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베 : 고덕 어머니 내가 사계절의 어느 구석보다 아름다웠던 것 다 어머니가 사계절을 잊고 사셨던 것 총총히 전해 오는 가을은 열매를 떨구고도 남는다 어찌 내게 겨울 바람이 길었던지 내 머릿결 진열하듯 훑어 갔다 이젠 다 빠져 짚신 조차 못 엮을 것 부단히 노력한 길 빈 머리 빛나리라 치면 임 가신 골짜기 .. 카테고리 없음 2008.01.13
양념 : 고덕 그림자 거울아 거울아 그림자가 있을 수 있음이 거울살이 있기에 눌림이 있는 것 진짜 허공이면 어찌 그림자를 찍을 수 있으리 두부야 두부야 네 로고 찍힌 땅 위에 물이 있구나 그림자 한 판 나온다는 것 또한 이러하니 존재란 그림자 두부를 으깨어 순두부라고 끊여 놓은 것 진작 순두부는 구름살 종.. 카테고리 없음 2008.01.13
그 자리 : 고덕 그 자리 물비늘이 거짓말이 아니듯 고기 꽃이 거짓말이 아니듯 열매 별이 거짓말이 아니듯 혹성 다 고기 고 자리 의혹투성이의 결실 수족관엔 비치는 것조차 어지러웠을까 비늘 없는 금붕어 태양 멀리 달아난 명왕성 明子! 얼은 가슴 녹이며 산다 관념 아무리 그 것이 진리의 말이고 물처럼 부드럽게 .. 카테고리 없음 2008.01.13
이골란 : 고덕 단편집 이무기가 바윗굴에 들어갔다 나올 듯 아니 나오는 것이 나중엔 두꺼비만 무더기로 발딱 뛰어 나온다 안타까운 장편의 또아리 마른 똥막대기 2 지팡이에 참외가 열리는 것보다 못하지만 꺾꽂이에 새눈조차 살아 있기 쉬운 그대의 神은 참으로 싱싱한 만화방창에 난 아직도 잎도 안 열리는 지팡.. 카테고리 없음 2008.01.13
거울 샘 : 고덕 불립문자 2 내가 불립문자라면 굳이 글 쓸 필요가 없음에 불립문자에 대한 글 자존심 때문에 글을 쓴다 허나 많은 사람들이 유위문자라면서 불위문자 행세함이 무엇이드뇨 말로서 글 장난이요 글로서 말 장난이니 그러고 보면 글을 쓴다는 자는 불립만큼이나 주인행세요 불립이라는 자는 글 쓰며 헤매.. 카테고리 없음 2008.01.06
바이브레이션 : 고덕 바이브레이션 짜임새 있는 글이란 것이 손 대면 유리만 같은 글이란 것이 어쩌다 흘린 듯 떨어진 것이 명바이브레이션이듯 난 숲을 털지 못하는데 사람들의 기복(祈福)은 산길 굵어가며 뻗는다 점산(点散) 응축 시켜도 허술함으로 빠지는 것에는 핵심은 가늘어도 바람이 스치듯 감각이 살아남을 수 있.. 카테고리 없음 2008.01.06
컴퓨터를 위한 서시 : 고덕 컴퓨터를 위한 서시(瑞詩) 이 컴퓨터의 시작에 바다를 보임에는 내가 침몰하고 내가 바닥을 보일 수 있다는 측면으로 바둑망처럼 건져올릴 수 있다면 그 건 아마도 건져 올려지는 것으로 서로에 좋은 느낌을 갖게 하는 행위가 좀 모자라기도 좀 넘치기도 아니면 불쾌감을 주거나 한 편 베풀면서 깎아 .. 카테고리 없음 2008.01.06
망상어 : 고덕 내 글이 그대 얼굴인 것 내 글이 그대 얼굴인 것 내 글이 변덕쟁이 같음에도 어찌 그대 굳은 관절을 펴니 이리 꺾이기도 저리 꺾이기도 난 그대들의 자유자재를 가져다 주었다 그대가 굳은 만큼의 황무지에 난 그대들의 절대적임도 아니요 완벽성도 아닌 굳은 땅을 쟁기질할 뿐이다 白雲의 學 이 백지.. 카테고리 없음 2008.01.06
백지로 쓰는 편지 : 고덕 백지로 쓰는 편지 역사를 배우면 역사가 솔직하다는 것을 배운다 허나 현실로 살아가는 교훈은 역사는 속일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철면피도 죽을 때까지 우긴다 그래서 역사는 인간이 사라졌다 다시 돌아옮만 같이 선명하지 못하다 그래서 저 허공은 백지로 쓰는 편지이다 회화성(繪畵性) 인간의 위.. 카테고리 없음 2008.01.05
뭉게구름 2 : 고덕 뭉게구름 2 저 수평선 끝 뭉게구름 늘 그 자리인 듯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 오줌 싸고 키 덮어쓰고 쓸듯 말듯 갈듯 말듯 골목 골목 눈치보다 소금 덮어쓰고 돌아오는 여정의, 지나온 삶을 말하라 해도 심술기 도는 웃음으로 넌즈시 핀잔을 주시던 작은 할머니 그 굳은 어깨 턱에 남은 부분처럼 나도 지.. 카테고리 없음 2008.01.05