 기어든 바다
우리의 이전투구에
뺀질머리에 여지없이 퍼붓는다
골목
어떤 전설의 기억보다
비유보다
내가 살아 가는 이 골짝은 깊다
달은 산 짐승소리와 함께 을씨년스럽고
거친 야망과 음흄함이 내재된
그 인간만같아 보이는
로마의 신의 자리 아니 잡힌 듯
골목엔 불량기 학생들이
남녀 궁성이 맞게 어른을 몰라보고
다이아나의 반달도
그 기대가 오르락 내리락

 

(舟

자지 않고 붉기만 할 丹

단대를 담고져 함에

상 태반

하 태반

단대에 한 바가지) 

하루살이와 사리
왠지 한나절도 못 넘는 살이
우린 고행의 벽을 차며
뼈 마디 마디 차다 차다 고이는 사리
그 속의 애절한 사랑 감성
젊은이여!
자연스레 친근히 다가서는 웨스트 바
다 여기서 부터 은은해진
참된 진을 기억하라
저 산을 나무가 지켰어도
이제 주택들이 지켰어도
도깨비가 보이는
왼쪽을 걸든가
오른쪽을 걸든가
다 몽당 빗자루처런 성실히 닦여 왔건만
무슨 억하심정에
위 아래를 초월하여 심통이려 하느뇨
바람
나도 바람일 때가 좋구나
그건 다 내게 이렇게 미풍인데
나도 동화되어 가누나
허나 왠 바람이 이리 거친가
보기도 싫은데
나의 감성이 너에게서 나왔다 하겠는가
역경은 셀수록
마음은 강철 같아짐이요 역겨워지누나
보다 더 무자비하면
겉과 속이 다른 법
내 그대 앞에 나뭇잎을 강조해 살랑대었으나
난 두더지 땅굴을 헤집고
굳이 두더지일지언정
바람은 아니다
내가 너의 바람인 것이냐
너가 늘 미풍일 때의 벗이더냐
말하라면 땅개미로 말할 것이요
바람이라 말하기엔 침묵하리니
요구치 마라
입이 방정이요
창의도 가식이려니
나무는 무얼 움켜쥐고 겨울을 나는가
그러다 보니
내 집은
한 그루터기의 복령이련고
문 앞 창틀로
굳은 냉대의 뒤척임이 아랫목일 때
지독히
이 자리를 알아봐
저 가슴팍 같은 상계에
다 흡수되어 가지는 않을는지
대접 물과 얼굴
그댄 차돌이면
떡돌을 내 놓아야 하지만
난 다이아몬드가 되면
그대 노 젖는 길을 흔들림 없는 눈길로 바라보리
그대 길티를 내지 마라
떡돌로 다 풍화됨의 길이리라
비바람에 변색되고
저승 물길은 굳어봐야
다이야처럼 깨지지 않는 진리
판치생모 (版齒生毛)
판자를 붙드니 털만 볼 수밖에
굳이 붙들려면 기둥뿌리나 붙들 일이지
겨우 산 껍질에 털이나 보고 일생이 다로고
판 센드위치에 현미경이요
맨톨 위의 이빨이로다
파생된 주변의 껍질이여!
대지가 숲을 이루었고
원만과 탐욕
아! 공(空)이 그리 남은 백설에
뭐 그리 떨었더란 말인가
아! 허(虛)에
그로 바닥을 쳤다 여겼음인가
바닥에 깔고
채색 짙도록 먹여
딩굴고 둥굴고
끝까지 두르다 더한 농도로 꽃본 듯이 갔구나
비워야 할 생을
어찌 덧살림으로 갔을꼬
속세에야 두각같건만
잿빛 옷에서
검도록 먹어감을 알았더란 말인가
저 산
위트 세상의
유머의
또 한 표출의
어깨받이로 휘말리듯이 섰구나
굳이 꽃봉오리 같이
고개 한 번 내미는 연출에
누구의 들러리로
초대 된 듯이 다 어울려도
다 헛됨의
잔화(殘花)의 국화향처럼
개울 흐르듯이 음악은 흐르고
유성 헤매는 밤 굳이
얼굴 떠 올림이 봄과 같은
느끼함을 굳이 담 냄새와 익숙해 히려함이 무엇이뇨
병아리 온 몸이 일색이라도 아름다움이요
그대는 진한 채색이 상쾌함이듯이 놀려보나
왠 낙서에서 어지러울꼬
떠나 다시 돌아옴에
전생을 그대로 호도알인냥
우리가 깨어 나가게 함이
아해야!
태어남이 면벽이거늘
그를 거두어 버림에 더 헐벗었구나
그대 전생의 터밭이
이 탄생에 홍두깨를 깨고 나갈 새로운 방편이거늘
넌 아해로서 봉오리를 깨지 아니하고
거듭되는 섭리의 해탈을
속세의 방임보다 더 야물지도 못한
부화이려 하느뇨
돌탑을 향하여
철렁거리는 위용의 갑옷처럼
녹슬고 바숴진 어깨 같이 무너지고
패이고 무너져 가는 삶에
긴 세월로도 더 비웃어도
더 무시되어도
새 살 돋듯 유아의 미소같이
아침해를 맞이하듯이 돌을 거두어
밭두렁에
어쩜 고풍의 마후라처럼 휘둘러 가면
오늘의 밭을 일구어 가며
이 옛터의 흔적을 일구는 자에게
돌 하나 하나의 소원이
저 평화와 극락세계의 재림이길

 

(신흥)



한 잎만으로 충분한데
또 한 잎을 싼다
두툼한 자연식인데 대하여
담벼락 모서리같은 어깨도
허물어진 나의 성벽과 같음에도
문짝 없는 고성에도
단단한 턱부리처럼 남아
한 잎 더 까는 그림자에
연인의 붉은 입술과
치렁치렁한 화장의 향기처럼 내 주위를 맴도는
남새밭
신선초의 꿈이 거칠 듯 얹혀진 이 작은 뫼
가슴으로 숨어들 굽어가 길
난 거 액자에 내시경처럼 바라보며
꿀꺽 삼킨다
돌부처
그대는 부처가 부처로 보여
따질 일이 그리도 많은가
난 부처가 돌로 보여 나는 좋겠네
시계(視界)의 교차점
무한 영계(靈界)의 귀납점
어델 매달은가
달리는 말에 매달았구나
관통은 두고서라도
잡아 붙들지도 못하여
겁겁(劫劫)이거늘
그대는 부처가 부처로 보여
승(僧)이 못미더운가
나는 돌로 보여 나는 좋구나
1700 공안(公案)을 두고두고 타파하여도
시공의 주위로
대증적 거울을 드러내
사방을 건너 뛰며 정신 사납게 하거늘
어찌 점 하나 찍고 관통했더란 말인가
차라리 부처가 돌로 보여 나는 좋구나
땅껍질에 풀이 나듯이
우리의 대뇌 피질엔 망상이 솟는다
저들은 실존적 몸부림으로 갈증을 느끼는 것 만큼
우리 인간에게 본능적 책임감에
어쩜 주체치 못하게 하였나 보다
우리의 생각
저들의 꿈으로 설치는
저들의 잠결로 얽히듯이
투명하게 맑음도
저들의 발뿌리에 들리어 나온
백설의 옷을 입고 사는 것
눈밭
언제나 하늘과 맞닿은 구름
난 언제 가벼웠던가
변덕 많은 마음
합리가 교묘하고
그래도 내 마음 희게 뛰쳐 나아감에
막상 닿아보니
과히 엄상이구려
이리 천상에 붙어가는 길에 자국내보고
판치 생모(版齒生毛)
2차로 봐 판자이더니
패인 구멍을 봐 3차로고
그기다 털이나 시간이든가
4차원의 시공이로고
아!
이는 다 삼보의 땀구멍
심을 잘보려함인데
겨우 땀구멍이더란 말인가
판자의 문양은
화살길 우주인데
왠 흠집에 숲만 이뤄 살았을꼬
땅이 돌을 먹은 다음에야 풀이 돋고
돌이 먹은 바람에서야
이끼 가죽의 판치를 내놓는다
내 위장은 그 향수에 젖어
빨아 들이고 풍이 일고
또 가죽을 씌우고
바위가 풍삭되어 다 녹아난 뒤의
질기디 질긴 가죽으로 기어코 머리 하날 얹고
진달래가 낮게
그늘로서의 삭막함에 들러 피었다
큰 그늘에도 허전함
왠지 쭉정이같은 속을 채워 나와
이 길가에 드러남이
우리가 동산에 들렀듯
너도 소풍나온 것처럼 조금은 상기된 된 듯이 나왔다
우리의 비늘 떨어지는 늙은 팔뚝에도
이 천지를 끼고 양지맡에 앉음이 애들 못지 않다
우리가 미궁의 안개일 때는
난 서슴없이 그 밭에 산다
허나 안개꽃일 때
입을 재대로 떼지 않은 옹아리 같아
다가서질 못한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곳에 날 삼켜
이렇게 한 다발을 이루니
병원 영아실과 같다
이것이 진정 모래 시계

 

(수진

과히 수가 늘어나리니

치성물에 담긴 내력

양태(樣態)
아!
단맛이 그대의 혀끝에 도는가
쓴맛이 그대의 혀끝에 도는가
착각이로다
호박줄기처럼 얽힘여!
눈(雪)의 부드러움에 부딪혀도
그 속의 군대 제식(制式)보다 뚜렸한
더한 일양(一樣)의 방향성을 잡은
인간의 화신(化身)
다 화학적 제식(制式)의 결정을 보이는 꼭지점
맛의 성상(性狀)에
우리의 행위 각(覺)등이 거미줄처럼
연결해 들고
그물 망처럼 퍼지는 진행형에도
아! 피라밋
모든 팽창이 한 구멍으로 이미 고리되어 있지 않았던가)

겁외란 무엇인가
그대 바닷가를 거닐며
모래 사이 사이 끼는 그대 발가락이 겁외로다
세상이 모래 한 알의 완력에도 떨기도 하거늘
한 알로도 지구가 쌈이되는 이치에
그 무수한 행성의 사이를 그대 걷고 있습니다
이 항하사의 모래 위로
그덴들 겁외로 걷지는 않으오이까
인간들이여!
인연으로 엮는 무한정의
별마져 세걸랑
차라리 모래알 숨어
벽을 바위처럼 알아
물에 쓸리고 쓸려도
그 밖이 차라리 겁외라 합시다
억새 줄기여!
구름의 끝머리로 흩날려 주네
속 빈
어느 꿈의 관통에
벽의 실감처럼 진물이 날 때
안과 밖이 세게가 다름에도
천상 밖에 머리를 푼다
비바람에 억수로 당하 듯이 살아도
이 넓어가는 광야의 고개에도
산모퉁이 돌아 분출하듯이
우리의 어깨 위에도 그리 살은 듯이
봉오리를 위함이 아니라
저 벽의 존재에
비듬처럼 흩날릴 뿐이로세
아침이 아침이 싫다
새벽 시동거는 연기에
지워지지않는 노을의 흔적에 가리워지며
시답잖은 종말론자 앞에
세상의 높이가
안개처럼 앉힌 무릅 아래의 의자 처럼 받혀진 그 엉덩이로 일어나며
푸른 칠판에 해 하나 올려 놓는
아예 유치원 놀이터의 미끄럼틀에
난간을 불들어 살피다
서쪽으로 건넜다
묶어둔 배가 간는 듯이 착각이 되 듯
기름 보일러 소리는 나를 비행기 태운다
때 같지 않은 겨울비는 땅을 치고
모두에게 밀월 같고 속삭임 같건만
내게는 땅을 치고 땅을 치고
기분 무겁게 시리
날개 다 접은 듯
다리만 용쓰듯이 독촉한다
비가 오면
폭포의 단애(斷崖)처럼 앉았다
금강산에 머리를 처박고 들어 간다
하늘은 그렇게 텅비어 맑았나 보다
비가 오면
새소리 조롱 따라
흐를듯이 따루고
갈증의 바닥을 비웃듯이 따른다
한라산에 가슴 처박고
백록담처럼 허전하고
파랑새를 잡듯
파랑도 못듯
비는 내 처마에서
무한정 땅을 파고
그 밖에는 지붕에서부터 저린 듯이 젖어간다
비가 남의 속사정인 듯이
내 집의 아구로
온 몸이 생기를 맞는다
멀리 떠난 참새 떼
돌아 올 듯이 무한정 두드려댄다
무수히 곤두박질친 참새 시리즈
일도 두드려 맞고 벗겨지다
비 젖은 소나무 위의 백로

 눈보라
채워도 채워도
더 몸부림일 것 같은 눈보라입니다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길을 걸어도
내 기다림과 같음에
추억이 이렇게 몸부림입니다
빌딩도 씌워 내려
창과
거리의 눈빛만이 두텁도록 채워
길의
긴긴 날의
한꺼번에 싸잡아 우리의 흰 모습으로 올려놓습니다
그러한 한 때 위로
수천 수만 번을 입었다 벗었을 터인데도
겨울옷의
내가 나를 감싸 안았을 때
양파 껍질 벗은 듯한 느낌 뿐입니다
어떠한 채색과
활기찬 느낌도 없이
참으로 유야 무야 미루어 넣어
자각케 해도
나의 생인지
남의 생인지
그져 투명인 듯이
남도 그렇게 입혀져
한 거풀만 봐도 내 몸 같았을 것 같을 뿐입니다

 

(모란이 꽃을 연다

8인 母여! 곤지여!)

 

종착역
전철 종착역은
새벽 안개 그리도 삼키고 삼키다
불어넣은 고두박이다
먼 줄기에도
하늘 빛 머리통을 불여
백미의 에너지를 살려 넣을 듯한
이 지구통의 중추로 붙어 넣어가는 관문이다
출근 시간대 몰아
흰 진액으로
푸른 피질의 상기된 맥락으로 달린다
팝콘이 튀면 난 턱걸이를 한다
참새 날개 위의 전봇줄이 였던가
그러나 까닥은 맞는 듯하나
가닥이 꼭 맞는 건지
자신이 서질 않는 노래 이에 얹혀 산다
펠리칸이 높다하되
출렁살 위의 털
귀신이 무섭다 하나
세상물 귀신이 더 무섭다
전봇줄 위의 아리아야
나도 이제 참새만큼이나 가벼히 하고
팝콘이려하노라
물수제비 뜨는 아이야
너도 물이 70%
너도 어데 맞은 충동에
퉁퉁 부어 네 몫이 되고
저 심연의
땅이 살찌다
땅이 살찌다
그대 마음은 호수

지성과 지혜
지혜!
지(知)자에 날 일(日)자 붙은 것
그건 멀리 본다는 것
멀리 비춘다는 것
지식을 쌓는 것도 지혜요
좀 우둔하게 사는 것도 지혜다
지식도 자신을 별을 채워
등불이려 하고
부싯돌처럼 섬광같아도 지혜라 함에
변함없음을 보여준다
순간의 지혜도 있으나
큰 파장의 지혜도 있는 법
지혜에 안달 아니 해도
지식에 눈감지 않는 자여 !
밤에 별을 헤아려
그대 영감의 발로가 되나니

 
진달래 꽃 맞으며 펴온 인생

늙은 할망구의 지팡이처럼 야물딱지게 핀

어쩜 딱딱한 우주의 씨앗으로

강물로 솟아나 국자를 내밀 듯이

늙은 노파의 팔목처럼 하얗게 발색된

겨우내 기척도 안 보이더니
봄이면
허옇게 쭈거렁한 팔 걷어붙이고
젊은 아이들을 부산하게 하더니
다 그들도 다 그래 젊은 핏기의 팔응 걷어
장을 담근다
마치 천상 동자에
한 송이 약속과 같이 한 송이 내밀 듯이
널푼수
싱싱한 일자 가지 소잡게 묶어봐야
어울려도 답답기만하지
팔뚝 하나 늘려 잡은 꽂은 진달래
성긴 듯함이 더 풍성하고
봄의 분류에
바람도 녹아 골목대장이다
철도 들든 듯이
바람도 고분고분하다 어수선하고
천지의 이치가
떡잎이 나야 철이 되는가 보오이다
인간살이 부드럽다 쫓아 다녀도
흙살을 일궈봐야 제대로 알리로다
귀거래사는
죽은 돌무덤과 같음이뇨
인간사 부드럽다 쫓아 다녀도 질겨만 가고
흙발을 씻어도 허전함만 같네
아이야 놀아라
봄이 다 오기 전에
봄인 듯하면 어느덧 여름
내 고랑길 맨발길을
너가 이 한밭에 날아 오른 노고지리
요즘 나의 시는
쟁기 발에 흙이 뒤엎어지듯이 한다
왠지 생활에 한쪽에 치우쳐
미친 듯이 딩굴다 보면
봄기운이 속을 스미고
왠지 바람 먹은 듯이
밭을 맞이할 줄 아는
보아 뭉치와 같음에
두드려 깨어 부셔지며
난 흙으로 돌아갈 정도로 바람을 먹는다
과연 우리의 진정한 맥은 무엇인가
우리의 민생고에 안달하는 의식의 맥인가
꿈의 맥인가
간밤 꿈에
고향친구가 찾아와 품앗이로 가야할 길이 있다기에
난 따라나섬인데
자꾸 담장 위로 지나고
선자라는 아이를 깨우는 데
언뜻 마루밑에서 자고 있더라
누구의 저승 가는 길에
온갖 애락으로 딩구는 곳을
깨어 찾아보니 개구리가 엉겨 붙어 노는 웅덩이라 하더니
이렇게 잠시 비쳤다 가는길이
인간의 생과 사가 처절하더란 말인가
땅은 그대 숨결을 열어 놓을 것이요
돌은 그대 숨결을 놓을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차돌과 같고
어찌 봐 그 굴레 같고
재물과 명예욕이
이만큼이나 깡졸 같고
우리의 감성이 그 만큼의 진동으로 감동선이 되고
쇳소리마져 깡깡거리며 그 위를 지난다
돌이 재물임에
그래도 그것이 숨이 있음에
그댈 꽃으로 봐
내 가금 풀어헤칠 길이 없는데
그대 꽃같음에 애초로워
눈 길 위의 자국을 어찌 기대할까
그 싸늘한 흔적 위의 손길을 따르기엔
그대 현실을 강하게
붉은 유혹이 짙어 갈 따름이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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