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미완)

5 호선 2

narrae 2013. 3. 22. 12:53

  2

 

 

우롱차
우롱차야
우롱차야
네가 어찌 우롱이랴
곡차가 우롱일세
음료수에 빨개지는 세상
넌 술이라도 안색하나 변함이 없고
도는 도인데
주도(酒道)가 주도(走道)인고
알코올로 가는 자동차여!
네가 시원한 우롱차여!
창공의 흰 구름
맑아도
뒤집어 더 흴 필요리요
희어도 잠시 끼어 있으면
난 듯이도 하여보오이다
새소리 맑아도
너의 바닥에서 연한 그림자 빛
천상에 그리 부딪혀도
아래 낀 거무빛이걸랑 나인가 하여주게
나도 이제 늙었나 보다
엄동의 양지라도 내 날개를 짠다
젊은 날
이라 추운 겨울날에도
방황하며 이 테마를 죽였을꼬
죽은 듯하여 나 도망치고
허나 언변에 떨고
산은 그 멍에도 크게 품어
삼 철 내내 뱉어내고
그래도 길을 찾는
이 세끼 줄
좁은 천고를 당겨가며
질기도록 꼬아간다
몽금포 타령
장산곶의 노래여!
저 구름의 무릅인가
말리다 쭉쭉 뻗고
감기다 풀어놓고
꿈만 같이
너 또한 몸부림
나 또한 그리 흘러보냄이여!
인생사의 위안
눈물
어느 바이올린 선 끝이면
눈물같이나 맺힐까나
귀혼
벼 머리 숙이면
이젠 무지개 고개 숙인 것이겠지
그리 흩어졌던
그리 흔적도 찾을 길 없이 박힌 파편들
음악
이젠 가지런히 정돈하여
7 선상의 곡간으로 들어간 전형을 위하여
아! 이러한 데 나의 격정이여!
부질없이 허공 중에 헤매이더란 말인가

딱따구리 집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더니
내가 그 짝이 났네
난 화살을 맞고
프로메테우스의 기념동상처럼 서서
독수리 양날개가
저 황소 머리양날 뿔이 되다가
스스로를 치받다
스스로를 치받다 끼고 사라질 때
난 이 해탈법으로
세월이 약이 였음이요
전도됨이요
다래
다래 익기까지
이 토막(土幕)살이 구석을 다 배어 나오는
익는 천하라 하여도
다래야!
바래지는 어중간에
악착같은 봄의 신맛을 돋우어
미친 듯이 오가는 생존의 한 켠
그만이라도 이 단칸방의 구석을
도심 밖으로나마 너처럼 진 빼며 익어간다 하라
풍선 줄
풍선 한 가지라도
내 올을 펴게 하는 것
아이가 풍선 볼을 갖다대는 것
아침이 일러도 가벼워지고
장미 뜰에 있는 우물을 더 맑게 바라보고
술 빈 잔도 영롱함만 언뜻 비쳐
안개가 뱃속 테두리를 채워
숙제 같다보니 어제를 붙잡고
정체성을 다짐받아가며 받드는
루즈 오른 그대만큼에
천문대 트인 가슴을 바라본다
앞산은
오리무중에 노파심이 아니거늘
꺽꽂이 길에 올라 있음은
학교에 간다
숨쉬는 독
아! 어찌 이 나이보다 더 먹음직한
이 대기 속의 상큼한 맛은 끄집어내지 못할까
꽃 붉음을 더한 여름날
얇기에 돗수를 더함에
얼음을 넣어 허공 중에 냉정해 옴을
생각보다 피부같이 미쳐 옴이
내 그대 살 닿는 것보다
스미어듬이 하늘 하나의 풍선
들이마심이
내 피부숨이 다 마시듯함의 시원함
볼륨
이것도 산일까
이것도 진동일까
어떻게 드러내다 풀죽은 것일까
그래
그 건 네 말뜻과 같다
그래 그 건 내 말뜻과 같네
얼씨구
그래서
내가 그대같아 대단하게 여겨하고
그대가 나같아 하잘 것 없이 여겨짐에
그대 아상(我相)이 대단하구나
난 그조차 희미해져 있는데
그리 드러내다 풀죽은 일일까
이것도 진동일까
이것도 산일까

 

(마포

아! 왠 번뇌가 마처럼 자라
포구를 짓는가
몰리는 자 많아 연민으로 배를 타는 자 많으니
진실된 한마디 조차
헛된 물감에 사로잡혀 황혼을 맞는구나
긴 시선에 가야할 길이 있이
마 잎처럼 솟고
풍성한 사과밭에 얼뜨며
소설의 전경처럼 도시는 사각거리려 하고 있다
사각 파내려는 듯이 상쾌해야 만이
후덕지근함을 퍼가듯
우린 상쾌함이라면 이빨 자국도 내려 함에
아침도 깊고 저녁도 깊고
눌림 다 늘여서 들어가니
나란 것이 본래 들어간 것이다)

 

그림자
석양 속의 내 그림자
꼰 펜대처럼 누워 있다
내 책상에는
아예 탱탱한 탄력에 굳어 있다
참으로 빈 듯 돌아서서
진리같은 이슬 맺혀든
낸 머리의 영양을 다 챙겨
정말로 정말로
꽉 다문 틈새로 맺혀 나온다
고욤나무
오늘도 아이는
고욤나무만 멀뚱히 바라본다
백설공주는 없다길래
난쟁이 나라의 감나무를 보라 했더니
혹시나 봐질까 턱 괴며 바라보는
녀석
난 자꾸 오므라 들고
공주는 커가고
수제비와 칼국수
밀지도 않은
어느 바위같은 점성
뜯어 붙인 듯이
뜯어 끓인 듯이
양념 통에 사라질

말들에
담백한 대답의 주체
외로움이 이 땅붙이에 '
벌판으로
밀대로 밀어내고
그래도 평면적 가사에
곡절은 넘쳐나
고요의 속살은
그리 귀티 나지 않아도
사무침에 휘몰렸구나
억새
내 흰머리도
넌 흰머리 아니라 하는구나
억새밭은 날리고
차츰 상실되어 감에도
땅 한줌에도 질겼구나
아직 차가움에
체온을 부둥켜 안고
강물아!
넌 차갑지 말았으면 해도
억새에
처음부터 길들여 온 것
한 번 더 정신만차려 꺼꾸러 지네

무지개
7개의변주여!
극 아름다움이 손대지 않은 무에서 서 있다 보자
구도화 하느 행위에
흰 칠을 하고
어쩌다
어쩌다
출입문이 수박 태두리에 앉은 무당 벌레의
날개 갯처럼 열려
그 두께층의 테두리의 선 안에
저 문 너머로 창공이 아니리로다
그대여!
저 무지개 안으로 시공이 흐른다
그대의 변주여!
저 빛깔의 토층마다에
미꾸라지처럼 약을 올려 떨어진
용의 꼬리처럼 긴 시간을 누비고
바라는 것들에
그대여! 변주된 기법에 노닥거린다
아이를 보면
총명해 보이고 지혜로워보인다
이것은 어른보다 더 많이 알아서도 아니요
경험이 많이 많아서도 아니다
가을날 황혼에 홍씨처럼
부끄러워할 줄 알기 때문입니다
선에 대해서도
너무 잘한다고 곧잘 칭찬함도
짜증스럽듯
섭업도 남음이 윤회를 길게 할 뿐이요
입김마져 그림자일세
선도 없거니와 악도 없네
벌이 제 집을 견주어 든다
나의 시도 다이아가 원석으로 박혀 드는 것 같고
나의 시는
수정이 남석으로 들어
남상은 뿌리로 감춰지듯이 한다
시간이 거꾸로 박히고
물의 활개로 갈증을 풀고져 한다
구름이 뭉치고 은하가 흐르고
벌이 제 집을 견주어 든다
알을 낳는다

(공덕까지 있어
파도가 파마머리 하듯 말아올려 지는 것
공덕이 있어
그대 살아가는 성실성을 밀어낼래도
섬처럼 쌓이고
그대의 공을 멀리 하지 못 해
갈대밭에 날개들이 펴며 오르는
태양은 호도빵틀에 넣듯 부화하는
잊어도 열기는 기억처럼 타고
다만 붉은 영상은 심장을 차고 나간 것이라
감히 열고 외친 것이 아니라
닫고 외침이 붕어빵처럼 뜨겁게 나온다)

 



땅 하나를 굴림에 진주라 하나이다
은빛광이래도 보배라함이
아예 당달로 보는 혜안이 무아심의 도
내게도 이러한 도가 있어
열락의 끝으로 희부옇게 되어 갔음에
넘어 본다
진주!
진주밭의 도심아
어쩜 세상 최대의 혓바닥이 필요했기에
쓸고 쓸려 내려오는 피차의 경계를 자리 잡아
무상 심심
돈독(敦篤)이 뭔가로 닦고 있나이다
비웠더니 오고
비웠더니 가는구나
이만한 자유가
그대들에게 고(苦)를 감수케 하는구나
채웠더니
너는 나 아니라 하고
나는 나라하고
이만한 보석이
빛의 열락을 보아도 허공수에 있도다
하나 둘 셋 넷
하나 둘 셋 넷
하나 둘 셋 넷
봄도 시리고
벽도 아리다
하나 둘 셋 넷
하나 둘 셋 넷
듣는 것만으로
마음이 시리고
빛도 속 갈비인 냥 아리다
하나 둘 셋 넷
하나 둘 셋 넷
아직도 더 커는 뉴스의
발바닥이 시리고
떠오르는 아침나절도 시리다
흑맥주
난 어둠의 끝에서 피어올랐기에
인간으로 떨어진 몽매함이여!
넌 지옥에 떨어져도 피어오른다
칠흑에 묻힌 연꽃 뿌리의 이야기
아! 미혹을 깰 때까지만 쏘아 붙여라
한 트림
한 트림
구름이 한적할 때까지
황조롱이
도시는 가라앉고
황조롱이는 날개를 턴다
넓은 판자대기 모형도에
한 이빨 자국에 둥지가 튼다
황조롱이의 고향 더 깊은 곳
별은 한 초롱이로 떨어지고
생의 쥐구멍에도 눈떠가고
조롱이는 빌딩을 나른다
황조롱이!
야성인 듯 하다가도 알은 따습다
눈을 지구의 반쪽인 냥 뒤집으며 영롱한
한 바퀴 주물러도 속만 따습다
도심의 황조롱이여!
네가 하늘이 바다와 같음을
하청 되어감의
수궁의 잠에도 더 이상 파닥이며 살아야 할 길들
애벌레
아득한 옛날도 멀지 않는 곳에
자벌레가 부질없이 꿈을 꾼다
안개 털 다 벗기고
주섬주섬 주어 실을 짜가는
아득한 옛날과의 한 주름에
날개를 꿈꾼다
강 길 천리 너로 잃어버렸도다
수박 한 바가지 먹고
내 온달 배 두드리며 사는
속 붉도록 그대 떠올리면
하늘엔 바가지 띄워 올리고
묻고 또 물어
뉴스가 차고
연속극이 차고
스포츠도 다 채워 별로 기울어지지 않았는데
어느덧 가득 차 있고
왠 바가지만 떠올라 있고
난 달이 부르고
표주박은 물 속을 채워 달로 뜨고
달은 지나고
난 수박을 다 먹었건만
저 물 속에서 건졌건만
저 달에서 아니 떠났고
비니루엔
용비늘이 녹은 듯 힐긋 힐긋하고
속 깊이나 되는 곳에
감아쳐 딩굴어버린 듯이 하고
어머니 같은 심지에
오리가 박히기 위하여
올려 놓고져 했도다
애욕
누군 자식을 위해 몸을 팔았다는데
그댄 누굴 위해 몸을 팔았는고
누군 자식을 위해도 욕을 먹는데
그댄 누굴 위하여 허물을 만드는고
유람의 선상
저 달은 여느 때나 기우뚱할 것같고
강상의 유람선 빈 술잔만 같아도 당당하다
달은 연기 속에
인류의 포연을 거두지 못한 채 가고
유람아 아직도 너는 남은 멋이 있구나
달을 잘못 건진 비너스이듯
빠져 나온 것이라는 것이
폼 한 번 거나히 재보는 것
대금
온갖 기교와 진부함이여!
설산에 마감하고
설빙에 마감하고
정적이 그렇게 입다물 때
말똥가리 일갈에 산이 울리는
대금이여!
어찌 그대 심금에 넓은 도량이라 하는고
그 금마져 터질 때의
대쪽같은 맛
골짝이 터졌구나
애벌레
파도가 나뭇가지에 오르면
물방울의 허물을 벗고
세월의 강물을 움틀대다
기필코 굴에 처박혀 깨어 나온 놈은
세월아 네가 대계의 몸을 뒤틀다
온갖 비유가 다 들어도
애에 들은 것뿐이로다
일경(一景)
알다가도 모를 것이
남편을 보면 파시 장 어부마냥
멀미도 안 할 듯이 억척을 떨지만
애인을 만나면 무인도에
구름 한 점 없는 듯이 한다
아! 무인도도 아니건만
무인도로 착각하며 갈등하고
헤어져도 맺힌 것도 많거늘
헤어졌다 사는 것이로다
배밭
배나무 숲샘 라디오
이화가 귀를 씻다 떨어지고
귀를 씻다 떨어지고
봄날 눈 비빔보다 더 하얀
눈을 씻다 떨어지네
배밭 화창한 날
뿌리 한 점 옮김 없는 주인네여
우물 속 솜을 튼 속살
송백
아이고 더러워라
이 모진 풍상에
그져 쏴쏴 속 닳는 소리만 내고 말다니
두타가 저기 보이는데
아이고 더러워라
이 모진 압력에 구실만 같은
풍치에 이빨 다 떨어져도
해골을 넘어 남을 듯이 파고드는
아! 두타가 저기 보이는데
아치교
저 짓이기는 심장에도
추락하는 날개가 있다
돌아오지 않는 비접의 날개를 위해도
깃 다 흩어진 맨몸의 움직임
도리어 이리 넘어 건져져
가라앉지 않은 거북의
육지의 구도를 다 일궈 놓은
등각만 일렬로 걸쳐놓은 채 주시하고 있네
파리
역사는 파리(PARIS)일 수 있고
파리일 수 있다
인간이 넘나들 수 있음이 이리 넓어
귀천을 넘도록 살다 사라지누나
백일홍
내 그대 앞에 백일을 헌정하여 바치올진정
한 송이 장미가 아니라
팔만사천 큰 법보를 피워
눈처럼 내려 성운처럼 찾아드나이다
기왕에 내 백일의 공이걸랑
팔만사천 인연들이 내라 아니하고 성문(聲聞)에 들었나이다
고요한 독수의 가지에서
아! 겁을 거쳐 이 정만 만났어도
목단
목단이 피면
여름의 태양도 그 턱에 걸었고
알이 열리면
까마귀의 화신이 벌을 날개 하였느니
태양아
타도
타도
검은 네 모습에 다가오는 날개
목단이 피면
훨씬 우아한 나비의 춤으로 환생됨이 아니더냐
영란
난아
죽어도 난이라고 왔냐
너가 옴에
달도 아련인 듯 지났느뇨
아니
아니
아니한 것이 희어도
아리랑은 넘네
수선화
화가가 못 속을 한참이나 헤매다
붓이 화가에 한참이나 헤매다
차라리 붓이 홀로 강물 먹고 피어버리는 게 났지
레테의 강물을 먹고 꽃 한송이로 머물러
차라리 내게 붓으로 놀게 하라
내 그대에게 줄 것이 나의 바램이 아니라
그대가 내게 주어 필 뿌리를 알았느뇨
해바라기 진 먹은 오후
매화
매화에 눈이 녹는다
매화에 양털구름이 녹는다
매화가 데미테르의 속을 알아봤으니
매화에
알어 붙은 세상이 녹는다
작약
작약엔 내가 겨울이였으면 좋으련만
작약엔 어떠한 약조라도 부담스럽고나
어떠한 만남도
서로 같이 걸쳐진 만남이 아니면
시공엔 석양도 붉고
허구한 세월을 어찌 지나 작약일꼬
물고기
우린 큰 물살 속에 휩싸여 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씩에 걸려 휩싸여 있다
합리의 농도가 공기보다 무거워도
그래도 땅과 쇠보다 유동성이 많은 자부로 휩싸여 간다
아! 태극은 세구나
들다볼 여유도 없이
스침에 잠시 머물다 가는구나
외도
이놈의 술장사 그만두어야겠는데
그만둔다 그만둔다 하면서 못 둔다구요?
그게 어디 쉬운 일이요
도통했다는 중들도
그만둔 건지 찾은 건지 모르고 찾아 와 데는데
당신이 무슨 도를 알아 빠져나가겠소
외도 변주곡
그대 그만두겠다는 길목에
한잔씩의 술을 마시고
기분도 푼 듯이 저 선종의 기행을 이야기한다
그대 누차 그만두고져 하는
한잔 술의 길목을 들이키고
난 흔들림이 없고
그댄 누추해 한다
그대 누차 그만두고져 하는
한잔 술의 구세 뒤엔
난 철면피
그댄 선각
장님
그댄 철학적 견해로 닦느니
아미타 거울을 닦음이 어떠한고
일견 녹 같아도
그대 지혜가
벌 눈의 벌집 같은 치밀함이라 하더라도
차라리
아미타 거울을 닦는 게 났지
오어호(吾魚湖)
그대 죽기 싫어 요 목구멍가지 차다
오어야 살지
오어야 살지
그대 죽어도 버리지 못한 비늘
오어야 살지
무너져 내린 탑체를 보았어도 명경지수요
혼탁한 듯 앵무새처럼 지껄여도 그 귀가 살고
수한 어불이(水寒 魚不餌)로다
칠성장어의 노래
수초에 정자 삼은 벗이여
그대가 붕이로고 붕이로고
저 수선화
바래진 태양 광을 쫓아
향이듯 내 품는데
네 저 바다에서 돌아오는 길보다 더 멀던
저 향기
꽃의 향기
이미 태양광 사라진 두엄에
쇠똥구리보다 더한 지구 굴리기
칠성장어의 노래!
붕어야
붕어야
네가 날 벗하고져 하나
내 장어를 읽어보게나
유성 꼬리 같은 만어(漫語)를 읽어 봐라
너의 두각이 높다하되
난 이미 용이 아니더냐
머리칼
저 강이 깊다하나
더 깊이 든 내 모습
다가서고 다가서고
피질에 모였다 어데로 당겨감일꼬
안테나가 솟고
수만 가닥 안테나가 솟고
그림자여!
너 구석구석에 뻗쳤다
머리칼!
물이 깊다 하나
피질에 더 이상 안 넘겨주는 마음
아! 이 흐르는 유수
너와 맞잡아 봐야
걸러내지 걸러내지
그 분위기가 네 것이든
내 것이든
난 이 정적의 갈무리에 있다
그댄 분위기에 있고
그 격흥부터가 물러
단단한 부리의 일갈을 기대 못 하겠다
박 소리
눈이 자연적으로 감기고
속 편안함을 느낀 지가 벌써 몇 년
어찌 내 인생을 이리 다 묻지 못했을꼬
빗소리에 박 소리만 나고
박 소리만 나고
눈뜨고 죽는다 해도 박 소리만 나고
오늘 갑자기 뱃속에 유성을 안겨 줬는지
편안한 마음으로 공간을 유영한다
생긴 게 뭐 같아도
유성처럼 자유로운 발상의 눈이 있는
어느 누가 우주복을 입고 둥둥 뜬 기분으로
바오밥 나무 같은 눈을 본다
헌 칠판
칠판엔 지우개가 지워지고
난 하늘에 딱지가 남도록 남을란다
줄마다의 행 그림
다 먹고 딱지만 남을란다
하늘도 다 말랐음을 님이 보우하사

박이 하늘 채로 두드려 맞는다
두드려 봐라
속이 구름처럼 들어붙는다
골짝 찬 기운에 쉰 소리 내며 갈 제
나타난 형상들
그 탈을 공 맞다 공 맞다
천지간에
끝에서 두드려 맞는다

(애고개인지
애오개인지
우린 일상으로 말아 올리나
거품을 제대로 감상을 하지 못하고
그네 타듯 오목 파내려 가듯 차는 것
한 번 쯤
밑줄을 그렇게 끌어 보이는 회고
가로지른 뜻까지
오른 것이기도 허전한 것이기도)

 


오늘도 할 말이 없고
쓸 일도 없고
일다 한 생 마치면
뭐 그리 떨떠름할 리도 없고
그래도 떨떠름 하자
익어 달 때까지
태양빛 주술
집중력
쓰도 약이니
내 배는 이끼발로 더듬고
이 탱탱함의 망루삼아
거울 감축만큼이나 살아날
굳은 센스를 설득해 깨쳐나는
찰흙 굳은 듯함에도
배어 나오는
체할 듯한 경계에도 한 방울씩의
신물에도
쓰도 약이라는 주옥같은 감로로
산에 피는 약과(藥果)의 향으로
그래도 진전되는 약조
부드러움에만 익숙한 세태
어쩌면 지성까지도
꼭 모래 위의 길손
창백한 시간 위의 욕구
내재의 탈색
선풍기
잘난 일도
시원한 일도 없다
선풍(仙風)에 논다하나
내 선덕(善德) 편 일 없고
그렇다고 허울만
내 방귀처럼 자연스러울 수 없다
결국 선풍기에 빼앗길 허세
아 !
이 물리적 기준이
고개가 180도
난 360도 돌아 봐도
나부터 바람머리
모래시계
흡혈귀
이 우주가 얼마나 챙겨야 할지의 루트
모래 한 알 한 알의
시간이 벗겨지고
피도 물보다 진하여 졌음에
이 시간을 끌어들이고
조용한 이성
열매 하나의 낙반
꽃으로
태양으로 감아 챙겨도 이 시간대의
마른 흡혈에 귀족

부드런 음악
우아한 자태
바다의 비밀에는
붉은 포도주의 유혹에도
한 껏 동참한
거북이 알 구덩이 위
목신도 잠에 겨워함에도
노배
산호 붉은 노래의 깃발
푸른 바다
원초의 땀 냄새를 훔치며
어떤 해산(海産)이라도
낸 눈빛
멈춤에서
구구한 나열도
중복된 언어에 동참시켜 가는
잠시만의 순간이 있어
처마 밑 빗방울 뚝뚝
그져 낯설지 않는 래방
강조됨 없이
자연스레 풀려 나간 감동도 이젠 모르겠고
진한 채색이 늙을수록 들어오는 약시이듯
중복된 언어
뭘 확인 시켜 간 듯
어정쩡한 적막에
빗방울 뚝뚝
처마 끝에 떨어지고

나뭇잎
원하옵나니
잎새로 불상 같은 불심이 되길
원하옵나니
축적되는 대로 금은 보화 만큼이나
잎새로 불광같은 광휘가
언덕을 넘듯
황토빛을 타고 가는 길이길
내 뼈도 어지간히 썩지 않을지인데
그 무슨 멸과 맞물려 있음이 아닐 지인데
공이로고
공이로고
무지개 집이여
저 불법이 비단을 타고 넘을 제
보아 온 토굴집이였구나
오동
잎 중에도 잎새라
스스로 타닥한다
오(吾)가 스스로 나무임에도 털어
심에 힐긋 끼워
봉황의 마음 앉는 바로
이 비에도 나지막이 맞아 본다
내 오를 거울처럼 맑은 하늘로서
맞아 본다
오동!
이 비에

죽비 넘어간 소리
평지에 바람을 일으키는 거리
신호등
비 개인 후의
폭염
훈증

플라터너스 잎새의
죽비 넘어가는 소리
스스로 불길을 찾다
여름날 그늘로 숨어든다
곡식들은 자라고
우리들의 입에서 거세어진 입김이
초발림된 막걸리
스스로의 불길을 찾다
가을에 불길을 본다
진실로 연옥처럼 태우는 길
아름다움은 참회가 속 붉도록 나타나기 때문이다
절망하지 말라
멸도에도 아름다움이 있음을 가을로 보아 알고
멸도에도 식이 있어 관문을 넘어 갈 제
다 산을 낮게 하여 건너게 한 방편의 업애와 같음이
그대에게 힘들게 함이니
그래도 저 태산을 덜어 견을 갖게한
유리광은 닦아봐야 하지 않겠나
순수
다이아몬드여!
너도 순수할수록 부끄럼이 없구나
그래도 한가지는 알았어야 순진했다 하였을 터인데
인간이 한가지 빛에 진주처럼 닦아온 것에
일상이라 하더이니
순수 무구 보다
진염(塵染)이 있을 지인데 순진 무구라 하나이다
진주
보석의 광채가 내 팔자를 씻을 제

막간
안개 속에 길이
추억의 문을 좁다
차갑게 잊혀 졌다고 하자
왜 왔냐하는 자리에
놓아 감도
지고 감도 없는데
무념 무상에
남의 인생이라도 보아 감에
인연의 재판이라 함에
산마다에 발굽 부릅튼
기억의 느릿한 소덩치에
길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안개는 누구를 위한 막간인지
소낙 구름
갈길 바쁜데
난 저 산너머에서 밀려난다
교향곡 채비의
전원의 비몽마져 틀어 일어나는 시간대
거대한 집
병 속을 빠져나가는 지혜의에
노도같은 힘을 부여하는
저 놈은 밖이라도 안에 있고
이 놈의 화두는 빅뱅을
병 속에 가두어 보라는 이야기
아니 빅뱅을 병 속에서 거내라는 이야기
야누스가 진 부릅에도
두개골의 금은 있고 호도 알의 탐문
그림 속의 나
경치가 나무 한 그루로서 떠나지 못하는
언덕배기로서 건너질 아니 하는
일생을 훑어봐도
나무 그늘에 쉬었다
들 앞을 갔다 오고
나무 그늘에 쉬었다
저잣거리 갔다 오고
또 한 번 포개 봐도
나뭇 그늘에 쉬었다
발판 뒤로가
허수아비 되고
장터 뒤로가
누더기 옷만 남은
돌아 와 나무 그늘에 섰고
헐벗어도 참새에 넘고
죽어 묻히어
이리 갈기갈기 찢겨도
해 웃음과 같은
요란한 그림에 산 것 같지도 않고
평화와 선덕이 제법 풀체일
요만한 동산 하나 없이 찬바람이 몸을 스민다
살이 당긴다
잔디
늘 자주 다니는 길이라
무심코 지나침이 촉각에 있지만
안개가 고이 접었다 일으킴에는
새삼 잔디만큼은 일어 날수 있는
우리는 이 위에서 뛰어야 한다
우린 맨 바닥의
맨 손의 일대기로 대머리 같은 중후함
연인에
잿빛거리의 모서리들
인상들
나와 같음에도 맨드리 하게 일어나는
어제와 오늘을 쉴 새 없이 이어 붙이는
러시아워의 접착력
끼어도 아니 끼어도 부적함만 같은
허나 안개가 일으켜 세운
잔디 위의 연인이 되어야 한다
가향(家鄕)
이 뭍 부스스할 때
무지개 넘어 있었는지 모르지
이 들녘 깨고 나면
풀 내음에 말똥가리
어머니 평생 못 떠나시는 곳
소 뒷다리만 질겨가고
눈 침침한데 바늘귀만
하얀 실날을 먹네

(충정이
그대 공주와 같음에 쫓아도 모자람이 있는
우린 이미 야외음악당이 복구된 세월에
다시 연출되듯
우린 벽화를 따라 피우듯
담쟁이 넝쿨이 심력으로 따르는 길
붉어도 그렇게 붉을 수가 있는가)

 

빗소리
산이 높아도
비가 와 취하여 감에 어짐을 본다
저 끝이 이 끝
한 쪽으로 몰아 붙여짐도 없는
고른 감성과 탄성
모두다 제 자리에
특별히 세워짐도 없이 맞아가며
생동감으로 평등의 감촉
높고 낮음이 없이
기울어져 간 인간을 위해
비가 오면 다 이렇게 느껴가는
포도알도 이렇게 영글어 건너는 건배가 있길
생기
몸인 냥 치장은 간 곳 없고
얼굴인 냥 치장은 아니 했어도
가을에 더더욱 익어
독서의 계절
죽지도 않을 뿌리에
지독히도 활활 태워 씨앗을 건져 올린
그 거울 맛으로 비춰보고 비춰보고
익디 익은 서산노을에 그물 친
키 없이 땅만 먹는
키 없이 땅만 먹는
오두막 집 호박 속
도심 속의 석양
석양이 골 깊숙히 들면
그 사이로 빌딩은 볼을 갖다 댄다
하루 열심히 살아도 멋쩍게
땅 속으로 들어 길을 펴는
태양 담은 맛의 미로
일벌도 어깨 펴며
샘뿌리와의 교감으로
새콤하면서 달착함도 있는
백화점은 면벽이라도 잡념이요
다 들통이 아니라도 주술적 이동
창의 광택
사무실
다 밝았으니 노출의 빛 타는 빠른 진로
아님 오히려 천이 짧은 융통성의 의상
멋적은 웃음
원형의 자연 빛에는
저려 가는 향기이듯 얼굴을 갖다 댄다
들녁
저 누른 들녁
소 잔등빛으로 지면
후덕한 속내 피부빛
뚝심에 더 이상 무너지지 않고
근력의 생동에
지워지지 않는 탄력을 위하여
싹이 가도 지근 듯이
너의 몸집으로 누운 털빛으로
호수가 벤치의 낭만의 눈빛
옛 정열의 소설집
냉정한 하루에도 붉었다
우수수 떨어지네


(서대문 렌즈)
렌즈와 렌즈 사이
살 하나 채우지 못한 구조론 있다 한들
어찌 형상이 있으며 식견이 있으며)

 

오두막!
눈이 오두막에 내려 앉아
잉태하는 꿈이 송이처럼 일어나는 나라
이 발길에 다 들지 못하는 자여!
화로의 감자
떠겁게 달아도 이 유혹으로
부푸는 달 이리도 엿봐도
기둥 하나 괴고
오동통히 나와 물 긷는
나의 마지막도
동동 오른 건너 편의 물깃
방문객으로도 남음이 있는
하늘가
카페 창
숲 눈썹의 카페 창
갈색 눈동자
(에델바이스)
(에델바이스)
개구리 꿈은 아직 노저어 가고
사공의 담당은 아직 돌아서지 못하고
아직 눈 덮고
뒷전을 돌아 움이 돋는
군고구마 짜개어 호호 부는
꽃의 연출로 노래가 되는
딩군 고구마 한 뿌리의 산
에델바이스
에델바이스
귀가 밝아져 감에는
소나무엔
눈이 무심결에 떨어지고
여분
시간의 템포
물리(物理)도 그 호홉을 채우다 굳어진 고체
하루씩 붙여도
365를 다 채우지 못한 원자
딸국질 하는 놈만 붙들어 와
싱싱
속아지 못된 도르래 굴리 듯
굴의 기미 심상하게
열차는 그 숨통을 엿보며 달리네
아!
누군 섬 하나 틀어 잡고
바다의 높쇠를 정통으로 하고
행위 예술로 하고
그 중에 섬의 자조(自嘲)같은 함몰을
보채어 나갈 수 있음을 아는지
365에도 허중이로세
있음에도 없는 듯
다 가라앉은 이빨 성상한 것들
한 해의 건더기는 되는지
그에도 개미허리 조는
축에의 구멍
부족함에도 최선의

빗소리
이 움질하는 골목에도
비만 맞으면
빈 깡통에도 그 소리가 곧은
비가 좋은
간혹은
간혹은
다 함께 곧게 나아가는 소리가 되어 있음에
밤비
비취 바다에 집을 짖고 사는
아이들의 눈
산호의 섬
먹구름에 태풍이 지나도
별에도 푸르를
밖엔 비가 내리고
창가도 푸른 비치
비가 가는 길이
밤을 끄는 근
난 푸른 가슴에 산 듯
내게서 준 창
이 가을 비에도
새벽 창은 푸른 비기(秘機)가 내려서 있고
이 배부름에도 두드려 맞은 건
늑골
이는 건 바람
젠장
일어서서 서성여 보고
누워 잡념에 매달려도 죽
어도 한창 죽을
이미 흉골이 깨끗이 닦여 나갔을
일어날 회상조차도 없는 그 석실과 같이
그 기서부터 얻어맞는다
이른 가을비에
다람쥐 집 깊은 밤
도토리 집 떫은 거듭에도
독아
독아
넌 다 익었니
다리 움츠리는 찬공기에
껍질뿐이 덜 익었다고
덜 우러나온 묵의 밤아
늙은 할미의 뼈마디가 굵어 가는
나뭇가지들
빗방울과 오동잎
이 한 잎의 소리 깊이도
저 멀어 보이는 이문(里門)이
살짝 걷혀 보일 듯이 하고
없어 보이는 듯한 동네의
살짝 양지의 뜸이 있는 곳
이 한 잎 다 비웠음 같은 소리향
그 노목 살짝 가리마를 거둔 듯
보이는 얼굴의
내 누운 등허리 뜸이 될 산골
빗소리
아! 인생이라는 것이
언덕을 넘는다는 것이
이 잎새의 풀벌레마냥
길이 지팡이처럼 일어나 숲으로 들 듯
툭툭 터는
높이 평가된 길을
이 한 속을
얻어먹지도
뱉어내지도
한결의 길마냥 비워낸
장독같은 세월
탁견이라도
왜 이 고개로 세금을 내고
왜 또 그 견해가 거기 있어야 하는가
이 산에
내 땀을 더 요구하는
내 존경심도 거기서 있네
허나 나 지팡이 인생일 때
그대는 어데 있을꼬
화전 밭
뜸밭이냐
뜸밭이냐
네 가 뜸밭이냐
어쩌면 모든 무덤으로 뜸 맞아 살아 갈는지도
안개치마
집 앞 추녀처럼 걷어올리는
삼삼하게 끼어 오른 정기에
주방의 오이 당근 피망이
마음 걷어올리듯 부상하는 해와 달
빗방울
보슬비엔
꼭 침묵이다 싶을 때
어느 한 구석에 내몰리며 떨어지는 눈물
맞장단은 간 곳 없고
보슬비엔
뭔가 알 수 없는 방향성으로의 흐느낌
귀경길
중추 가절이라 했던가
만물이 중추부터 적삼빛으로 온다
줄기부터 붉음도 있고요
고향길
마지막가지 익으려 찾아든다
어머니
이 소자 나이 어려도
당신의 삼베저고리에 반은 적셔가나이다
이 길 막히는 더딤에도
저 들판으로 한결 더 익어 갑이다
귀경길 2
고스톱 잘 치느 인간들아
어 이 이 긴 고스톱을 몰라주느냐
팔 월 공산에 고다 스톱이다
월주(月舟)여!
아직 실어야 가지
실어야 가지
귀경길 3
달 마중에 동그라미 울
허물 많은 내 뒤안길
반질 반질 닦아내는 사과마냥
내 어머니 손길로 내 놓았구나
그렇게
그렇게
명절성수에 내 놓은
사과 꼭지 하나 하나들
다 달 마중에 동그라미 울
꼭지 달린 향기
가을 5
가을이다
사 등신에 삼 등위
되레 이 가슴부에 심장으로 퍼졌구나
아! 여름날의 태양이여!
너의 붉는 피는 배꼽에서 먹었음이요
이 단풍은
진실로 온천지가 심장의 펌프질이였도다
비 오는 날의 파적(破寂)
오동잎은 툭툭
내 돌아갈 자리를 이었는데
강아지는 깡깡대며
강아지의 강자만큼이나 부드럼이 못 되었다
뱉어대는 깡심
천년고도도
그 폐허에 울리는 뼈대로 살아 있음이요
아이는 소리가 바르지 않아도 떡두꺼비
비 오는 날의 오동잎
내 짚단 모서리로 얻어맞은 듯
허수아비 모자도 얻어 맞은 듯
나오라는 감정은 아니 나오고
풀피리 쫑대도 아니 나오고
그대
허깨비 북이라면 이렇게 두드려라
마네킹 북일지면 이렇게 두드려라

(광화문 렌즈
빛을 채워 넣은
다 밝히는 것이 꼭
유방처럼 부푼 것에
그리 언덕처럼 채워
분비물을 내는 길
그리 쌓이는 전신적 희열의 공간을
부풀게 하는 것)

 

지하철 역
이 건 분명
아틀란티스가 가라 앉은
빛나는 하늘이 거꾸로 뒤집힌 하늘에 넣느니
지하 세계에서도
어느 시방에도 나 그대로 받아진
지지 않은 출구다
시공의 차(車)
끝까지 산과 들로 품어 들인 도시
바다로 잠자고
이 심연으로 잠재우고
이 많은 출구에
이 중복성을 빠져나간 눈의 미로에
좀 더 바쁜
차라리 언덕같이 두터움에
땀구멍을 따라 조급히 나간 안도감들
독정(獨靜))
그대여 !
물레에 방아련가
물레에 방아련가
아!
난 물레에 낙수
난 물레에 부셔져 내리고
산 길섶엔 천연덕스럽게 기세 좋고
그대여 !
물레에 방아련가
물레에 방아련가
낱낱이 부셔지는 알맹이에 무지개 문
은어가 굽이쳐 오르면
우리의 흰 머리칼 끝에도
다시 만남이 있는 무색 거울 속의 얼굴
대응
우리 식성에
콩나물 대가리에서 대용된
뱀 머리의 초혼가이길
밤새 물린 악몽
죽으면
우리의 인과도
참으로 선하게 갚아 가는 우회
만두의 진화된 봉분(封墳)
위대한 성령들의 영가도 대신할지
마애불
마애불엔 돌이 하늘이 되어 녹는다
삼천 갑자도 노크를 받을
어쩜 이 존재도 박쥐굴을 따라
하늘이 돌숨이 된 사이를
검은 거품 남기고 표백된 뒤엔
꿈길 다려 놓더니
녹아가며 닮는가 보오이다
헛되다
헛되다 하건만
이슬을 삼켜도 생사가 한 숨

하늘이 그 푸르름을 떨치지 못하듯
돌도 담낭을 붙여 풀의 초상(肖像)
해서 넌
흙의 원초성 보다
공간의 의식에 집 짓고 나온 놈
돌도 석공을 뿌리치지 못하듯이
정 두르리는 소리는
오대양에
신명이 다듬어 감이 다르듯이
예(藝)에 고민 중임에 숭고하건만
우린 정의 차고 나가는 기개에
무한성의 놀림에 현혹되어 기대함이 무엇일꼬
노래자랑
해변 위엔 많은 발자국
모래사장 위엔 노래의 발자국
갈증 많고
안타까운 생애의 노래여
자죽처럼 늘 새로웁게 걸음이 있어
파도처럼 잡아보고
파도처럼 밀어보고
해변에처럼 남은 자
울타리처럼 좋은 듯도
사막처럼 부활의 오아시스를
극구 시달리게 하는 열병
비바람 한 번에 지워져도
눈부시도록 빛나는 항해에
일체심만 크져 가는 파도
해변의 노래여
아직도 모래는 목마르고 

 

(아! 종로 당기고
출렁살 퍼진 전신
꼭지처럼 들이켜
감동의 선율을 음미하는 일체감은
가히 무지개 문을 더듬어 돌아오듯이 하는구나
울림살 좋은 것에 그냥 따른다면
굳이 심장이 뛸 필요가 있었으랴
꽃의 입마다 피어오르는 모양마다
순간적임을 넘는 것이 똑같은 닮은 꼴의)

 

 

 망상어!
망상(望祥)이 망상을 낳는데
알도 아니 먹혀 새끼로다
행성알 마다의 부화
혜성의 체인에 건 진화
어미는 새끼를 지키며 일생을 다하고
망상이
망상을 낳음에
알도 아니 먹혀 새끼로다
귀경길!
길은 누구 말이 있었던가
휴게소처럼 쉬어보자
할머니 손길 같은 배 스다듬으며
앓던 배가 서서히 녹아나온
2차 행진을
저 들녘이 인삼에 꿀이 발리어 가듯이
비와 야구장
낙수 하나에
고개 끝처럼 밀려도
관중은 다시는 법에 질기도록 하고
저 플라터너스 잎에 털리며
네 마음의 연변을 어이 이었으리
돌꽃
꽃까지 오른 비밀은 몰라도
루즈 한 번 오르고
버들까지 섬세함을 몰라도
머리는 빗고
마음엔 하이킹 길
코스모스는 내 머리 핀 위
돌에도 꽃이 있다면
돌에도 꽃이 있다면
코스모스 잎을 새기다 덜떨어졌다 하게나
이 가을의 그림결이
나 나왔네
이 가을의 그림결에 달이 떠나네
이 가을의 그림결에
아니 올 얼굴만 상기되어 가고
길이 있는 동안 길 맞이
길이라 하여 막혀 천고로 피리를 빼고
체홉의 고향에 봄이 올 동안
한 과일이라도 야무지게 익자
그 평화로운 때의 전원으로
그래 거기서 또한 봄을 맞자
해야
해야
봄의 미끼로 딸려 올라나
체홉의 봄동산으로 사람 냄새가 나고
저녁 장만이 있고
가을 창이니 삭막도하구나
나 아직 감 맛이 당기니
나 혼자 익기는 구석이 어둡네
거리는 인기척이 드높고
떠난 길 저려 밟고
내 벗
내 이별
다시 와 가도 조만한 부끄럼일까
내 심장은 끝으로 남고
지붕
이 처마도 더 이상 치켜올리지 않으리
거꾸로 매달린 지옥의 세상을
이 우란의 기둥에
고뇌를 들어올리는 추녀여!
휘어 올리려무나
휘어 올리려무나
이 이승의 덕이 머리 빗어 올리듯
더 이상 비상치 못함에
너를 지붕삼아
이 한 생 양지 뜸이나 되고져 하노라
아리랑이 소 등 같아
저 산마루여!
아리랑이 저 소 뒷다리같아
벼랑을 스다듬는 회랑길
산나물 물어 뜯어봐야
향이 길고 또 길구나
삶아 풀이 다 죽어도
풀이 죽지 않는 향
여기도 덩그러니 눈빛을 더했음이니
나의 새도 나도 모르게 얼었나 보다
낙엽 창 알뜰히 뜰 때
내 저로 누워 익어 나오는
등마루
능마루
멀리 지켜보는 활개야
알다 잊은 꽃들의 자리에도
함께 웃다 피다
스르르 풀벌레의 밤이로세
귀성길 4
디딜방아 넘쳐 넘쳐
길 밀리다 나아가고
꽹과리 진진(進進)몰이
신명부터 끌어 냄세
덩더쿵아 내 사랑아
덩더쿵아 내 새끼야
저 튜브 달숨 쉬고
저 등선 보름달 쉬고
밀린다
밀린다
디딜방아
다 모듬에 송편 달이여!
귀성길 5
저 구릉
감자 씨눈 하나면 될 것을
그럼 정자(亭子)나무 같은 기다림
아이야!
흙발 길을 지나면
지기(地氣)가 닮아 오를 제
저 구릉같아 씨눈 하나면 들 것을
길의 대화
이 정체된 길에
철길은 차갑구나
빛에 녹고 녹아도 차갑다
저 먼 길 같아서 차갑다

(하늘에만 乙은 땅이다)
구름을 탈 수 있듯 지평의
乙은 새이다
乙은 干이다
하늘 아래서는 支이라 하니
용을 타지 않았으랴
을지가 작다 마라
작은 홀씨가 낙타구멍만 것이다
을지로 당기는 길에
융털이 난 듯이 흔들대고
스스로 핀다는 것에
할 말은 다 할 듯이
겨울이면 가지만 앙상해도
여름날의 기억은 엽으로 다 돌려보내는)


(허상이라 마라)
운동장만한 짜임새를 풀어서
거울조차 있는 것인가
이 거울이 없으면
무대인들 있을손가
비치는 내면 없이
존재가 무대라 할 수 있는가
인면 닦아가는 중생심이라는 것
한 울타리에 두는 최고조의 열광
볼록렌즈 속에서 초점을 향하여 달리는
역류적 기하급수
그 깔대기 하나 띤 나팔꽃처럼
심장 한 번씩 쳐올리면
이 우주의 탄생결에 옹이 박는 듯
오늘의 흐름에 가면서도
칠 수 있다면
닮은 문양이 일어나는 연쇠성
운동장만한 크기에
다닥다닥 조밀하게 붙은 꽃밥 같은 열기
햇덩이 떨어진 웅덩이 같이
파도결 위에 앉아
다리 부터 굳은 결
계단처럼 굳어 올라 해조류처럼 흔들어대는 듯이
정복자인 냥 들어
붙은 빨판을 연 이분성으로 일어나
환호하는 돌출력에 있다

 

동토의 땅
오라는 길 많고
갈 데가 없는 정체감에 차갑다
철길에 눈이 온다
그 빛나던 플롯의
반반한 광택이나 건져낼 듯이
레일은 찢어 낼는지
양양(揚揚)
겨울의 자리엔 한데자리
아무도 없는 빈자리
죽은 너의 자리도 깨울까도 하네
양양함이 어찌 정하여 있는가를
동티가 다 묻힌
허나 난 묻힘마져 없는 자장자리에 객
안으로 구르게 하는
정안수처럼 가라앉은 따사함에
어쩐지 다람쥐같은 분주함만 남다 머물고나 말고
우물
천지를 닦아 앉혔다 하나
사이에 이는 오리무중
용은 이끌어 갈 것이요
이 변명 길도 이끌어 갈 것이다
같기도 하고
있는 듯 하기도 하고
저 구름 층보다 맷돌같은 층에
얼 만드는 공장마냥
비칠 듯 말 듯에 내가 바닥
본래의 면목
꿈길에 내 벙어리를 못 깨면서
난 살아 말이라고 한다
말이 말로 소원할 정도에
난 의사를 존중해 말을 한다
인간이 귀잖고
내 품행을 보아감도 귀찮고
꿈길에
손톱 다 빠지도록 허우적대며
벙어리만 되어 있음인데
어느 말발에 있더란 말이드뇨
저 초승달은
저 서녘의 초승달은
반달곰 가슴에 다시 세겨 가고
다시 방생된
대자연의 덕행을 모래무덤으로도 찾아 살
여과의 정수 진수(眞髓)
동구 서구 밀어
그네 대 놀이터의 드러내 놓은 듯
반달이 가슴이여!
살무사
내 적외선에
밤의 막을 피부에 걸쳐도
카멜레온처럼 거둬들일 절지(絶地)
생쥐야 네가 아쿠아라 하나
불을 끄지 못하는 영역이 있구나
인간의 진화가 바다라면
이 놈은 진화는 밤에도 빛의 바다에 올려서 산다

넌 허물을 벗는다 하나
인간은 네 몸 나간 자리가
굴을 벗을 수 있을 때 나간다
시각을 달리하는
당달의 달마길이여
저 가시(可視)로 다달으나
저 흑묵으로 눈뜨고도 갈 수 있으리
그대 길이라 하나
이만한 꽁지면 밤길에 등잔에 이름이 있으리니
길이 어이 멀텐가
낙엽
가을이라는 이유만으로
잎이 부지하지 말란 법이 있겠으랴
무슨 법문(法門)이 있어
이를 휘몰아 넣었으리요
데미테르의 사랑이여!
황금만큼인나 녹녹하고 질기기도 한데
페르세포네를 찾는 방황이
저 지하 세계를 열었음에
이 연민에 젖은 자
우수수 휘말려 내리는
또 한 편의 낭하를 보도다
끈끈이주걱
끈끈이주걱 죽은 후에도 봄은 오는가
아직도 주체성만 일어났다 지고
이는 구름마다
살았다 녹고 살았다 녹고
내 삶의 붉은 혀를 토했음이니
저 붉은 우주의 끈끈이주걱
아직 미성숙된 토마토 마냥 본색을 잃어도
눈사람 녹는 뒤안길에
저 구름이 녹고
안개가 녹고
이제 입술의 붉게 바를 때가 되지 않았음이뇨
하루의 침묵은
그물망같은 재갈
쥐가 놀란 뱀의 시간을 알 깐
야행
통발로
통발로
먹어 가는 세상

(언덕도
님 생각에 멍이 드는
어쩐지 하늘 멍 같음에
본래 살아나온 것으로 빛이지지 않은가
빛이라
잊었던 망각이 살아나는 자리
언덕 위로 선 나무
청구한 언덕
조용한 명상을 끌어 들일 땐
먹빛 어둠이어도 더욱 끌어들임의
전쟁터 속에서도 명상록을 썼건만
명상이 전쟁을 누르지 못하고
불안의 골목만 줄기세포처럼 뻗어가고
서쪽 한 자루 입 봉한 듯
고무줄 조인 것에
이 비법을 깸이 빛나는 성도가 있는
산 같은 지붕
형광등 불빛)

나무는 비늘을 닮에
신록의 호수와 같다
수목을 잠수 타게 하여
쌈지 채워
인심빨로 내놓으면 즉흥적이도 좋은
가물어도 벼랑이 급하고
비가 많아 여울이 급하니
여울이 여울졌다 못해 빼앗겨가는 길목
하루 바라보면 금호를 다루는 자성
금호는 눈알 대록대록 굴리고
호수라도 펴는 물결이 꼭다리가 된 듯 펴진 것
꼭다리 위에 감은
저 태양의 강렬함으로 익어
붉게 손바닥 위로 올려 놓은 것
금호는 왜 이리 천구를 짜는가
새로이 금호를 짜
간을 씻고
오욕을 씻고
욕망을 씻고
천지 팔방에 신수는 훤하도록 밝히고

의식
화살은 빠른 것인데
주인은 느리고 종적조차 없구나
활은 부셔져도
살은 부셔진 듯이 덧없음을 보누나
화살은 빠른 것인데
살은 건지지 못하고 돌아오누나
그림
욕망이 걸림이 없을 언덕에
동여맬
그리움에 지난 날이 될 나무 한 그루에
별들의 책을 보는 이면
내 얼굴 만화같은 윤곽이어도
개의치 않나니
경도
비는 내가 가야할 길에 있고
나도 글이 메인다
빛도 내 가야할 길보다
한 싯구처럼 메인다

 

방동사니
가을날
양봉 꿀처럼 저려가는 날
이 대지의 기도에 l
이 습진 바닥 방동사니 뿌리에도
달콤함이 야무는 날
버려진 땅의 벌판에도
늦 푸르도록 뻗어오름의
방동사니 움트는 가을의 전경
부들
부들의 항아리 병엔
달마가 수염이 있느냐 없느냐
"영웅"이 표적에 몰아도
무 마디 서슴없이 맞힘이요
"사랑"이 저 먼 듯함에도
부들의 두 마당이로다
그리해서 넌 무슨 맛으로 사는가
천지의 운무를 한 배로 맞는
부들 맞이에
조명이 어둡고
혹여 세간살이의 탁자로 쉬운 마음 풀기
부들 2
아! 외뿔의 머리통에
천지를 폭 담구었다 함인가
아래 위로 암수를 걸고
외뿔을 거미가 꺽어 알을 까네
알을 까네
천망 지망의
어느 물리학자의 보재기 설에
은근히 빠진 듯이 설쳐대며
그 있는 자리의 숨박꼭질을 관통
줄 풀
호수가 잠시 외롭기에
줄 풀에 눈길이 머문다
창해 밀려온 생애의 무리들
그리스 시민처럼 밀린 무리들
역사
철학자
줄줄이
이 비워 둔 변두리로 행선을 이루다
행성이 된는
줄을 대는


담장
호박도 네모나게 키운다더니
그리 돌아 줄눈이 박히고
저 화성 밖 돌고 도는 것들이
누구의 애간장처럼
맘짐을 다 얹어 놓았네
심안의 도리 천안과 가깝고
길은 이 식도처럼 늘어 졌고
문은 아직도 갑상을 이루었네
소쩍새
소쩍새가 소쩍하도록
멀리 두지 마세
저도 제 이름 값하느라고
다가와서 소곤거린 터인데
멀어져 가는 소시적을
너마져 멀면 어이하리
가을빛
가을 햇살 이만큼 맞았으니
익은 만큼 누래지고
비운 거울판에 든만큼 나와야 한다
심마니의 몇 백년 근이 아니더라도
귀가길처럼 나와야 하고
수염은 깍아도 좋을
콩 줄기처럼 앙상히 나와도 좋다
말만 나의 계절이라 말고
신의 광배(光背)에 녹은 듯이 나와야 한다 
 

(행을 빌리지 않아도 행의 전당이여!
행운의 전당의 둔덕
새끼 알들이 운명을 수 놓아 간다
늘 바다는 모래를 밀어 올리고
그 언저리엔 거북이가 알웅덩이를 파고)

시비
그대 원 스텝의 노래가
더위에도 현기증인데
천둥이 광고가 심했나
비 한 스텝도 없네
모두 내 입을 열려 하지만
마른천둥만 치다 가니
넉넉한 논들에도
내 노고조차 몰라주네
이사(理事)
산의 옆구리에서 났기도
산의 머리에서 났기도
허나 난 내 옆구리가 가렵다
리(理)와 사(事)에
피부숨을 늘리지 앉아도 충분히
하늘의 배포도 내 숨결
천봉이 어찌 있으랴
둥금에 다 알아 교감
사물
파도에 돗나물을 빨아들인다
파도에 해조를 빨아 들인다
지구라는 시름에
근육이 풀려도 태평양
구둣발 정연한 스텝도 지치고
스텝이 되레 살아 올라간 역사
허구
다시 빨 듯이 밀려오고
내 분명 해안을 봤다
분명 건져 올림을 봤다
북을 울려랴
북을 울려라
둥두둥 둥둥
둥두둥 둥둥
산이 살찌고
맥이 살찌고
양단에 밀려오고
이 융합
발자국조차 떨어져 나간 서슬에 건져 올린다

 

 

난 나무 타는 사랑
넌 숯 타는 사랑
난 이 피부 감촉에 전율하며 애타는 사랑
이 밤은 숯 검댕이
그대 이 밤으로 가셔감이
날 애벌로 넘겨가고
엑스트라는 넘겨 가고
가장 연기 많이 나는 혼미를 독촉하는
살빛
살은 육신의 빛을 넘어
지척댐 없이
순수의 덩어리로 남아
이 밤도 최후로 흰 빛이 먹혀간는 재가 될 때까지
정녕 이 숯이듯
이 밤도 그리 작아진 발상의 흔적
그 밤의 속탐에도
우린 애벌의 외침
가을 3
가을이 외롭다 일어서면
바람의 기척
물결 밀어붙이는 소리는 더 무거워
너의 잠보다
너의 망각보다
더 끈적한 존재가 되어
사방을 싸늘히 늘이는
시체보다 더 싸늘해도 늘이는
서산에 걸리어도
붉은 상기처럼 끌어가는
가을의 연인은
산 모서리처럼 감추듯 감추듯 간 모습
잎새도 버리고
의지의 좌상(坐像)도 돌려세운
그도 모자라
흰 눈으로 문 닫힌 고백(告白)
백야!
난 백야처럼 수집한다
누군가
흰 수건 같은
흰 눈으로 다시 근접할 기회의 방문에
난 백야처럼
존재의 품으로 내가 그대들에게
꿈이 솜털에 묻히어 오는가를
흴 때 차가워야 하는 이유
흴 때 불모지여야 하는 이유
난 못 갔어도
그는 눈을 깔고 가고
난 돌 숨을 쉰다 해도
그는 눈물의 자비
재래 시장
잘 넘는 운을 따라 감도 싫고
만만치 않는 삶에
열두 폭에 솎아 채운 진경도 살 당길
고개 있는 애 마른 길
푹푹 찌는 재래 시장
힘겨움에 부채 바람이나 되어 나왔으면
하루가 쉰 듯이
시들 듯이 그 사이 소로엔
부채결 질김이 질경이 뿌리
심곡
심곡을 찾으면
이미 벌어진 입에
새 입의 한치가 더 찢어진다
공룡 입 한 풀 너드레 해진
그래도 그 초성(初聲)만이 샘결같은
우주의 팽창에도
아직도 찢어 나오게 하는 힘의
풀 나며 패가된
옛 고향집도 덮히다 찢어져 나온다
만물
나도 바람이였는데
너도 바람이였는데
너가 자꾸 헐뜯으니
나중에 차이점이 발견되는 지라
이젠 사이가 수치가 있음에라
바람처럼 넘길 수 없음에
고착화 되고 고체화 되고
이젠 곡선적 고개길
입체적 형상화
이젠 내가 내리면 함께 내리고
내가 오르면 함께 오르는
관계의 성깔은 그대로 남고
바람과 바람 사이
그대와 나 사이
고착되어 면밀한 사이
精의 亭閣을 열고
말이 크니
말머리만 수레를 멍에 지고
누른 배인 냥 끌어 가니
빼는 듯
나아가는 듯
정이 나무이니
헛개비인지 보이지 않는 것
맛나는 것
다 시간성으로 모임으로 엮은 끈
시간의 단면서으로는 보이지 않게 되는 것
시간의 접착력으로 공간
정이 나무라 하니
우린 시간을 감각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감촉할 뿐인 주인공에 서 있는 것

(존재에
왕 빼는 것만 대수인 귀천으로
씻을 허물 씌우고 벗고 하는 겹으로
幕이려 하는 것이더란 말인가
십리라면 무시해 버릴
아예 입고 벗고를 무시할 수 있더란 말인가
모른 채 둬야 하는 왕십리여!

왕이 와 둘러도 십 리
구슬을 들어도 십 리
한 바퀴인 것 같으니 잘도 묶기도 했지
왕이야 십 리보다 백 리 慾
엮어 평등살이니
바퀴살이 똑 같이
한치 더하고 들함을 거부하고
잘 돌아가게만 하는 채칙)

 

산!
우린 인간에
알아도 모르듯이 설쳐대고
몰라도 아는 듯이 설쳐댄다
사람이 사람을 모르듯이 쫓아 다녀도
길은 제대로 훑어 본 일 없고
알면
길 가림에 들고
길 지우개에 들고
산이 진작에 좋을 일이지
볼트
세상 어지러운걸 보면
밥한 끼 굶는 게 났다
밥 한 술에 기어 들고 보면
덜 떨어진 낱트가
배창자의 폐타이어 같은 재생력의
있다는 팽창력을 뒤로한 채
이빨 없이 산허리 두르며
식성을 감당하려는 아침 안개족속으로 내려온
낱트가 어지간히 무어야지
비운 것인 냥 있는 낱트
나 물리고 보면
나도 비운 것으로 사는 듯이 착각한다
왜가리
길은 야위어 가는데
달을 기다려 붉고
해를 기다려 붉고
왜가리 집
너 여기 왜 왔니
너 여기 왜 왔니
너 여기 올 때 멀었는데
너 여기 왜 왔니
달이 네 둥지에 쉬었다도 감에
처절히 구분되는 길임에
철저히 버리기도 하고
눈 못 뜬 세상에 철저히 쪼아
너 여기 왜 왔니
떨어지는 낭하
동구 밖 전경 (포항 공대)
강 밑줄 친 반석
숙성한 대학 보일 듯 말 듯
부푸는 방죽에
감자 익어 뜸들이고
밀 익어 뜸들이고
돗대로 저어 알짜요
차로 그어가도 조밀함이라
소똥뭉치는 혹성에
한 획에 우주
바다를 바라보는 그늘 자리
해송에 돌아서기 싫어
돌이 되고 싶구나
바다에 열려 있으니
뙤약볕에 밀려도 돌아서지 아니하거늘
마음 부산하게 일어나고
저 해송에 돌아서기 싫어
돌 하나에 사무쳐 싣고
아직도 질문과 대답의 회오리로 투철함에 살아
돌 하나 건져 올림에도
처절과 평하를 잊지 못하게
우거(寓居)에 섬의 팻말처럼 살아 숨쉬고
전봇대와 장승
전봇대 양어깨가
기념상보다 더 진솔하게 사실주의적 전위
일직선상으로 줄곧 소 같은 어깨도
끊임없는 애착으로 건너며 뛰어 넘는
가슴 패여 가는 공간을 추스려 올려
아련히 역사를 따라 어깨동무한
도시의 치렁치렁한 갈무리가지
모두다 선 자리보다
사이의 가슴팍이
잠자는 시간대에 더욱 현령스럽듯이 비춰지고
장승은 검은 녹빛으로
오직 않는 발길에 대해
여느 뒷걸음도 다 머금어 뱉고
소외감에 침묵의 먹이 끼도록
첨착성에 티끌조차 다시며 침전된 시간들
우리의 욕구마져 시들해 지도록
오래 사는 둔갑이
죽음으로 우회해 와도
입술 뭉그러지며 하얀 치아만 남아
끝까지 연속적 수치이려 함이 무엇이뇨
전철역 게시판
부산한 발길에
모기처럼 민첩한 혈안
시는 레일처럼 닦이며 닦이며
지나간 자의 흔적처럼 빛내며
길의 광고를 가판대 위로 건져 올려
수초처럼
오가는 바람에 흔들리고
음영으로 부대끼고
노숙을 끌어다
경직된 재질로 지워지지 않으려는
마주보며 마음 데워질 때까지
꽃잎 한 잎의 고상함도
행선 놓친 자의 망루처럼 서 있다

(짐 지고 십 리를 밟아 보는 것
이런 식으로 벗느냐고 하는
여자가 치마 길이가 짧고
답십리에 언저리 돌림

다 끝에 평균 잡으면
초심과도 먼
그저 한가한 풍류에 매김되어
구석구석 여행지 사진처럼 쌓으며
부재성을 희롱하는 긴 느긋함의
깻잎의 축복의 손바닥인 냥
느긋함이 평균률적으로 펴는 얹는 것)

 

여유
그댄 땀 다 빠지지 않은 석상에 있다
그댄 빌딩에 있다
그댄 광장에 있다
그대는 이 도시를 떠날 줄 모른다
땀 빠지는 비석에
최고를 지칭하는 숨구멍
글귀가 무너지듯이 넘어감에도
필치로 휘감은 역동성을
조였다 품으며 사는 긴장감
시공의 초월
그대여!
먹고사는 경직을 풀었다 해도
풍월을 먹고 사는 바퀴벌레
바퀴를 그리워하는 바퀴벌레
다시 바라는 그대의 바람도
내게는 그리 마땅함 같지 않구나
인생은 늙어도 늙음을 쫓기 바쁨이 있고
젊어도 젊음을 쫓기 바쁨이 있거늘
원시점
방향을 잃어버린 방향을 잡아간다
그대의 지향점에
숨 멎는 것보다 더
일초도 촉박 받음의 이 우주에
그로 챙겨 달아날 방향에조차
잃어버린 방향을 쫓아 나 부푼다
이린 있음에 있다하여
꼭 이 하나로 봉합하여 가야할 방향성들
목젖에 재채기 걸린 듯한 찰라에
찰라의 폭발점에 걸려
달리 빠질 성격을 규명하고
우주의 원시점
이 작으나마
너의 시점을 충분히 연금해 본다
우편 배달부
다 뜯기어 구름에 발산해 버린
번지에
다리에
내려앉음이 없는
철새도
텃새도 아닌
물어도
다 흡수되어 나타나는
컴퓨터 입 간판 너머의 소재
땅 위의
무릎 팍 주소가 더 토실할
공원에
붙들어 맨 착상
우편 배달부여!
당신의 무릎팍만 보아가는 날에도
안개 손수 건넨 벤치의 기다림
회귀
거울보다 더 무서움은
거울 볼만큼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는 것
인간의 어리석음
헤어졌음에도 만남처럼 살고
수많은 사람을 만나나
닮은 듯이 일치시켜 감에
한없는 사랑이 구멍 뚫린 듯이 포용하고
내가 나에 독립에는
숙명의 탑이
모레에 파묻힌 정체를 드러내고서야
만났음도
다 본 자리로 갔음을 알음이로구나

 

(장한평
둘러 치나 매치나
복덩이 한 배 담고
실컷 즐거울 수 만 있다면 좋기도 하겠건만
너드레에 너드레

踏이 본래 십 리가 없고
答에도 십 리가 없는 것
그대 벌판에 놓였을 때
어느 쪽을 밟을까
아날로그 초각이나 두드려 대는데
그대 부채살 한 면의 양지여도 풍경이 있다
그림이 진경같은 산수화
부채를 펴지 않는 것이 一角
빛이 엿가락처럼 달려
내놓을 때 호박과 같은 뜻을 먹는 것)

좋고 나쁨에
무시한다 해도 실용적인
누군 지고가는데
누군 말 위에 타고 가니
현세적이고 현시적인 것
그러나 맑다고 천원일기라고
天이 地이고 지가 천이듯 하건만
천지 분간도 없이 횡설수설

시인
나 살아 나조차 없어 함에도
나 살아 고목에 겨우 얹혀 산다
내가 어떻다 해도 토달 일 없고
고목의 살 패이는 통증을 아는데
저승의 문인들 고만한 감각이 아니랴
넘어가는 감각이
원자가 깨지고
양자가 깨지고
해가 희멀겋게 혼줄나듯이 오르는
면목은 있어 입이라도 보이는 것이면
스스로의 성찰도 자폐가 될까
음악당의 목젓이 쉴 정도는 봐 줄 수는 있으리
심층
삽 자루 바닥 긁는 소리
저들은 이빨과의 싸움이다
이미 다른 데 접착된
무지막지한 자 깨우지 말라는 경고
틀니
아침 신문 대문 창살을 넘고
경제란
오징어 구운 냄새
이젠 긁으면 가슴까지 들쳐 난다
심히 콘크리친 결박에도
이 바닥에 일어선 독선자들
매미!
복(伏)일 잡자
복일 때 잡자
애초에 개보다 무딘 놈
어지간히도 껄떡거린 모양
달아도 어지간히 달아
때려도 때려도 매미의 강단(剛斷)
이 통에 바다의 살결로 출렁이고
이 통에 바다의 살결로 출렁이고
대청문 다 열고 보니
손 때 흔적도 광처럼 살아남았다
매미!
저 매미
자두 속부터 울었나
천도 복숭아 속부터 울었나
이제사 그 속 붉음을 알겠네
한 옥타아브 땀 빼는 달 고개
기조 올리지 않아도 높은 이해심
과일 가게 밤새우는 터전
오디가
밤의 빙수를 물들이며
검어도 시원해하며 잎을 부추겨 왔다
감!
아! 논리가 카바이트와 탄닌의
이 지독한 숙성에 끌려 왔다
아침도 맵고
패인 돌산도 매운
해가 이 지독한 생존에 끌려 왔다
아직도 삭지 않은 닫은 맛
지옥의 카바이트 들이 밀며
기어코 내가 너에 전하는 사랑의 숨통에
해가 되어 나오게 하는
우리의 알량한 적선도
만천하가 달콤할 추구인지도
회오리 바람
바람몰이가
창 밖에서 "웅"하면
웅기임을 알겠네
창 끝 약간 떨리듯 함에
이미 방 안에 심중을 끌어 나갔다
아무런 거부감 없이
너의 속의 알만함이
잎을 다 털어도
그 떨림은 뿌리로 잠들어 감을 알겠고
가지 끝에
얼다 풀리고
얼다 풀리고
봄 동산 끝없이 달릴 기대치만큼이나

하늘
근성
옛 담 지붕에 무너져 내림이 있어도
내 이 초막(幕)에 살 듯이
내 이빨 다 무너져 내려도
내 해골까지라도
내 삶의 언저리를 다시게 하리라
배꽃!
흰 공책 모자란 듯한 아쉬움이여!
배꽃이 피고
어느덧 덜어진 백지장에
배꽃이 피고
그대 한 한 기둥으로 건네 주려는고
여기 한 기둥을 다 풀어 건네 주노라
눈부시도록 저려 밟고 가시옵소서
설탕물과 조청물이 다르듯
오늘밤과 옛적의 밤은 다르네
손닿으면 끈적함 같은 게
할머니 이야기에 묻어 나오고
창백한 밤
유리 창가에 내리는
백설처럼 환하게 안아야 할 것들
밤은 광산처럼 깨어지고
갖다 놓은 인형들
인삼
난 인삼 먹고
인삼처럼 꼬은다
내가 영약이어야지
내 영혼 다 먹고 떠나는 길에
산삼은 아닐지라도
인간으로서의 최선이었느냐를
난 인삼 먹고
사랑의 화장대에 앉은 냥
몸을 비틀고
내가 영약이어야지
내세 가지도 잊지 못할 손잡음과 같은
내가 네 앞에서
내가 인간이었느냐를

(군자가 있어
그 희소성의 절제력으로
하청적의 깊이가 있는 길
平에 군자의 요소
평의 혼탁에
그대로 앙금 시키는 처세
군자는 인생고를 한 몸 같이 하기에
一指向으로 모아
연필심으로 나타내게 하는 것)

 

 

군자
군자여!
사군자여!
사통을 기어코 뺐다

산상 정각
내 자리가
아! 그대여!
이젠 낙낙장송 다 벗기고 간
내 모습이 아닌가
세월도 자의적으로 구구하구나
천년 탑도 못 미더워
홀라당 벗은
학사모보다
하늘과 땅 사이 남은 모자로서
이긴 자의 말도
호박 속보다 나은 게 없는
이 먼지 낀 세상이여!
누굴 위한 청송이였는지
도리어 잡초 같은 자의 지킴이도 아닐 터에
산상 정각이여!
돌옷조차 끼든 말든
어깨선을 흘러내림이 진정 걸림이 없고

겨울에 눈을 벗고
겨울에 눈을 벗고
차거운 이별이였음을
얼음 조각
눈 조각처럼
산을 이루었다
대지마져 허물 벗는 주름으로
봄이 빠져나가는 역동성으로
눈물
그져 보이는 눈물이기에
내 감상이 주책 없이 흘러내리는 걸
돌도 방울방울 배어나는 것이
늘 세상사를 본다는 것인지
눈물과 같이 스미어 남이 있는
돌처럼 떠나고
돌처럼 외면 당하고
그래서 온몸의 충만을 알아
기쁨에도
슬픔에도 나의 주름도 아니요
표정도 아니어도
전율을 끌고 나아가는 것도 됨을
이데아
어찌 이제사 그림자만 봤고
바닥만 봤고
동굴인 시야라는 것이
눈 한 심지에 피는 꽃
굴리고 굴리는 천체의(天體依)
형상이여!
차라리 우물 안 개구리가
돌 틈새에 둥지를 튼 겨울잠이
좀 더 제 궤도로 들었다 말함이 어떠하리
숙명의 발현
혼돈의 정리
잠마다에 뜨개의 고리로 들었다 나오는지도
보기 싫은 눈빛, 윤택(潤澤)한 면상
아!
애니메이션에 해골이 사랑을 하는데
살붙이를 이은 애정인지
넘쳐나는 샘물과
습한 흙살의 틈바구니조차 다 닦아낸
반반한 맨바위에도 생겨나는 사랑인지
그대는 아는가
과연 분별할 수 있음인지
화면 속 얼굴이
보이는 것이라곤
눈에 살기만 잔뜩 들어 투기하는 것
별빛 풍기는 내면도 없이
피부만 물질적 윤택을 더 할 때
차라리 불어넣을 내 영혼이이여!
해골로 내 몰리어도
더 밝게 밝히어올 사랑이 났겠소이다
눈꼴
빅뱅이 왜 있는가
바로 그대들의 키스가 눈꼴사나워
사과 반쪽의 문양을 보게 할뿐이다
난 졸음이 오고
한갓 저 광경이
그토록 간절히 붙어 체면 불구하다면
이 떨어진 찬란한 별님 이야기라도
아름답고 애절하게 습득하고 붙은 것이길
참으로 유치한 언어에
수축성만 보이는 별리성
그래도 어깨에 힘만 잔뜩 들고
고작 이 상상력인

(아차산
미워하려니
내 분노에 갇힘이요
미워하자니 같이 미워하고 트집하고
좋아하자니
너무 문란함에 트여놓고 산다
미워하자니
스스로 무덤이요
뼈에도 잔설이 끼도록 차갑고
감정이 받쳐짐도 당연함에
내 자신을 위해서도 좋지 않음에
어울리고
소모하고
뒤끝이 허무한 열락이 있고
인간의 자의성이 충분함에도
운명이라 자위하며 즐길 줄 앎에
방임 같기도
허난 알라
자의성 없는 숙명을 알 때
아차산에 있음을

미래란
뒷걸음질 친 것을 앞이라 여길 수 없듯
생이 벼랑에 떨어지는 날 까지 안으며 갔다
어찌 보면 물방울 하나 안고 있다
터지는 것으로 의식의 끝같이
한 울타리 넘은 늘어난 識心도
태생의 구심을 놓지 못한 채 넘어간 주시력
앞이란 것 무엇인가
확신이 있어 나가가는 것일
생에의 시선인 채로
시류에 잘 흐른다고
뉴스가 달라지지 않는 그 지경을 안고
謙謙으로도 아차여)

 

아차산
우리가 놀라워 하는 건
우리가 아차로 돌이키는
산 뚜껑에 아이들이 있다
달처럼 밝게 앉혀 놓아도
어린 왕자처럼 앉아 있는
뭔가
아차 하는 인식의 발견에 놓여 있는 것들
특히
어린 공원에

지금의 행위가
어데까지가 전생의 업이며
어데까지가 현행의 자의인가
분명 선을 그어 말 못하고
임의대로
편리한대로 말함이 아닌가
그것이 하나라고 말하며 몽치기 좋아 할 것도 아니외다
모두가 입을 닫아 말이 없네
물 건너
거울 건너 편에 있는
그져 붙이면 하나인데
한갖 거풀이
날 두고 중심이 되어 1인 박막같음이여!

난 수행의 덕을 어찌 박하게 하여
중 욕할 때 떠오르는 중 많아도
중 칭찬 할 때 떠오르는 중 없고
나 수행의 덕을 어찌 후하게 하여
중 욕할 때 떠오르는 중이
중 칭찬 할 때 떠오른 중이로구나
개울의 물줄기여!
목마르도록 말랐다 두터웠다
두터울수록 흐려 급히 가느뇨
오동 잎새에 봉황이 난다더니
비 타력에 울려줌이 또한 경계라네
허나 이 또한 크게 턴 자유의 길
세월을 이고 열어가는 길이
이리도 떨 듯이 펼쳐가고
거리엔 황소 가죽엔
질기도록 역사의 양피지를 두드리고

캐논
여기 정적의 고도와
허공의 참된 질의
변주되어가는 무지개 빛깔의
하얀 참외살에
분산되어 나오느 듯한
홍해를 자르듯이 갈라
그 분진같이 흩날릴 무지개 빛
저 산 너머
들판 넘어 사라질 듯한
두엄처럼 사라즐 듯한 곳에
또 정적의 고도에 매달아
그 소리벽의 각질이듯이 쌓여
이 자연을 바라보는 연정의
무지개 빛깔로 변주되어 가는
조각 조각 의상으로 거리를 누비고

빛이 내게 다가온이유
공이기에 왔다고 여기지도 않거니
꽉 찼기에 비져대며 왔다
지워지지 않는
먼지 끼지 않는 수정체를 비벼대며 왔다
어둠
어둠이 내게 온 이유
빛의 허공 중에 찾다
바닷가 물의 피안을 넘듯
그 경계를 넘어
인으로 끌어 갔다
쓸어 갔다
한 알의 모래알 빛깔에 찼다 갔다


(광나루일 때는
호수일 때 아득함을 건지는 것
빛이 실현 시키는 상
빛이 가면 소멸 되고
애초에 만물이기 전에
빛에 살이니 뿜어낸 상
허공의 테이프를 풀어
둘둘 말은 달팽이 상
감각이 빠름에
전자조차 늦둥이)

 

광나루
네가 광나루인가
천호(川湖)인 줄 알았더니
천호(天湖)더란 말인가
분명 뭍 하나 건너 있거늘
어느 광속엔
네 나루인 줄 알았건만
물가였음을 어이 알앗을꼬
강엔 지워지지 않는 문이 살아 있음을 알아
연명된 길을 왔음을

심야의 시그널
음악은 무례하다
이 정도로 산과 들
아님 도심으로 떠났다 올 수 있는데
이 무슨 외로움의 늪이란 말인가
음악은 무례하다
내가 두꺼비가 아니거늘
어찌 깊음에 외톨로 놓여진 소름읠 몸에 지니고
아무 일도 아닌 냥 나올 수 있단 말인가
부드러움이 밤보다 더 깊은 밤의
아카시아 먹고 먹고 돋은
밤의 흰 형광을 먹고 꽃 핀다
심야의 시그널

그대여
그대의 시그널보다
이 밤이 날 건져내었으면 좋겠다
그대여!
그대 한 잎 문 사연에
또한 외ㅣ로움에 들이기 보다
그져 이 심연에 떠오려지는 꽃이면 되겠다
너 도심 시공조차 적요에 건져 올려진
이 밤조차 널 이방인가 하노라
아! 사연아
사연아
이 밤턱을 넘어갔구나
심야의 시그널
음악이여!
너도 한 성의라면 한 벤치는 되겠다
허나 아무도 없는 빈 곳
어둠 한 전등도 아니 비추고 누군가 앉았다 떠났다
또 누군가 앉고
손은 잡았으되
그리고 아무 행위ㅣ도 하지 않았네
무명과 극치에의 조화
점, 점산
한 먹물전의 멸멸점을 밝혀오기까지
심야의 시그널
심야의 시그널이여!
내가 너와 같기에도
차라리 이 밤의 안개를 피워
수천 년 여우 꼬리를 달아도
한 돗대 항해라 하겠다
심야의 시그널이여!
은근히
은근히 이승에 맺어준다 해도
네 담 넘고 사라진 길이 의심스럽도다
검은 돗배

(신장 투석 하는 주점 아가씨를 위하여)
돗배야!
너도 손살같이 헤쳐나가고 싶다
검게 먹인 검게 먹인 너의 깃에
빛이 투석되어 가는 듯이 드는
돗배야
이 젊음의 돗을 세운 돗배야
이 작열하는 한 잔의 술과
바람에 일어서야 하는 물결
날마다 마셔야 하는 술판에
그래도 이 속에는
짙도록 먹여드는 검은 안점에
이 밤이 그대 아픔에 소야곡처럼 투석되어 간 것이길
검은 돗배
돗배야
돗배야
내 이 검은 칠에 그대의 기구함이 평화로운
이 한 밤을 다 바쳐 잠 못 이루는
다들 결국 잠들게 하는
반은 잠으로 걸어 보이고
반은 꿈결처럼 일어나는


천호여!
넌 어떻게 건너 주느냐
어덴 태어나서 0으로 보고
어덴 출생에 1로 보고
0이야 그 때부터 출발이지만
1은 0을 돌이켜
저 태잉에나 찾아들
아! 0의 포탈이여!
강이여!
네 나루로서
0이 어데로 빠졌느뇨
사물이 1이라 하니
강은 0의 입이라고 일렁이고
째진 입이라고 감내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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